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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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산지(注山池) 풍경이런저런글 2011. 11. 5. 15:14
청송 주왕산에 다녀왔습니다. 4일(금) 새벽에는 말로만 듣던 주산지(注山池)에 올라갔습니다. 새벽 공기를 가르며 기운차게 주산지를 향하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자리잡고 있더군요... 경북 청송군 부동면에 있는 주왕산(해발 720m) 입구에서 차로 15분 거리의 남쪽, 별바위골 끝자락에 있는 자그마한 호수가 주산지입니다. 조선 경종 원년(1721년)에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로, 저수지 안에 왕버들나무 20여 그루가 자생하고 있습니다. 물에 잠긴 채 오랜 세월을 견뎌온 이들 왕버들도 이젠 늙어 기력이 쇠잔해 보이지만, 그래도 새벽이면 물안개 속에서 호수를 호령하는 그 모습은 여전히 태고의 신비를 담고 있는 듯 합니다. 사실 물안개 은은한 주산지를 상상하며 갔습니다만, 날씨 탓(?)인지 물안개는 없고 그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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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적(全人的) 미용이런저런글 2011. 9. 25. 10:12
늦은 오후에 머리를 자르려고 미용실에 갔습니다. 원래 머리를 자르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지나는 길에 우연히 본 미용실이 남자 미용실이라고 쓰여 있어서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미용사가 남자인 것은 당연하겠지요. 다른 미용실에 비해서 단출한 것이 우선 좋았습니다. 젊은 미용사인데 서울에서 일하다가 지친 마음을 고향에서 여유롭게 풀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간 나는 대로 산에도 다니는데,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요. 처음에는 어색한 점도 있었지만,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가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대답도 하게 되었습니다. 머리에 대한 손질 요령도 이것저것 알려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남자의 맵시는 이마에서 시작해 머리 뒤끝에서 완성된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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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정전이런저런글 2011. 9. 17. 21:55
지난 15일(목)에 벌어진 예고 없는 대규모 정전으로 전국이 혼란에 빠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그 후유증이 대단히 커서 대통령부터 나서서 책임 소재를 묻겠다 하니 아마도 지식경제부 장관은 물러날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정전 사태를 두고, 정부 당국의 전력 수요 예측 실패가 부른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이상기후의 상황에서는 전력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은 점점 더해 갈 것입니다. 누구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것은 누구를 탓할 것 없이 인간의 삶의 행태가 점점 더 에너지의 고갈을 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의 지질학자 케네스 드페이스는 화석연료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면서 “지난 2005년 (미국의)추수감사절 즈음에 (세계)석유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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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길 위에서이런저런글 2011. 8. 30. 00:34
날씨가 여전히 후덥지근하지만, 시간을 내어서 청양군에 있는 줄무덤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갈 때는 높은 습도 때문에 편하지 않은 몸이었지만, 땀 흘려 순교자의 발아래 서니 어디선가 그렇게도 불어오는 바람은 마치 정화수처럼 마음마저 시원하게 만들었습니다. 청양 다락골 줄무덤 성지는 청양군 화성면 농암리 다락골에 있는 천주교 순교자 묘지입니다. 줄무덤이란 한 무덤에 여러 사람을 함께 묻었다고 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줄무덤으로 발을 옮기는 데, 바로 옆에 있는 밭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정갈하게 고랑을 일구고 씨앗을 뿌린 밭 가운데서 뽑히지 않고 자라는 식물이 신기했습니다. 옆에서 결명자 같다고 말해 줍니다. 아마 씨가 날라와서 뿌리를 내린 것 같은데, 뽑지 않은 농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고, 마치 새 생명을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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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암(落花岩)에 오르다이런저런글 2011. 8. 20. 13:55
우리나라에는 두 곳의 낙화암(落花岩)이 있는데, 하나는 수많은 백제 궁녀가 몸을 던졌다는 부여의 백마강(금강)에 있고, 하나는 단종이 승하하자 그를 모시던 궁녀와 시종들이 몸을 던졌다는 영월의 금장강(동강)에 있다. 하지만 낙화암 하면 사람들은 대체로 부소산(扶蘇山) 서쪽 낭떠러지 바위를 떠올린다. 옛적 오랜 왕국의 마지막 숨결 자락에서 몸을 던져야 했던 삼천궁녀의 비탄이 지금도 마음을 아리게 하기 때문이리라. 삼천궁녀는 사실 숫자가 아니다. 옛 중국 쪽 문헌을 보면 많은 궁녀는 무조건 ‘삼천궁녀’로 나온다. 그러니까 삼천궁녀는 대단히 많은 숫자의 궁녀란 뜻일 것이다. 그것은 또한 망국의 슬픔이 극에 달했다는 표현이기도 하겠다. 마침 TV를 잠깐 볼라치면 '계백'이라는 드라마가 눈에 띈다. 친근한 궁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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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교회아카데미 보령세미나 후기이런저런글 2011. 7. 15. 11:31
지난 6월 28일(화) 보령시 천북면 시온교회에서 바른교회아카데미 ‘보령세미나’가 열렸다. ‘디아코니아(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교회)’를 주제로 열린 보령세미나는, 지역사회와 심한 이질감을 느끼며 부조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기를 실천할 방법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하며 각자에게 맞는 적용 점을 찾아보기 위해 고민하는 자리였다. 사실, 한국교회의 모든 움직임이 오직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실에서는 이런 세미나도 일종의 성장 세미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교회라는 것이 이를테면 작은 교회가 성장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편으로 나름대로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교회는 당연히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고 있다는 착각 내지는,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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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의 얼굴이런저런글 2011. 6. 22. 19:30
지난 6월 18일(토) 보령 대천천 하상주차장에서 '제3회 보령시 복지박람회'가 열렸습니다. 보령도서관 요청으로 체험마당 봉사자로 참여를 했는데, 끝나고 보니 흐믓한 하루였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사실, 복지박람회라는 말도 처음 알았을 정도로 무지(?)했는데, 이렇게 우리 지역에 많은 분들이 봉사하고 섬기고 나누면서 산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 구석에서 무엇인가 뭉클한 것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여러 복지단체들과 또 마음으로 나눔으로 함께 하는 유관 기관들이 힘을 모아 벌써 3회째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행사가 있었다는 것을 도무지 몰랐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무튼, 저는 인물 크로키를 담당해서 여러 사람의 얼굴을 그려줬습니다. 수를 세어보니 113명이더군요. 계속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