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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니 물안개 자욱하다.
비가 안개가 된 듯하다. 집으로 가는 길이 포근히 잠겨있다.
흔들리는 차 안에서 사진 몇 장을 담다.
사진은 시간이고 공간이다.
멈춰있는 것 같아도 돌아보면 어느 새 바로 옆에 있다.
흔적이려니 했는데, 내가 거기에서 나온다.
지칭개가 이젠 완연하다.
녹색 바탕에 보라색의 대비가 초여름의 싱그러움을 보여준다.
지칭개는 어린잎일 때는 냉이와 비슷하고 커서는 엉겅퀴 비슷한 모습이다.
그래도 지칭개는 예로부터 민간약재로, 특히 상처 난 데 바르는 효능을 인정받은 풀이다.
너머 산은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새로 만든 뚝방도 아스라하다.
가끔은 이런 풍경이 좋을 때가 있다. 내가 가는 길이 마치 새로운 길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동준이 집에서 학성1, 2리로 가는 길. 진달래꽃은 이제 없다.
봄은 이 고갯길 진달래향으로 시작한다. 어느 틈에 숲을 채운 진달래는 봄을 만들어 뿌린다.
아이들 웃음소리에 같이 섞어주면 그렇게 빛나는 색깔은 없을 터.
그러나 이제 진달래도 없고 봄도 없다.
그렇게 넘어가는 길.
학성리 저수지
작년 그 큰 가뭄에 물이 다 마르고, 몇 평 될까 싶은 웅덩이로 죄다 몰린 붕어떼.
그나마 사람들이 양수기로 물을 퍼내고 손에 걸리는 대로 건져 올린 붕어떼.
그 후로 학성리 저수지 뚝방은 애잔한 길이 되었다.
그래도 며칠 전에 낚시하는 이들을 봤다.
왜 그리도 반갑든지...
성진이와 성희
확실히 성진이는 컸다. 오늘은 말하는 폼이 제법 그럴 듯하다.
영제와 영민이
이제 뒤돌아서면 저 길로 냅다 달린다...
패랭이
민들레
아이들을 내려다 주고 돌아서면 길 가에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는 노란 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