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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20 22:54

1. 요즘 우리 시대를 특정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감성소비라는 말입니다. 예전과 확연히 다른 소비 형태를 지닌 소비자의 모습을 일컫기도 합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스토리를 강력한 마케팅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닿는 스토리를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어들입니다. 보령에서는 천북면 소재 보령우유가 운영하는 우유창고에서 이미 나름대로 잘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는 똑같은 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듭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똑같은 상품이라도 그 상품에 얽힌 스토리가 있으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이 스토리가 있는 상품을 소비할 때는 이미 자신을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연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품의 가치로 볼 때, 우리 보령은 훌륭한 스토리 소재를 듬뿍 쌓아두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빌리면, 어느 한 지역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성적 가치를 전달 할 수 있는 스토리로 그 지역의 정체성과 문화를 차별화할 것을 강조합니다. 여기서 지역이란 말 대신 보령을 그대로 넣어도 됩니다. 차별화된 문화 기반 위에 글로벌화가 가능한 스토리 창작 소재 발굴에 집중하면서 확산을 위한 홍보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스토리는 사실(fact)을 기반으로 과거의 것을 소비자의 욕구 충족에 맞게 창작하여 효과적으로 이야기로 풀어가는 작업입니다. 지역의 가치와 그 안에서 살아온 이야기가 반영될 때 감성적 상품을 잘 전달할 수 있습니다.

2. 이런 현장을 보기 위해 요즘 전국 몇 군데를 다니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북 부안을 다녀왔습니다. 부안은 변산반도에 속해있는 지역인데, 변산반도 자체가 부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채석강을 잠깐 보고 곰소만으로 향했습니다. 곰소에는 요즘 제가 가보고 싶은 두 곳이 있기 때문이고, 이 두 곳은 서로 붙어 있어서 강력한 스토리를 만드는 중입니다. 
한 곳은 슬지제빵소라고 하는 찐빵집이고, 한 곳은 소금을 만드는 곰소염전입니다. 두 곳 다 요즘 부안에서 가보고 싶은 장소로 이름을 날리고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와서 찐빵도 먹고, 염전에서 멋진 포즈로 사진도 찍습니다.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에 있는 장소인데,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 이 지역이 지금은 영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지닌 스토리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슬지제빵소는 원래 부안읍 내에서 평범한 찐빵 가게를 운영하던 곳이었습니다. 원래는 양계하다가 어려움을 겪은 후, 10평 규모의 찐빵 가게를 냈다고 합니다. 지금 슬지제빵소를 운영하는 3남매는 어릴 때 부모님의 찐빵 장사가 무척 싫었다고 이야기합니다. 성장하면서 이런저런 갈등을 이겨내고 더 나은 길을 가기 위해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받았고, 특히 2015년 농식품 가공 아이디어 콘테스트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1억 원의 상금도 받았습니다. 그 상금이 지금의 슬지제빵소를 열 수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이후 사업장을 곰소염전 근처로 이전하면서 지역 특화작목인 뽕과 오디에 스토리와 지역 문화를 접목해 오색 찐빵과 팥 음료, 발효 소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염전체험 등 지역의 경관자원과 역사, 문화를 스토리로 엮어 전국에서 찾아오는 이름난 찐빵 가게가 됐습니다.
슬지제빵소는 2018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유공자 시상식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습니다. 100% 우리 밀과 국산 팥으로 만든 오색 찐빵을 영국과 일본, 캐나다 등으로 수출해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드높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슬지제빵소는 레트로(복고주의)가 유행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찾아서 먹고 싶은 곳이 되고 독특한 인테리어로 꼭 가보고 싶은 명소로 SNS(상호 관계망 구축 온라인 서비스) 등에 퍼지면서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3. 슬지제빵소 바로 옆에 곰소염전이 있습니다. 아니, 곰소염전 옆에 슬지제빵소가 있다고 해야 맞는 말입니다. 원래 곰소염전 자리이니까요. 염전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면서 몇 년 전만 해도 곰소염전 풍경은 염전 옆의 천막 등에서 포대에 담은 소금을 팔던 모습이 전부일 정도로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한때는 곰소염전이 골프장이 될 거라는 이야기에 소금 만들던 사람들이 크게 걱정했다고 합니다.
지금 곰소염전은 나이가 들었어도 소금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최고의 소금을 만들겠다는 자부심으로 미네랄 함량이 많고 쓴맛이 없는 소금을 만들고 있습니다. 염전에서 사진을 찍고 소금을 사러 갔다가 염부(소금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로부터 소금 만드는 이야기를 한참 들었습니다. 온몸이 그야말로 햇볕에 타서 시커멓게 그을린 모습인데도 열정적으로 소금 이야기를 하면서 이 소금 한 줌에 내 영혼이 들어있다고 말하는데 참 묘한 감정이 울컥 솟아올랐습니다.

소금은 4월 말이나 5월 초에 생산을 시작해서 10월 중순이면 끝납니다. 소금은 기후 환경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염전에서 일하는 염부들은 하늘을 보고 일기예보를 체득해야 합니다. 비라도 올라치면 염수들을 저장고로 빨리 보내야하므로 염부들은 염전 주위에 붙박이로 살며 수시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염전에 몸을 대고 삽니다. 여름날 염전 옆을 지나가도 일하는 염부들을 볼 수 없는 것은 이들이 꼭두새벽에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염부의 몸이 까맣게 탈수록 더욱 더 하얗고 맛 좋은 소금이 태어납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이 힘든 염전 일을 기피하고, 나이 든 염부들만 염전에 남았습니다.

4. 보통 곰소라고 부르는 이곳은 부안읍에서 서남쪽으로 60리 정도 떨어진 바닷가 마을입니다. 원래 염전으로 유명했지만, 최근에는 지척에 있는 젓갈 단지가 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염전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석양은 부안이 자랑하는 최고 경관 중 하나라고 합니다.
바닷물을 가둬두면 소금이 저절로 생기는 줄 알지만, 긴 기다림과 숱한 땀이 없으면 소금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수문을 열고 바닷물을 저장지에 가두는 일부터 시작합니다. 저장지의 바닷물은 곧 증발지로 가는데, 각 증발지로 갈수록 수분이 증발하면서 염도가 높아집니다. 볕이 좋은 날 새벽에 결정지로 들어간 소금물은 온종일 졸여져 저녁 무렵이 되면 하얗게 엉기기 시작하는데, 이걸 일러 소금꽃이 핀다고 합니다. 그렇게 노심초사해도 바닷물을 열 말 가두면 한 되의 소금밖에 안 나온다고 합니다.

싼값으로 무장한 중국산 소금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들어오니 소금의 질이 좋기로 소문난 곰소염전도 새우양식장으로 둔갑하고 지금은 80ha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양길의 염전들은 오래 묵은 진득함으로 시대의 격랑에 맞서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아이 목욕탕 같은 미니 염전과 ‘염전 체험’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이 현재 곰소염전을 그나마 살리고 있었습니다. 새 모습의 소금창고, 소금을 나르기 위한 레일 설치를 비롯한 노동 강도를 줄여주는 염전 시설의 현대화 등도 정부지원금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보령의 도시재생 모습과 같습니다. 

5. 어쩌면 곰소염전의 수명은 오래가기 어려울지 모릅니다. 워낙 노동 강도가 힘들어서 명맥이 끊길 형편이니까요. 서두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소금도 중요하지만 스토리를 생성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감성소비를 이끄는 스토리가 염전의 미래를 새롭게 이끌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염전에서 고생한 이야기를 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소금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살아가기 위해서 소금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소금은 반드시 구매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산 소금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면 안타까운 일이지요. 이렇게 좋은 소금이 중국산에 밀리지 않도록, 오히려 영혼이 들어 있는 곰소염전의 소금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일은 곰소염전의 앞날과 닿아있습니다. 이렇게 고생한 소금을 잘 파는 일은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소비자가 곰소염전의 가치와 살아온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면 누구라도 즐겁게 소금을 구매할 것입니다. 제가 즐거운 마음으로 소금을 구매한 것처럼요. 곰소염전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들으니 소금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소염전의 모습은 사람의 감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듭니다. 요즘 이처럼 큰 자산은 없습니다. 일반적인 소금 지명도로 본다면 전남 신안군 소금도 강자에 속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쉽게 다가와 볼 수 있는 여건은 곰소염전이 훨씬 앞섭니다. 그리고 제대로 만든 소금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만든 자체는 이미 스토리의 감동입니다.
많은 노력을 하는 슬지제빵소도 원래는 평범한 찐빵집이었습니다.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곰소염전 옆으로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곰소염전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옆으로 왔다면 정말 대단한 선택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곰소염전과 함께 있어서 그 가치가 더 드러나고 있다고 여겨지니까요. 물론 홈쇼핑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되는 찐빵을 보면 슬지제빵소의 실력은 아주 탄탄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시너지 효과를 부르는 곰소염전과의 스토리는 앞으로 그보다 더 긴 생명력을 제공한다고 봅니다. 곰소염전도 슬지제빵소와 잘 연결될 때 곰소염전의 스토리가 더 확산하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슬지제빵소와 곰소염전이 계속해서 스토리를 잘 만들어 간다면 아주 모범적인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6. 보령은 곰소염전 같은 성주 탄광이 있고 목장 길, 장항선 철길, 대천천 습지 등으로 이어지는 원도심이 있습니다. 슬지제빵소 같은 새로운 도전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마을 만들기가 진행되고 도시재생 사업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제가 곰소염전 이야기를 한 것은 곰소의 어려웠던 시절과 사양길에 접어든 지금 모습이 오히려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 가서 보니 그 가능성이 무척 높아 보였고, 이것은 우리 보령에도 희망을 주는 모습으로 비쳤습니다. 주차장 확보 등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령만이 가진 가치를 끄집어내고 스토리를 발굴하는 일이 무척 중요합니다. 사양길이라고 무관심하거나 포기하면 새로운 길은 열리지 않습니다. 지금 보령 원도심 도시재생의 숙제 해결도 여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가진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줄까는 우리 모두의 고민이 돼야 합니다. 

내가 여기서 물건을 사야겠다, 또는 내가 여기를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감성소비와 닿아 있습니다. 감성소비는 즉흥적인 소비와 전혀 다른 개념입니다. 오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입니다. 요즘 창업을 위해 노력하는 몇 분을 돕고자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때로 안타까운 점은 본인의 눈높이에만 맞춰서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있기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다행입니다. 소비자는, 또는 방문자는 내 눈높이에 맞춰지는 분이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기준으로 살아가고 결정합니다. 이것을 인정하고 같이 가야 합니다. 감성소비는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7. 슬지제빵소는 일반 찐빵집이 될 수 있었음에도 감성소비를 이끄는 스토리를 잘 만들었습니다. 진실한 노력의 결과는 소비자에게 인정을 받았고, 그간의 스토리는 그 가치를 훨씬 크게 키웠습니다. 그 가치를 사기 위해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그리고 먹으면서 즐거워합니다. 곰소염전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그동안의 과정을 이야기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염전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소가 되었고, 소금에 대한 친근함을 갖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염전에서 사진을 찍었거나 염전을 둘러본 사람들은 곰소염전 소금에 관한 신뢰를 높게 가졌을 것입니다. 현장에서도 소금을 많이 구매할 것이고, 아마 집 근처 시장에 소금을 사러 갔다가 그중 곰소염전 이름을 봤다면 대번에 이 소금을 구매할 것입니다. 곰소염전의 스토리는 지난 세월만큼 쌓여있습니다.

희망이 없던 자리에 새파란 풀이 돋아나고 사람 발걸음이 분주합니다. 말라붙어야 정상일 것 같은 염전에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뭉실뭉실 떠다닙니다. 대천천의 하늘과 구름을 이어붙이고 원도심 골목길에 사람들의 발걸음을 연결합니다. 구) 서울병원 자리에서 이야기가 마르지 않게 나오고 작은 역사 탐방로에서 조잘조잘 이야기가 쉴 틈이 없습니다. 어느새 현대시장에서 보령의 음식이 맛있게 차려지고 중앙시장 끝자락에서는 쉽게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조금만 더 있자면서 자리에 앉습니다. 눈앞에서는 보령사람이 작은 악기로 연주를 시작합니다. 마음을 아예 풀어 젖힙니다. 보령 이야기가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꿈을 꾸면서 부안 곰소를 잘 둘러보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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