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길 위에 섰다.
그리고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시작했다.
쏟아지는 박수 소리에
마지막 남은 노을이 여운을 슬며시 거둬들인다.
무더운 여름
습도는 높고, 숨결은 끈적거린다.
마주 앉기 편하진 않지만
한 여름 밤의 잔치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하늘 아래 여름의 땀이 뜨겁지 않으랴 만은
그래도 농촌에서 흘리는 땀방울이 탐스러운 것은
논두렁 밭두렁에 남은 발자국마다
내가 스쳐간 생명이 긴 호흡을 내뿜기 때문이다.
하늘거리는 풀잎의 초대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
이슬대신 땀방울을 달아놓고 그 옆에 누운 적은 있는지?
있다면 무더위 속에서도 살랑대는 바람소리가 그리울 테고
없어도 눈앞에 그려지는 속삭임이 있다면 그 속으로 들어오라.
젊은 땀방울은 힘없는 우리 농촌에겐 보약덩어리.
아낌없이 뿌리고 또 뿌린 젊은 날이여, 만세!
누구나 할 수 있다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농촌봉사활동이 푸른 벼 이삭처럼 싱그럽다.
참 귀한 손길들이 장장 4박 5일을 그렇게 보냈다.
도서관에서 초롱초롱 긴 밤을 지새우고 보낸 시간처럼
고랑에서 헉헉거리는 바지춤을 올리느라 보낸 시간들도
바래질 수 없는 보석 같은 시간들이었다.
허리 굽은 노인네들을 일으켜 세운
의료봉사는 잔뜩 담아온 사랑이 약이 되고, 침이 되었다.
마치 눈앞에서 화타를 본 양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 농부들 손엔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사람 살리는 의술이 여기 있었구나.
하늘이 내린 명의가 여기 있었구나.
덕분에 들꽃마당에는 마음과 마음의 꽃이 활짝 피고
함께 뿌린 공동선의 열매는 익어가기 시작했다.
탄성을 자아내는 블루스 타임도 멋진 농촌봉사활동
허리 한 번 돌리고, 당겼다 놓을 때마다
흘러간 청춘이 다시 돌아오고,
기진한 뼈마디는 금세 새로워진다.
긴장한 발끝이 엇갈려도
불그레한 얼굴은 다시 한 번 끌어당길 채비를 하고
차마 널따란 가슴에 기대지는 못해도
고생 마다치 않은 젊은 마음을 고마움으로 헤아린다.
아이들도 모였다.
참교육이란 이렇게 눈빛으로 사랑의 가늠을 하는 것.
어깨동무를 하고 꿈꾸는 나라를 향해 달려간다.
같이 나눠먹는 시간은 그야말로 천국의 즐거움이다.
아침 시간이 없어진 방학이지만
꿈속에서부터 일어나 여름학교 준비를 한다.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익히고, 게임 속으로 들어가고
이어지는 웃음소리에 땀 흘릴 새도 없다.
그야말로 한바탕 잔치 같은 농촌봉사활동.
내리는 비가 무색해질 정도로 땀을 흘리고
이완됐던 근육이 갑작스런 다그침에 정신없어도
힘들어서 더 즐거운 농촌을 향한 사랑의 섬김은 부족함이 없다.
언제 다시 오랴 기약 없지만
오늘은, 떠나는 몽룡이와 춘향이처럼 애틋함을 부여잡고
잔치를 연다.
떠나는 사람이 남은 사람을 위해 열어주는 잔치.
아이들의 재롱이 끝나고
마이크에서 마이크로 이어지는 노래 릴레이가 시작된다.
수줍어서 말로 하지 못했던 고마움이
노래 가락에 실려 한 여름 밤 별빛처럼 하늘을 난다.
농촌의 밤은 깊어가지만 새벽이 청년들의 응원 속에서 저만치 달려온다.
2010년 한 여름, 이 땅 곳곳에서 함성이 일어났다.
월드컵 16강 도전처럼 기운찬 청년들이, 그리고 청년 같은 이들이
농촌으로 뛰어들어 농촌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함께 발걸음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