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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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만둣집이런저런글 2018. 10. 11. 22:02
1. 찬찬히 창문에 붙어있는 단어를 봤다. 임대. 또렷하게 글자가 박혀있었다. 고개를 들어 건물 위쪽 상호 간판을 봤다. 코끼리 만두. 분명히 코끼리 만둣집이었다. 순간 마음 한 귀퉁이가 아려왔다. 자주는 아니고 가끔 들렸지만, 그래도 잘 되기를 바라고 또 길게 가기를 바란 가게였다. 가끔은 장사가 잘 안되는 것 같아서 걱정도 들었지만, 이렇게 가게를 정리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주인아주머니가 그동안 무척 힘들었었나 보다. 아니면, 다른 일이 생겼을까? “저기, 만두 2만 원어치만 주세요.”늦은 오후,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새참을 사러 나왔는데 마땅한 것이 눈에 띄질 않았다. 이러저리 둘러보는데 만둣가게에서 따뜻한 연기가 무럭무럭 나온다. 순간 만두가 좋겠다고 생각하여 자연스럽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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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오케스트라 꿈을 펴다농촌이야기 2018. 8. 11. 23:29
1. 지금부터 일 년도 조금 더 된 즈음, 여기서 농촌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한 번 했습니다. 그때 대략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악기라곤 가끔 흥에 겨워 장단 맞추느라고 젓가락 정도 들었을 할아버지 할머니들(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닌 분도 있습니다만)이 모처럼 마음을 굳게 먹고 읍내 작은 오케스트라단 신입생 모집에 응했다고요. 얼마 전에 아내와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여러 악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신선한 일이고, 그동안 우리 사회가 이런저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습니다. 읍내에 한 교회에서 작은 오케스트라 단원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즐거운 상상이 펼쳐졌습니다. ‘오, 이런 농촌에서 오케스트라라니….’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가 이런 기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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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송정마을보령여행 2018. 6. 25. 00:16
지난 23일(토) 부여군 양화면 송정마을 여행을 했습니다. 도깨비불 'FREE FESTIVAL' 때 즉석 제안에 즉석 응답, 그리고 날짜를 정해서 출발했습니다. 부여군과 서천군 경계에 있는 송정마을은 현재 30여 가구가 사는데 대부분 70~80대 주민들입니다. 그래도 의욕을 가지고 창조지역사업에 도전해서 '그림책 읽는 마을 찻집 조성' 프로그램을 3년에 걸쳐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훌륭하게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물로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개인 그림책 23권을 출간했습니다. 그리고 송정마을을 배경으로 한 창작 그림책을 모두 3권으로 출간했습니다. 채록한 이야기만 150시간, 원고지 약 3000매. 무엇보다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농촌 특유의 묘사, 이야기 방식이 그 자체로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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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고민농촌이야기 2018. 4. 12. 17:58
1. 먼저 초고령화에 접어든 농촌의 두 마을 이야기를 합니다. 두 마을 다 제가 살거나 가까운 지역이어서 이름을 그대로 밝히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편의상 A 마을과 B 마을로 해둡니다. 2. A 마을은 산속에 있는 마을입니다. 오래된 마을이기도 하지만, 고령화가 무척 빠르고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곳입니다. 그런데 십여 년 전부터 귀촌하는 가정이 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원주민 가정과 비교하면 귀촌한 가정도 꽤 됩니다. 아무래도 귀촌한 분들이 더 젊고 활기찹니다. A 마을은 오래도록 석탄광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연로한 분들은 대부분 젊은 시절 석탄광산 광부로 일을 했습니다. 80년대 후반 이후 석탄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그 후로 농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석탄광산 지역은 석탄 산업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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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학교 1학년 구하기농촌이야기 2018. 2. 8. 00:03
1. 드디어 시내에서 신입생 한 명이 오기로 했다. 지난 일 년 동안 농촌학교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건강한 농촌학교는 아이의 미래를 위한 아름다운 투자라고 여러 사람에게 설명했는데, 그중 엄마 한 분이 동의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이 학교 보내는 일로 남편과 다툼도 있었고, 같이 아이를 보내기로 했던 엄마들은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면서 포기했다. 마음이 흔들리는 속에서도 일본에서 공부할 때 지켜봤던 일본의 교육 환경도 떠올리고, 그간 낙동초등학교를 방문하면서 농촌학교의 단점보다 장점을 더 크게 그리면서 아이를 보내는 결단을 했다. 25km 거리지만, 시내 1,300명 학교의 일원보다 농촌 28명 학교의 일원이 아이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 여겼다. 나도 책임감이 커졌다. 지난 12년 동안 만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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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웃이 필요하다이런저런글 2017. 12. 10. 21:44
1. 마을여행을 온 이들이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중년 여성 한 사람이 자기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도 몸이 좋진 않지만, 얼마 전에는 혼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온몸에 마비가 와서 겁이 덜컥 났습니다. 직감적으로 곧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느꼈고 마지막 힘을 내서 SNS 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힘들어요. 누구라도 나를 병원으로 옮겨주세요.’ 그리고는 쓰러지다시피 누워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잠시 후 여러 곳에서 네 사람이 달려왔습니다. 그중 한 사람은 오면서 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는 대로 조치를 해주도록 요청까지 했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났을 텐데 이웃의 도움으로 지금은 이렇게 마을여행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식사도 잘했습니다." 그러자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