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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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둣길에 서다이런저런글 2020. 5. 3. 22:18
1. 가끔은 걷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상상을 한다. 산티아고 어느 외딴 길, 간신히 찾아든 그늘에서 땀에 젖은 양말을 말리다가 먼발치, 그림자 거두며 사라지는 사람을 향한 그리움에 배낭을 메고 다시 일어서는… 그렇게 상상이 쌓이다가 보령을 떠났다. 걸어야 할 길, 산티아고보다 더 외로운 노둣길에 서기 위해 섬으로 나섰다. 길은 섬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돌 하나 던져서 갯벌에 빠진 너를 건지고, 네가 던진 돌을 딛고 물을 건너는 길이 오래전에 섬에 있었다. 그 길이 찬찬히 걷고 싶은 사람을 부른다. 노둣길 위에서 너의 모습을 돌아보라고. 너는 누구를 위해 돌 하나를 던질 수 있냐고… 2. 아침 6시, 제법 상큼한 공기를 가르며 보령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올라탔다. 목적지는 일단 전남 신안군 압해면 송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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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의 시대이런저런글 2020. 4. 13. 00:04
1. 오서산 기슭을 넘어오다가 산 아랫마을 입구에 걸린 현수막을 봤습니다. 가까이서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현수막이었습니다. 현수막 문구는 ‘몸은 멀게, 마음은 가깝게’였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현수막이었고, 문구 또한 실천 의지를 다잡고 있는 터라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현수막 문구가 계속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시기가 끝나면 세상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긴 합니다. 코로나19 사태는 20세기의 대공황과 세계대전과 비견되는 세기적 사건으로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문명사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계속 나오고 있고요. 현수막 문구는 그동안 길든 사회 구조가 전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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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이런저런글 2020. 2. 9. 23:39
1. 지금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많이 진정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중에는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27명째 이르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져서 전국에서 휴업한 학교도 650곳을 넘어서고 있는 형편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염병은 그 자체 감염도 무섭지만, 그에 대한 이런저런 소문으로 공포감을 극대화해 사람들의 판단 능력을 무디게 하는 것이 더 무서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른 시일 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제압은 어렵겠지만, 바른 판단과 대처로 우리 사회가 안정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 글을 쓰기 며칠 전에 제가 사는 보령 지역 마을 만들기 사업 공모전이 있어서 심사했습니다. 첫날은 심사라기보다 마을 만들기 사업에 공모한 마을들의 사업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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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등을 볼 수 있다면이런저런글 2019. 12. 11. 23:57
1.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고 몸도 으스스해서 가까운 읍내에 있는 목욕탕에 갔습니다. 열탕 온도가 생각보다 높긴 했지만, 참고 몸을 담그니 세상에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가 몇 번 반복 하니 몸이 풀리고 마음도 많이 이완됐습니다. 잠깐 씻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한 분이 다가와서 등을 밀어주겠다고 했습니다. 어색하기도 하고 또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아서 괜찮다고 하는데 어느새 등 뒤로 돌아가서 등을 밀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목욕탕에 와서 등을 밀지 않고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상당히 쾌활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습니다. 몇 마디 주고받다 보니까 저도 상쾌해져서 그분 등도 시원하게(?) 밀어드렸습니다. 처음엔 전혀 모르는 남이어서 무뚝뚝했는데, 서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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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링링'이 가고 난 후이런저런글 2019. 9. 9. 00:36
많은 걱정 속에 제13호 태풍 링링이 지나갔습니다. 링링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귀여운 소녀의 애칭이라고 하는데, 겪어보니 귀여움과는 다르게 사나움이 차고도 넘친 이름이었습니다. 아무튼, 링링이 가고 난 후 혹시나 상처가 났을까 싶어 천북 바다인 천수만을 살짝 둘러봤습니다. 해 질 녘이라서 시간이 짧았지만, 커피 한 잔 마시고 일몰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태풍 링링이 가고 난 후 천수만 모습입니다. 일몰 직후 일몰 후 시간이 지나고... 일몰도 내일을 준비합니다. 어둠이 밀려오면서 등대도 불을 밝힙니다. 등대를 찍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어둠은 늘상 오지만, 그것을 뚫고 가는 빛도 빛나게 다가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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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빵과 염전이런저런글 2019. 8. 20. 22:54
1. 요즘 우리 시대를 특정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감성소비라는 말입니다. 예전과 확연히 다른 소비 형태를 지닌 소비자의 모습을 일컫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스토리를 강력한 마케팅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닿는 스토리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입니다. 보령에서는 천북면 소재 보령우유가 운영하는 우유창고에서 이미 나름대로 잘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똑같은 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똑같은 상품이라도 그 상품에 얽힌 스토리가 있으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소비할 때는 이미 자신을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품의 가치로 볼 때, 우리 보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