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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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이어달리기농촌이야기 2011. 6. 22. 22:25
가까이 있는 목사님이 요즘 농촌학교 운동회에 대한 단상을 글로 썼습니다. 어린 시절 운동회에 대한 추억은 늘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데, 요즘 농촌학교 운동회는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해 안타까움만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운동회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는 청백팀 이어달리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막내아들이 청팀이었는데, 그만 청팀이 이어달리기 바통을 놓쳐서 경기에 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씩씩거리는 막내아들보다도 그 이야기를 읽는 제가 더 원통(?)해 집니다. 사실 이어달리기의 승패는 바통터치에 있습니다. 받을 사람과 줄 사람이 있어야 하고 서로 잘해야 합니다. 목사님의 글은 농촌의 모습과 안타까운 현실로 이어집니다. 사람의 삶이란 이어달리기와 같은 것인데, 농촌은 바통을 이어받을 사람이 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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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 따는 날농촌이야기 2011. 6. 20. 16:11
며칠 전에 오디를 따러 뽕나무밭엘 갔습니다. 들꽃마당에서 20여 분 거리에 있는 이 뽕나무밭은 이제는 60이 넘으신 어느 목사님과 사모님이 지난 30여 년간 일구어 놓은 곳입니다. 풀무생협의 원년멤버이기도 한 목사님은 열악한 농촌의 현실 속에서 힘을 다해 지역민들과 누에치기를 해왔습니다. 지금은 나이 든 농민들은 누에치기를 포기하고, 목사님 내외분만이 터전을 지키고 있습니다. 유기농 오디 맛이 참 좋았습니다. 아니, 그보다 이렇게 큰 오디는 처음 봤습니다. 아마 제가 오디에 관해서 문외한 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겨우 길가의 오디 정도 따먹고 다녔으니까요. 들꽃마당 안에도 새들이 심어 놓은 오디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여기에도 맛있는 오디가 달렸습니다. 오디는 포도당을 비롯한 과당 비타민 칼슘 등이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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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쿨버스 기사다꿈꾸는아이들 2011. 6. 15. 01:53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농촌지역의 한 초등학교 통학차량 자원기사를 하고 있다. 농촌의 열악한 현실은 지역학교의 통폐합을 강요하고 있고, 농촌학교들은 마치 병명을 알아버린 환자처럼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역의 구심점인 학교가 약해지니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처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학교가 통폐합 될 땐 되더라도 수수방관하기에는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마냥 흩어지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나 아깝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아이들의 웃음을 이리 저리 담아서 지역에 흩뿌리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혹시나 희망이라는 열매를 달고 자라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은 그리 큰일이라고 할 수 없다. 정말 진지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공동체 삶의 기반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들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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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식꿈꾸는아이들 2011. 3. 4. 00:11
보령시 천북면 낙동초등학교 통폐합 대상의 경계선에 긴장이 맴돌아도 아랑곳하지 않는 아이들 소리로 희망이 만들어지는 곳 7명이 졸업하고 일주일이 지난 뒤 어디서 나타났는지 7명이 배시시 웃으며 자리를 만들고 비올라 소리 긴 여운 따라 3명이 전학 오고... 다시 또 전학 오고... 그렇게 54명이 된 학교 다시 기운이 도는 잔디밭 운동장에 초롱초롱 이름표 바람에 날리고 곳곳에서 울려나는 합창 소리에 벌써 오래 된 아이들처럼 스스럼없이 자리하는 입학식 오늘만 같으면 백 년의 꿈도 짧은 것을 한 귀퉁이 마다하지 않아도 어느 틈에 늠름해진 저 느티나무처럼 푸르게 자라나기를 기원하는 입학식 2011학년도 입학 및 유치원 취원 신입생 7명과 유치원 취원생 13명 1학년 최성진 선생님 인사 선생님 바라보고 교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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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농촌이야기 2010. 12. 22. 18:30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이제 한 달여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살처분 된 가축 수가 22만여 마리를 넘어섰고, 그 피해액은 감당키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결국 정부는 이제 마지막 비상대책이라는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을 하기로 결정했다.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하게 되면 접종 가축이 모두 도태되기 이전까지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지 못해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축산은 일반 농업과 달라서 그 파장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연초부터 시작된 구제역의 여파는 봄의 향취를 완전히 흩트려 놓았고, 한해의 마지막 시간도 온통 구제역 예방 소독약으로 세례를 받으면서 마무리하게 되었다. 도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분무소독제를 뒤집어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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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노래농촌이야기 2010. 12. 19. 10:13
지난 화요일(12월 14일) 오후에 광천읍 오거리에서 낙동초둥학교 합창단의 거리공연이 있었습니다. 오전엔 대천에서 행사가 있어서 다녀왔다가, 거리공연에 도우미로 나섰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번 거리공연은 1월 3일(월) 저녁 11시 30분에 방영되는 KBS 다큐멘터리 ‘천상의 수업 그 후, 낙동의 작은 기적’ 마무리 촬영이기도 했습니다. 작년 추석 무렵에 낙동초등학교를 소재로 ‘천상의 수업’ 1부가 방영됐고, 이제 2부가 방영되는 것입니다. 지난번 방영된 1부 다큐멘터리의 잔잔한 감동이 이렇게 2부를 촬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날씨가 엄청 추웠습니다. 하필이면 올해 들어 제일 추운 날씨를 골랐는데, 아이들도 떨고 촬영팀도 떨고 청중(?)도 떨고 도우미도 떨고 하여튼 모두 추위에 떨었습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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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리고 천천히꿈꾸는아이들 2010. 11. 10. 08:58
(*낙동초등학교에서 방과후학교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김지영 선생님 글입니다.) 혹시 피아노 소리가 마음으로 전해지고 아이들 몸짓이 건반에서 스며 나온다면 어떨까? 그것도 푸른 잔디 사이에서 사그라지지 않고 빛나고 있다면···. 여기 작은 손들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가 있다. 푸른 운동장을 가지고 있는 보령시 천북면 낙동초등학교는 전교생 48명인 작은 농촌학교다. 그러나 그 작음 속에서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보석과 같은 아이들이 촘촘히 자기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아름다운 학교에서 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인 피아노를 담당하고 있다. 처음으로 아이들을 만났을 때가 기억에 새롭다. 몇 명 외에는 피아노에서 '도'가 어디에 있는지, 계이름도 박자도 전혀 모르고 있는 아이들이 태반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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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종이 울렸습니다 ~♪♪ ~♬꿈꾸는아이들 2010. 11. 4. 16:17
보령시 천북면 낙동리에 있는 낙동초등학교. 농익는 가을 아래 학부모 초청 공개수업이 열렸습니다. 학부모뿐만 아닙니다. 오시고 싶은 분은 모두 초청하는 교실입니다. 지금은 노랗게 바래진 잔디 사이로 48명의 아이들과 올망졸망한 눈동자를 지켜보는 농촌의 엄마 아빠에게 수업종이 울렸습니다. ~♪♪ 2학년 교실 주희가 먼저 웃기 시작합니다. 현정이도 따라 웃고... 창밖으로도 즐거움이 새나옵니다. 모처럼 엄마 아빠도 일손을 놓은 채 단장을 하고 학생으로 돌아왔습니다. 1학년 1반 11번부터는 엄마 아빠 번호입니다. 재미있는 놀이 수업. 오늘은 엄마하고 함께 하니 영민이 얼굴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군요. 영민이하고 공부하기 위해서 그동안 열심히 논에서 바심(타작)을 하느라고 힘들었지만, 오늘은 엄마도 한결 가뿐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