이런저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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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지혜이런저런글 2013. 6. 15. 18:21
우리 사회는 게으름보다 부지런함에 늘 높은 점수를 줍니다. 우리 사회 뿐이겠습니까? 이것은 역사 전반에 걸쳐서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게으름이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게으름의 폐해는 곳곳에서 드러나니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지런함도 늘 긍정적일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정부 출범 초반에 정부 요직에 임명됐던 사람들의 부지런함이 국회 청문회를 통해 그들의 개인적 성취 차원을 넘어서 탐욕의 수준으로까지 번지는 것으로 드러났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과 측은함을 느껴야 했습니다. 그것은 이 사회가 공직 임명자들의 모습에 대해 수긍을 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부지런한 능력과 업적만을 내세울 때 절정에 달했습니다. 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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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존이런저런글 2013. 6. 5. 23:53
우리 몸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미생물이 살까요? 아무리 청결하게 몸을 씻는다 해도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 수보다 10배 많은 약 100조 마리의 박테리아(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따위가 우리 몸에 터 잡고 산다는군요. 과학자들은 그 무게를 다 합치면 1~2㎏에 이른다고 합니다. 미국국립보건원은 2007년부터 ‘인체 미생물 군집 프로젝트’를 세계 80개 연구소와 함께 벌였습니다. 5년간 약 2000억원을 들인 이 사업의 목적은 사람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의 유전자 정보를 해독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우리 몸의 미생물은 1만종에 이릅니다. 현재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의 몸에서 가장 다양한 종류의 미생물이 사는 곳은 큰창자로 세균 수가 무려 4000종입니다. 이어 음식물을 씹는 이에 1300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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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물어보고 싶은 사람이런저런글 2013. 6. 5. 23:39
보통, 사람을 만나면 0.3초 만에 좋고 싫음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의 주선희 교수는 “사람이 인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DNA(유전에 직접 관여하는 물질로 핵산의 하나. 유전자 본체) 속에 새겨져 있다”고 합니다. 길거리에서 질문을 많이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의 얼굴 특징은 눈·코·입이 분명하고 외모로는 중급 이상이 돼야 한답니다. 입매가 느슨하고 콧방울이 퍼진 사람은 길을 물어봤자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 안 물어본답니다. 똑똑해 보이되 어렵지는 않은 얼굴이 ‘길을 물어보기 좋은 얼굴’의 기본 조건이라는 군요. 달리 말하면 한가해 보이고 만만한 인상일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눈매가 뚜렷하고 입가가 팽팽한 사람은 길을 물어보면 귀찮아할 것 같은 인상이랍니다. 사람들이 안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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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행복이런저런글 2013. 6. 5. 23:26
‘오래된 미래’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글 게시판을 찾아보면 제 독후감도 있습니다. 스웨덴 여성으로 동양 언어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쓴 책입니다. 이 책은 그녀가 1975년 티베트 불교문화에 뿌리를 둔 라다크를 방문한 후 그곳에서 16년간 그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하면서 깨닫게 된 현대 인류의 사회적, 생태적 위기의 본질과 그 대안을 모색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라다크 사람들은 티베트 고원의 고대문화를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13만 명가량의 소수민족입니다. 그들은 전형적인 고지대에서 농축을 생활수단으로 하고 있습니다. 농사가 다 그렇지만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는 그들은 완전히 땅과 함께 살아갑니다. 모든 생활방식이 농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자기 능력에 맞도록 농사를 지며 살아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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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 풍경이런저런글 2013. 5. 31. 16:26
2013. 5. 30. 오후 천북 바닷길 풍경 학성리에서 사호리로 가는 바닷길. 이 길에 담겨 있는 풍경... 돌아보면 모든 것은 씨줄 날줄로 얽혀있다. 한적한 바닷길이지만, 찬찬히 보면 곳곳이 쉴 틈이 없다. 밀물 썰물 겹치고 흩어지고, 바람이 가로질러 가고, 그림자 길게 늘어지는 동안 저마다 자기 자리를 만들어 간다. 펜션 짓기는 요즘 들어 바쁘게 움직인다. 그동안 무엇이 잘 안 되었나? 그래도 요즘은 집 모양이 갖춰간다. 양귀비는 이제 땅이고 바다고 가리지 않는다. 천하가 양귀비 세상같다. 바닷바람에 더 짙은 모양새를 낸다. 예전에 장은리에 유채꽃을 대량으로 가꾸었다. 장은리는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그때문인지 사호리 학성리로 이어지는 바닷길 따라 조금씩 하늘거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다시 양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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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이런저런글 2013. 5. 29. 01:21
비가 그치니 물안개 자욱하다. 비가 안개가 된 듯하다. 집으로 가는 길이 포근히 잠겨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사진 몇 장을 담다. 사진은 시간이고 공간이다. 멈춰있는 것 같아도 돌아보면 어느 새 바로 옆에 있다. 흔적이려니 했는데, 내가 거기에서 나온다. 지칭개가 이젠 완연하다. 녹색 바탕에 보라색의 대비가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보여준다. 지칭개는 어린잎일 때는 냉이와 비슷하고 커서는 엉겅퀴 비슷한 모습이다. 그래도 지칭개는 예로부터 민간약재로, 특히 상처 난 데 바르는 효능을 인정받은 풀이다. 너머 산은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새로 만든 뚝방도 아스라하다. 가끔은 이런 풍경이 좋을 때가 있다. 내가 가는 길이 마치 새로운 길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동준이 집에서 학성1, 2리로 가는 길. 진달래꽃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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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건너는 달팽이이런저런글 2013. 5. 4. 18:37
‘바다를 건너는 달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 할 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을 일컫는 말입니다. 느릿한 달팽이가 광활한 바다를 건넌다는 자체가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달팽이는 느리지만 기어 다니는 존재입니다. 한 자리에서만 머무는 조개 등과는 다릅니다. 편평한 배 전체가 발바닥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배 근육을 이용해서 몸을 움직입니다. 이때 몸에서 분비돼 나오는 점액 덕분에 상처를 입지 않고 미끄러지듯이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만일 달팽이가 어느 한곳에 머물러 있는 붙박이와 같은 존재라면 이미 달팽이가 아닙니다. 달팽이는 비록 느리지만 끊임없이 움직이는 한 분명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습니다. - 정호승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에서- 5월 4일 뉴스에 두 팔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