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
아, 배추....농촌이야기 2010. 10. 14. 02:06
‘사람도 배추도 정직했다 ··· 한 포기 1500원’ 최근 들꽃마당공동체와 그 구성원의 배추밭을 취재한 중앙의 한 일간지 기사 제목입니다.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 덕분에 며칠간 전화를 엄청 많이 받았습니다. 배추와 절임배추 주문도 상당했고요. 지금 나라가 온통 배추 때문에 들썩 거립니다. 이 글이 읽힐 때쯤이면 얼마나 배추 값이 진정될지 모르지만, 올 가을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배추 가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애간장이 다 타버린 것 같습니다. 일간지와 인터뷰하면서 들꽃마당공동체 김기수씨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배추가 만원인가 하는 거는 누군가 농간이지. 배추가 금이여? 금이 아니지. 농민은 한 포기 천 원 들어오면 무지하게 들어오는 거유.” 그렇습니다. 배추는 금이 아닙니다. 그런데 배추가 금배추..
-
한 여름 밤의 잔치농촌이야기 2010. 8. 8. 17:35
아이들이 길 위에 섰다. 그리고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시작했다. 쏟아지는 박수 소리에 마지막 남은 노을이 여운을 슬며시 거둬들인다. 무더운 여름 습도는 높고, 숨결은 끈적거린다. 마주 앉기 편하진 않지만 한 여름 밤의 잔치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하늘 아래 여름의 땀이 뜨겁지 않으랴 만은 그래도 농촌에서 흘리는 땀방울이 탐스러운 것은 논두렁 밭두렁에 남은 발자국마다 내가 스쳐간 생명이 긴 호흡을 내뿜기 때문이다. 하늘거리는 풀잎의 초대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 이슬대신 땀방울을 달아놓고 그 옆에 누운 적은 있는지? 있다면 무더위 속에서도 살랑대는 바람소리가 그리울 테고 없어도 눈앞에 그려지는 속삭임이 있다면 그 속으로 들어오라. 젊은 땀방울은 힘없는 우리 농촌에겐 보약덩어리. 아낌없이 뿌리고 또 뿌린 젊..
-
네비게이션에서 길을 잃다꿈꾸는아이들 2010. 6. 11. 15:50
청설모 가로지르는 산길을 지나 바닷게 헤집은 갯길을 따라 작은 농촌학교를 실어 나른 지 4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길마다 농촌학교와 아이들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꽃처럼 피어났습니다. 2009년 통폐합 시점을 지나서도 여전히 통폐합 대상학교 1순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들지 않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그동안 낡은 15인승 승합차는 스스로 힘을 내 아이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습니다. 매끄럽지 못한 길 위에서 이런저런 고생을 한 승합차가 안쓰러운지 이번에 지자체 시의회에서 새로운 차량을 농촌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새로운 차에 대한 반가움보다도 그동안 수고를 뒤로 한 채 퇴역해야 하는 차에 대한 애틋함이 더 컸지만···. 이번에 바뀐 승합차는 그동안 고생했던 차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
-
거기에 꽃이 있었네...이런저런글 2010. 4. 14. 01:48
여러분은 언제부터 꽃을 알았나요? 부끄러울 것도 없이 말하건대 나는 도통 아는 것 하나 없다가 들꽃마당 천북에 와서야 꽃을 겨우 알았습니다. 작은 꽃의 손짓을. 처음엔 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알아서들 피는 것으로만 생각했어요. 봄이 되어도 봄의 훈기만 생각했지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가녀린 싹의 애씀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름은 특별한 녀석들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봄을 만드는 작디작은 이름들을···. 이름도 그럴듯한 봄맞이꽃부터 복수초, 노루귀, 개불알풀, 매발톱, 돌단풍, 말냉이, 광대나물, 제비꽃, 냉이꽃, 별꽃, 유럽점나도나물, 괭이밥, 애기똥풀 등등. ‘리’자로 끝나는 이름들도 신기했습니다. 꽃마리, 개나리, 으아리, 히어리 등등. 발아래 피는 꽃이라고 잡풀 취급..
-
산길, 바닷길, 사람 길농촌이야기 2010. 2. 6. 20:06
루쉰의 마지막 구절을 읽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버려야 할 것들과 단절을 염두에 두면서 새로운 사회와 민중을 향해 갖는 가능성에 희망을 여는 루쉰의 글은 오늘도 새로운 의미를 담아냅니다. 세상에 희망이 자기만의 모습을 갖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시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그곳에 희망이 만들어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희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가능성에 마음을 여는 것’, 그리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은 그렇게 모습을 갖춥니다. 그러나 걸어가는 사람이 ..
-
농민이 그렇게도 만만한가?농촌이야기 2009. 10. 26. 10:15
지난 (10월) 15일은 보령시 농민단체협의회가 보령시 궁촌동 터미널 사거리에서 추수포기투쟁 선포식을 열고 논 960여 평을 갈아엎은 날이었다. 그날 농민들은 정부의 저곡가 농업정책에 항의하면서 농사짓는 고충 토로와 함께 정부에 쌀값 손실 보전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농민의 목소리는 공허하다. 이렇게 논을 갈아엎을 때나 잠깐 주목받는 농민들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지금까지 농민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해결할 의지가 없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되기 일쑤였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별로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 사회에서는 농민들이 의지를 발휘할 여지가 별로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또 하필이면 추수포기투쟁을 선포한 15일에 가서명된 한·유럽연합(EU) ..
-
보령 천북 절임배추농촌이야기 2009. 10. 18. 18:28
보령시 천북면 농민들이 친환경 미생물농업으로 농사를 짓고 수확한 배추로 만든 김장용 절임배추를 직접 판매합니다. 절임배추 현장 견학 도 환영합니다. 절임배추 현장은 천북면 신죽리 수목원내에 있습니다. 가을냄새 물씬 풍기는 수목원입니다. 올 해부터는 모든 주문과 배송을 천북우체국에서 담당합니다. 보령우체국의 후원과 천북우체국의 지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신뢰있는 우체국택배로 정확하게 배송합니다. 현재 예약 중입니다. 배송은 11월 10일부터 시작합니다. 2008년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최상위 판매 실적을 갖고 있는 천북 이엠절임배추입니다. *주문 방법 1. http://이엠배추.kr 게시판 이용 2. 전화 주문 - 천북우체국 (041)641-3434, 641-9001 야간 016-9552-6622 *제품 문의 ..
-
배추농촌이야기 2009. 10. 15. 14:06
우리 동네 가을은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배추가 어우러지는 계절입니다. 길 가 코스모스 하늘거리고, 돼지감자 노란 꽃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가 제풀에 지치면, 하늘보다 바다보다 배추 냄새가 더 짙푸르러 지고 배추 한 포기마다 농부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깁니다. 지난 봄, 모처럼 배추 값을 좋게 해주셔서 오랜만에 부드러워진 흙더미를 맘껏 풀어 헤쳤다고 이 가을도 저렇게 높은 하늘만큼은 아니어도 그저 불편한 허리 좀 펴고 웃을 수 있게 값을 쳐달라고 구구절절 간절함을 담습니다. 지난여름부터 배추 모종을 심고 포기마다 손길을 더하면서 그 위에 때론 물 대신 땀과 눈물을 쏟았습니다. 원래 이 땅 어디에서든 농부들이 농사지어 거두는 먹을거리는 씨앗을 보듬고 싹을 틔우고 키우는 하늘과 땅과, 그리고 사람의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