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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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생각이런저런글 2022. 8. 12. 10:05
1. 먼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글을 썼던 존 버거의 사진글을 인용합니다. “사진은 보이는 것들의 기록이다. 사진이 예술 작품보다는 심전도 기록에 가깝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사진의) 환상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사진은 대부분 예술이라는 범주의 바깥에 있다. 사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실행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증거다. 하나의 사진은 이 특정한 대상이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진가의 선택의 결과다.” 존 버거는 사진의 선택이란 X와 Y 중에 무엇을 찍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 아니라, X의 순간에 찍을 것인가 Y의 순간에 찍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진의 가장 대중적인 용도가 X의 순간에 담은, 혹은 Y의 순간에 담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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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함께 산다는 것…이런저런글 2022. 6. 10. 09:50
1.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수목원 카페에 들렀는데, ‘옆 마을에 상(喪) 난 것 아시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어느 집에 상이 낫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하루 전에 세상 떠난 이는 50을 갓 넘긴 여성인데, 중학생 시절부터 몸이 아파 집 안에만 있다가 최근에 몸이 극도로 약해져서 생을 마감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마을에서 산 지 꼭 30년이 되었고 옆 마을도 자주 다니면서 마을 사람을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상이 난 이야기는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아픔이었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니, 어려서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몸도 허약해서 주변에서는 신병(神病)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보통 무당이 되기 전에 이유 없이 앓는 병을 신병이라고 통칭하는데, 정말 신병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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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의집' 풍경이런저런글 2022. 6. 6. 23:39
이응노는 1904년 홍성에서 태어나 1989년 파리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온 삶을 그림으로 채운 화가입니다. 일본 유학을 거쳐 해방 후에는 새로 개설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를 지냈습니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50대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갔습니다. 이응노는 한국의 전통 서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을 선보여 유럽 예술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가 남긴 3만 여점의 작품은 전통 서화부터 현대의 추상에 이르기까지 매우 폭넓고 다양합니다. 이응노는 우리 근현대사의 비극을 삶 속에서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1960년대에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러야했고 다시는 그리던 고국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동양의 전통 위에 서양의 새로운 방식을 조화롭게 접목한 독창적인 창작 세계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체제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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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봄날이런저런글 2022. 5. 18. 18:58
. . 나에게 수덕사는 수덕여관이었습니다. 20여 년도 훨씬 전에 수덕여관 이응로 화백의 문자 추상 암각화를 보던 게 좋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힘든데 뭣 하러 그런 걸 하냐고 말리는 부인에게 삼라만상을 담았노라 웃었다는 이응노 화백... 수덕여관 밥이 맛있었습니다. 손님이 오거나 바람 쐬러 가면 늘 들어가던 방에서 갖가지 반찬과 정감이 어우러져 올라온 밥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다녀오면 즐거웠습니다. 정작 수덕사 경내는 가끔 갔습니다. 700년도 훨씬 넘은 대웅전. 그 뒤꼍 기둥에 귀를 기울이면 오래전 신심(信心) 하나로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이 기둥을 다듬고 또 다듬었을 그 이야기를 듣는 듯했습니다. 수덕사는 신죽리에서 30분 거리입니다. 오면서 한용운 생가로 돌아가기도 하는, 그런 길입니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