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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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 후 일몰농촌이야기 2020. 11. 28. 18:25
아마 저것만 해도 만 평이 훌쩍 넘을 것 같은 고구마밭... 천북 가는 길, 지나면서 그 많은 사람이 심고 수확하고 옮기고 정리하고 그렇게 땀 흘리는 모습을 보고 또 봤는데 엊그저께는 덩그러니 트랙터 한 대만 자리에서 일몰을 벗 삼아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는지 바라보기만 해도 알 것 같아 가만히 옆에서 일몰만 보다가 어깨 스치며 내려왔습니다. 이제 눈 내리면 저 붉은 것 위로 파르스름하니 하얗게 지나는 사람 부르겠지요. 눈 녹을 때쯤은 감춰 둔 희망이 고구마처럼 줄기줄기 엮어져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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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을 위한 전환농촌이야기 2020. 8. 10. 13:56
1. 가까운 마을에 가게가 하나 있는데, 가게 입구에 자목련 한 그루가 소담하게 있습니다. 잎이 무성해서 시원한 그늘막을 쳐놓은 것처럼 마을 사람들 쉼터 역할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막걸리 한 잔 마시기 참 좋은 곳입니다. 날씨가 조금 괜찮다 싶으면 늦은 오후에는 어김없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보는 사람도 아늑하고 잠시 지나쳐도 마음은 그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기세등등하면서 마을 사람들 발길이 드문드문해졌습니다. 자목련이 한 번 피고 지고 푸른 잎 다시 풍성해도 의자는 먼지만 수북합니다. 올해는 다 흐트러졌습니다. 코로나 19 여파는 작은 마을마저 빈자리를 만들고, 정겨움을 막아섭니다. 작년부터 충남 교육행복지구 사업 일환으로 보령에 마을학교를 만들고 마을과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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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학교농촌이야기 2019. 8. 11. 22:35
1. 마을학교 연수회에 참석했는데 교육부에서 온, 장학사 출신으로 혁신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유쾌한 강사가 두 아들에 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큰아들은 공부를 잘해서 수능 성적이 무척 우수하게 나오고 대학도 무난히 들어갔으나 둘째 아들은 변함없이 눈을 의심할 정도의 성적을 받아왔기 때문에 아예 대학 갈 생각을 포기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귀를 더욱 쫑긋하며 들었습니다. 그런데 큰 아들은 오직 공부만 잘하는 아이였고, 둘째 아들은 오직 공부만 못하는 아이였다니 듣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고 흥미진진해졌습니다. 한 번은 아이들과 해외여행을 갔는데, 출국장에서 큰 아이가 나간 후 둘째가 자기 나이를 영어로 쓰지 못해서 당황했다는 이야기와, 출국장 밖에 나와서는 큰아이가 목이 말라 물을 찾으면서도 물 한 병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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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마을도 좋아요농촌이야기 2019. 4. 11. 09:53
1. 제가 사는 신죽리 마을은 90세 근저에 있는 분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장수하시는 어른들이 늘어나서 좋기도 하지만, 젊은이라고는 한 갑자(甲子) 도는 제가 그 자리를 차지고 있는 마당에 마을이 연로해지는 느낌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얼마 전에도 박채희 할머니가 어떻게 사시는지 둘러보러 갔다가 나이를 여쭸더니 90세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외모는 당연히 나이 드신 티가 많이 나지만, 그래도 90세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지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마 옛 생각이 나시는 가 봅니다. 제 손을 잡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나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일찍 시집와서 속상해.’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냐고 물어보니 하시는 말씀이, 일제 강점기 말에 시국이 정신없는 가운데 남자들은 징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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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천북양조장농촌이야기 2019. 2. 11. 01:34
1. 그러니까 꼭 10년 전입니다. 꽃 한 송이로 시작한 마을 축제가 어느덧 5년째 접어들고 사람들 왕래가 잦아지면서 마을 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마을에 오시는 분들과 마을의 오래된 맛을 나누고 싶었는데 제대로 만든 술이 으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 몇 분과 술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술 담그기를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담근 술은 제가 생각한 맛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술 만드는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니 충분한 발효과정과 숙성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빨리 술을 만들기 위해 도수 높은 소주를 첨가해서 술맛을 조절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마을에서 술을 만드는 일반적인(?) 방식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일제 강점기를 거치고 1964년 이후 막걸리에 쌀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술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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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북양조장농촌이야기 2019. 1. 26. 11:23
보령시 천북면엔 문을 닫은 양조장 건물이 있습니다. 이름하여 '천북양조장'입니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으려고 합니다. 며칠 동안 무허가 증축된 건물을 철거하고, 광장(마당)을 정리하고, 잔뜩 쌓여있던 쓰레기를 처리했습니다. 비용도 상상이상으로 들었습니다. 붉은 벽돌 양조장 건물이라 많은 상상을 일으킵니다. 공간도 제법 있고, 관리사 건물엔 방도 여러 개 있습니다. 예술적 감흥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일단 사진 촬영 장소로도 무척 좋습니다. '천북양조장',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떤 것을 하든지 농촌에서 문화와 예술의 거점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천북양조장 현재 모습을 사진으로 몇 장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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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시 마을대회농촌이야기 2018. 12. 17. 12:22
지난 11일(화), 보령시 마을대회가 열렸습니다. 2018년 마을사업을 정리하면서 마을대회를 나름 수준있게(?) 열었습니다. 올 한 해 각 마을이 어떤 일을 했는지 발표도 했고, 수고한 분에게 마을대상 시상도 했습니다. 특히 문화예술공동체 사업을 3년 계획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참여한 10개 마을이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잘 하고 있어서 모두 즐거웠습니다. 보령시 마을대회 모습입니다. 사진 중 오케스트라는 마을 농민들로 구성된 음악 동아리입니다. 60세, 70세가 넘어서 처음 악기를 잡았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연주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