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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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꽃이 있었네...이런저런글 2010. 4. 14. 01:48
여러분은 언제부터 꽃을 알았나요? 부끄러울 것도 없이 말하건대 나는 도통 아는 것 하나 없다가 들꽃마당 천북에 와서야 꽃을 겨우 알았습니다. 작은 꽃의 손짓을. 처음엔 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알아서들 피는 것으로만 생각했어요. 봄이 되어도 봄의 훈기만 생각했지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가녀린 싹의 애씀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름은 특별한 녀석들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봄을 만드는 작디작은 이름들을···. 이름도 그럴듯한 봄맞이꽃부터 복수초, 노루귀, 개불알풀, 매발톱, 돌단풍, 말냉이, 광대나물, 제비꽃, 냉이꽃, 별꽃, 유럽점나도나물, 괭이밥, 애기똥풀 등등. ‘리’자로 끝나는 이름들도 신기했습니다. 꽃마리, 개나리, 으아리, 히어리 등등. 발아래 피는 꽃이라고 잡풀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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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바닷길, 사람 길농촌이야기 2010. 2. 6. 20:06
루쉰의 마지막 구절을 읽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버려야 할 것들과 단절을 염두에 두면서 새로운 사회와 민중을 향해 갖는 가능성에 희망을 여는 루쉰의 글은 오늘도 새로운 의미를 담아냅니다. 세상에 희망이 자기만의 모습을 갖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시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그곳에 희망이 만들어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희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가능성에 마음을 여는 것’, 그리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은 그렇게 모습을 갖춥니다. 그러나 걸어가는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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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그렇게도 만만한가?농촌이야기 2009. 10. 26. 10:15
지난 (10월) 15일은 보령시 농민단체협의회가 보령시 궁촌동 터미널 사거리에서 추수포기투쟁 선포식을 열고 논 960여 평을 갈아엎은 날이었다. 그날 농민들은 정부의 저곡가 농업정책에 항의하면서 농사짓는 고충 토로와 함께 정부에 쌀값 손실 보전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농민의 목소리는 공허하다. 이렇게 논을 갈아엎을 때나 잠깐 주목받는 농민들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지금까지 농민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해결할 의지가 없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되기 일쑤였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별로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 사회에서는 농민들이 의지를 발휘할 여지가 별로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또 하필이면 추수포기투쟁을 선포한 15일에 가서명된 한·유럽연합(E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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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천북 절임배추농촌이야기 2009. 10. 18. 18:28
보령시 천북면 농민들이 친환경 미생물농업으로 농사를 짓고 수확한 배추로 만든 김장용 절임배추를 직접 판매합니다. 절임배추 현장 견학 도 환영합니다. 절임배추 현장은 천북면 신죽리 수목원내에 있습니다. 가을냄새 물씬 풍기는 수목원입니다. 올 해부터는 모든 주문과 배송을 천북우체국에서 담당합니다. 보령우체국의 후원과 천북우체국의 지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신뢰있는 우체국택배로 정확하게 배송합니다. 현재 예약 중입니다. 배송은 11월 10일부터 시작합니다. 2008년 인터넷 오픈마켓에서 최상위 판매 실적을 갖고 있는 천북 이엠절임배추입니다. *주문 방법 1. http://이엠배추.kr 게시판 이용 2. 전화 주문 - 천북우체국 (041)641-3434, 641-9001 야간 016-9552-6622 *제품 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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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농촌이야기 2009. 10. 15. 14:06
우리 동네 가을은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배추가 어우러지는 계절입니다. 길 가 코스모스 하늘거리고, 돼지감자 노란 꽃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가 제풀에 지치면, 하늘보다 바다보다 배추 냄새가 더 짙푸르러 지고 배추 한 포기마다 농부들의 간절한 소망이 담깁니다. 지난 봄, 모처럼 배추 값을 좋게 해주셔서 오랜만에 부드러워진 흙더미를 맘껏 풀어 헤쳤다고 이 가을도 저렇게 높은 하늘만큼은 아니어도 그저 불편한 허리 좀 펴고 웃을 수 있게 값을 쳐달라고 구구절절 간절함을 담습니다. 지난여름부터 배추 모종을 심고 포기마다 손길을 더하면서 그 위에 때론 물 대신 땀과 눈물을 쏟았습니다. 원래 이 땅 어디에서든 농부들이 농사지어 거두는 먹을거리는 씨앗을 보듬고 싹을 틔우고 키우는 하늘과 땅과, 그리고 사람의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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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까지 닿는 꿈꿈꾸는아이들 2009. 9. 2. 21:57
하늘까지 닿는 꿈 노란 괭이밥이 살랑바람에 수줍게 흔들거리던 지난 유월. 아주 작은 농촌 한 귀퉁이에서 낙동초등학교 여린 눈망울들은 슬픔을 가득 담고 하늘로 간 친구와 힘든 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섬 그늘에 굴 따러 간 엄마를 기다리다 잠든 아기처럼 그렇게 잠시 자다 일어났으면 좋으련만,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는 끝내 잔잔히 묻히고, 갈매기도 잠시 숨을 멈추었습니다. 그 밤을 눈물로 위로해 준 것은 추모의 곡으로 찾아낸 용재오닐의 비올라 연주곡 ‘섬집 아기’였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습니다. 용재오닐의 연주가 푸른 운동장 위를 맴돌며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로해 주고, 웃음을 찾은 아이들의 소리가 하늘까지 닿는 꿈을. 파란 하늘에 스러지지 않는 꿈이 맴돌더니 두 달 후, 이제는 전교생 49명인 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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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꿈꾸는아이들 2009. 8. 10. 12:06
몇 년째 스쿨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는 보령시 천북면 낙동초등학교는 지금 합창 연습이 한창입니다. 어떻게 모 방송국의 문화체험 다큐멘터리 촬영 학교로 선정되어서 그 일환으로 합창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중에는 악보를 잘 읽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피아노를 배워도 일 년 내내 도레미파솔라시도만 왔다 갔다 하느라고 바쁘기 그지없는 아이들도 있어서 연습시간이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들 열심입니다. 얼마나 열심히 부르는지 목이 쉬어서 컥컥대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웃음도 나옵니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가르치는 지휘자 선생님과 함께 진지하게 소리를 내려고 애쓰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우리 천북에, 아니 우리 농촌에 희망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아시는 대로 여러 사람이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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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당리에서 꾸는 꿈농촌이야기 2009. 6. 12. 10:28
들꽃마당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홍성군 문당리에서 지난 6월 6일(토) ‘제15차 오리쌀 이야기축제’가 열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이날 축제에 참가한 이들의 상당수는 생협회원을 비롯한 도시 소비자들로 멀리서 참 많이 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마을 곳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건강한 농촌의 내음을 듬뿍 담는 모습이 보기에도 흐뭇합니다. 축제 제목이 오리쌀이듯이 축제의 화두는' 쌀'입니다. 마을 입구에서 등록을 하면 한 가정이나 혹은 한 사람 앞에 500g들이 홍미(붉은쌀) 한 봉지를 나눠줍니다. 이 쌀 한 봉지가 축제에 사용할 화폐입니다. 돌아다니면서 쌀 한 줌씩 내면 주먹밥과 식혜를 곁들인 인절미, 찐 감자와 수박과 부침개, 그리고 삶은 강낭콩과 돼지고기와 막걸리 등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또 쌀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