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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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이응노에게’이런저런글 2022. 10. 10. 09:58
1. 먼저 천상병 시인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천상병 시인의 시를 20대 중반에 접했고, 그의 삶을 알았다. 1987년을 기점으로 20대 후반 내 갈 길의 전환점을 맞으며 마지막 작곡한 노래, 그리고 지금도 가끔 부르는 노래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그때, 참으로 이 시가 좋았다. 천상병 시인이 1970년에 발표한 시이다. 천상병 시인은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면서 6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전기고문을 당하면서 삶이 망가졌다. 결혼은 했다. 1993년에 세상을 떠났다. 동백림사건은 40여 년이 지난 뒤에야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로부터 당시 고통을 당한 이들에게 정부는 포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1967년 7월 8일 중앙정보부는 동베를린(동백림)을 거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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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역(廣川驛)이런저런글 2022. 9. 5. 17:04
광천역은 홍성군이지만, 천북(川北)에서 광천역은 홍성이 아니다. 대천역은 낯설어도 광천역은 친근하다. 마을회관 앞에 차 세워놓듯이 광천역은 그렇게 주변에 차를 대놓고 서울 다녀오는 곳이다. 어쩌다 마주치는 역무원은 무심하다. 적당히 편안하다.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도 천천히 지나간다. 광천역과 청소역 사이는 아름답다. 곡선의 미학이 자연과 어우러진다. 기차가 마냥 구부러진다. 산기슭을 돌아 머리부터 내미는 기차 모습은 이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장항선의 예술이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봐야 하지 않을까. 괜히 안타깝다. 서울을 다녀왔다. 광천역을 떠나서 다시 오기까지 모습을 사진에 몇 장 담았다. 밤늦게 도착할 땐 조금 피곤하긴 하다. 그래도 어둠 속에서 광천역사 문을 지나면 마음이 넓어진다. 이제 금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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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의 집'이런저런글 2022. 8. 16. 00:13
. . 충남 미술관 중 무척 좋아하는 미술관이 2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홍성 홍북면 중계리에 있는 고암 이응노 생가터에 세운 '이응노의 집'입니다. 815 광복절, 바람이 무척 세차게 부는 날 오후... 중계리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지금 '이응노의 드로잉'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고암 선생의 이런저런 드로잉을 보면서 민족의 아픔을 예술로 더욱더 승화시킨 그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역사 탐방으로 건국대 학생들이 단체로 온 것을 보면서 돌아왔습니다. . . . . - 2022년 8월 15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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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생각이런저런글 2022. 8. 12. 10:05
1. 먼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글을 썼던 존 버거의 사진글을 인용합니다. “사진은 보이는 것들의 기록이다. 사진이 예술 작품보다는 심전도 기록에 가깝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사진의) 환상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사진은 대부분 예술이라는 범주의 바깥에 있다. 사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실행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증거다. 하나의 사진은 이 특정한 대상이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진가의 선택의 결과다.” 존 버거는 사진의 선택이란 X와 Y 중에 무엇을 찍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 아니라, X의 순간에 찍을 것인가 Y의 순간에 찍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진의 가장 대중적인 용도가 X의 순간에 담은, 혹은 Y의 순간에 담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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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함께 산다는 것…이런저런글 2022. 6. 10. 09:50
1.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수목원 카페에 들렀는데, ‘옆 마을에 상(喪) 난 것 아시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어느 집에 상이 낫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하루 전에 세상 떠난 이는 50을 갓 넘긴 여성인데, 중학생 시절부터 몸이 아파 집 안에만 있다가 최근에 몸이 극도로 약해져서 생을 마감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마을에서 산 지 꼭 30년이 되었고 옆 마을도 자주 다니면서 마을 사람을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상이 난 이야기는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아픔이었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니, 어려서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몸도 허약해서 주변에서는 신병(神病)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보통 무당이 되기 전에 이유 없이 앓는 병을 신병이라고 통칭하는데, 정말 신병이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