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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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 가을...色이런저런글 2012. 9. 28. 08:41
세미나 강의 때문에 구례군을 다녀왔습니다. 구례군에 야생화연구소가 있다는 말을 듣고 세미나가 끝난 후 잠깐 시간을 내서 가을 구경 겸 꽃구경을 갔습니다. 야생화연구소는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안에 있었습니다. 늦은 오후여서 여유로움이 없이 사진 몇 장을 급하게 담았습니다. 그래도 점점 짙어져 가는 가을色, 그 향취가 무척 좋았습니다. 이제는 가을 하늘입니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안에는 압화전시관을 비롯해서 볼만한 전시관이 여럿 있었습니다. 지리산 자락이라서 가을 여운도 깊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차분하게 다시 오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구례군 농업기술센터 안에 있는 야생화연구소입니다. 야생화연구소 주변에 조성된 조그마한 야생화 공원입니다. 벌개미취 붓꽃과에 속하는 '샤프란' 돌나물과에 속하는 '큰꿩의 비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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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난 후 바닷가이런저런글 2012. 8. 31. 23:41
하루 시차를 두고 태풍 두 개가 연달아 지나갔다. 15호 볼라벤(라오스 이름. 라오스 고원의 이름)이 먼저 지나가고, 그 뒷바랍에 치여 14호 덴빈(일본 이름. 별자리인 천칭자리의 천칭을 의미)이 지나갔다. 강력한 바람과 엄청난 비를 동반하고서... 이런 일(태풍 두 개 연달아 지나간 일, 순번이 바뀐 일)은 거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거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국토의 서남부 지역 피해가 무척 크다. 무엇보다 큰 손실을 입은 농민들의 눈물이 마음 아프다. 하굣길에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바다 모습이 궁금해서 장은리로 갔다. 장은리 바로 옆에 수룡항이 있어서, 나는 수룡항도 그냥 장은리라고 부른다. 천수만 바다는 곤파스 태풍 때와는 달리 피해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태풍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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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이런저런글 2012. 8. 18. 18:49
처가댁이 있는 안동에 갈 때마다 지나는 마을이 있습니다. 우리 마을 신죽리와 신덕리처럼 같은 면내에서 처가댁 마을과 붙어 있는 마을입니다.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 그 마을에는 나이 일흔이 되도록 혼자 산 분이 있었습니다. 그의 평생은 극심한 가난과 병과 함께 지내는 삶이었습니다. 그는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나서 광복 직후 귀국했지만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헤어져 어려서부터 나무장수와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가게 점원 등으로 힘겹게 생활하였습니다. 생활이라는 말보다 하루를 견뎌내는 일이었다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십대 후반부터 폐결핵과 늑막염, 신장결핵, 방광결핵, 부고환결핵을 앓았고, 한 때는 거지생활을 했습니다. 29살 되던 해에 수술로 콩팥 한 쪽을 들어냈고, 방광도 들어냈습니다.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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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무대, 함께 나누는 삶이런저런글 2012. 8. 14. 14:41
신호에 맞춰서 네 사람의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한 사람의 팔이 움직이듯이 자연스럽고 열정적인 모습 속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이 흘러나왔습니다. 모두 충격을 받은 듯 눈이 커지고, 입가에서 작은 탄성이 새 나왔습니다. 젊은이들이 조직한 사중주단 ‘Quartet Griot’가 첫 번째 곡으로 연주한 쇼팽의 ‘녹턴 제20번 c-sharp 단조 작품 72번의 2(유작)’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올여름은 무척 덥기도 했지만, 모처럼 음악을 비롯한 공연 예술의 진수를 만끽한 계절이기도 했습니다. 열린 무대, 가까이 다가선 연주는 무심한 마음을 일깨우고 내 안에 멋진 울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세상은 이렇게 여전한 감동의 선율이 흐르고 나눔의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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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마당 김도희도서관 개관이런저런글 2012. 6. 24. 17:50
하나님 품에서 안식하고 있는 작은 소녀 '김도희'를 기념하면서, 지역의 작은 도서관 역할을 할 '들꽃마당김도희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10평 조금 넘는 공간인데도 채워야 할 부분이 많군요.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정식으로 보령시에 사립도서관인 작은 도서관으로도 등록할 예정입니다. 도희를 생각하는 도희 가족의 마음이 도서관을 드나드는 모두에게 전해지기를 기도합니다. 도희의 마음이 이어져서 농촌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생명의 열매로 나타나기를 기도합니다. 도서관이 처음 문을 연 날,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몇 장 첨부합니다. 앞으로 도서관의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통해서 농촌 지역의 문화 창출과 공동체 마음을 모으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도서관 현판 글씨는 김도희 글씨체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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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열매와 사슴이런저런글 2012. 6. 16. 10:48
보령시 미산면 늑전리에서 교회연합회 여성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들꽃마당공동체 여성들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저는 소풍 겸해서 초여름 바람을 맞으며 미산 늑전리로 갔습니다. 보령댐 물이 무척 줄었더군요. 천북에도 저수지들이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고, 물고기들이 갈 곳이 없어서 애타 하는데, 빨리 비가 와야 합니다... 잠시, 야생화 탐사에 나섰다가 보리수나무를 봤습니다. 오, 이렇게 큰 보리수 열매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하나를 먹어보니 무척 달아서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보리수 때문에 무척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보리수나무의 보리는 곡식의 종류인 보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곧 보리가 익을 무렵에 꽃이 피거나 열매가 익는다고 하여 보리수나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보리수나무를 한자로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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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交感)이런저런글 2012. 6. 12. 18:21
여름이 오기 전에 단장 겸해서 머리를 손질하려고 미용실에 갔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거울을 보는데 어디선가 새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뜻밖에도 까치 새끼가 미용실 내를 활보하며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미용실 주인에게 어찌 된 일이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주인의 말이, 며칠 전에 군산 월명공원에 놀러갔는데 갑자기 까치 새끼가 다가오더니 자기 몸으로 기어오르더란 것입니다. 길을 잃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나뭇가지 위에 올려주니 다시 내려와서 또 몸으로 다가오고, 그러기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할 수 없이 미용실까지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하면서 사진을 찍는데, 주인에게 가까이 다가간 까치 새끼는 마치 어미를 만난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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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똥풀이런저런글 2012. 5. 11. 20:42
오늘은 장례를 치뤘습니다. 또 한 분의 어머니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처음 들꽃마당에 와서 낯설었을 때에 누구보다 따뜻하게 대해 주신 내 어머니들. 시간이 지나면서 한 분씩 하나님께 가십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내려오는 마음이 자꾸 가라앉는데, 옆에서 한 분이 애기똥풀을 꺽어 머리에 꽂아줍니다. 애기똥풀 노란색이 따뜻해서 배시시 웃음이 나옵니다. 애기똥풀의 위로로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지켜보던 아내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애기똥풀은 줄기에 상처를 내면 나오는 노란색 즙이 애기 똥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두해살이 풀로 처음에는 잎을 비롯한 식물 전체에 부드럽고 곱슬곱슬한 털이 나 있는데, 털은 곧 없어진다. 5월부터 가지 끝에서 꽃대가 올라와 노란색 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