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
축제, '제11회 온새미로축제'농촌이야기 2015. 10. 9. 22:31
유쾌한 농촌 축제인 '제11회 온새미로 축제'가10월 30일(금)~31일(토)에 보령시 천북면 신죽리수목원에서 열립니다. 올해로 11회째입니다.작은 꽃화분을 모아서 시작한 들꽃축제가 십 년을 훌쩍 넘어섰습니다.그동안 이름도 '들꽃축제'에서 언제나 변함없다는 '온새미로축제'로 바뀌었습니다. 소박합니다.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아닙니다.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도 있습니다. 숲, 바람, 사람, 먹을거리, 그리고 즐거움.그것이 전부입니다.그저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농촌의 가을을 즐기는 축제입니다. 30일(금)은 작년부터 '커피축제'로 문을 열었습니다.커피가 주는 소통의 능력을 살려서 농촌의 생명을 함께 누리고자 함입니다.멋진 카페도 수목원 안에 만들었고, 농산물판매장도 예쁘게 만들었습니다.단순히..
-
농촌과 농업에 대한 단상(斷想)농촌이야기 2015. 8. 12. 23:29
올여름은 비가 그렇게 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장마가 끝나니 불볕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유난한 것 같은 폭염은 힘들어도 가을을 빛낼 많은 생명이 더위 속에서 점점 제 모습을 갖춰갑니다. 강아지풀도 기세를 멈추지 않습니다. 서재 옆의 강아지풀은 친근함이 더합니다.강아지풀을 볼 때마다 언제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누구라도 그렇겠지요.손바닥에 올려놓고 강아지 부르듯이 당기면 살살 간질이던 느낌은 지금도 즐거움입니다. 강아지풀은 잡초라고 천대를 받지만, 옛날에는 구황식물로 사용되기도 했고,우리가 잡곡으로 먹는 조(粟)의 원조이기도 합니다.흔한 것 같아도 오염에 약해서 이제 도심지에서는 갈수록 보기 어려운 녀석이지요. 더위 속에서 휴식을 찾을 때면 가끔 농민들과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제가 친환경 미생물 농업에 ..
-
여기만 하겠니?농촌이야기 2015. 6. 10. 18:47
요즘 낙심천만이다. 농촌에 살면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적은 별로 없었다. 오래도록 함께 살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누구라도 주변에서 죽음을 맞는 일이야 당연한 인간사이니 낯선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분들이 마치 여행 가듯이 훌훌 떠나는 일은 처음이니 남은 사람들이 받는 충격이 크다. 돌아보니 나도 나이가 들었지만 지난 세월에 모두 연로해졌다. 연로해지니 힘이 없어지고, 그간 농사짓느라 쌓인 중노동의 흔적이 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마음이 아픈 것은 그래도 농사를 쉴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식의 부양을 받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다. 몸을 가누기 어려워도 농사를 지어야 근근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몸이 아파도 일 때문에 ..
-
농촌 창업농촌이야기 2015. 4. 10. 22:32
최근에 내가 사는 농촌 마을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여하고 있다. 그간 마을 축제를 하면서 작은 수목원을 가꿔왔는데 그곳에서 이른바 농촌 어메니티를 활용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마을에 사람들이 찾아오면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카페가 하나 정도 필요해서 카페를 만드는 일도 하고 있고, 마을의 여성들 가운데 야생화를 잘 키우는 이들도 있어서 다육식물이나 야생화를 전시하고 판매도 하는 식물원도 만들고 있다. 또 젖소 키우는 농부와 함께 치즈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고, 발효효소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도 계획하고 있다. 헌 축사를 개조한 전시장과 수목원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숲길 걷기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는데, 하려고 하는 사업을 여기에 열거하자니 너무 많아서(?)..
-
마을농촌이야기 2015. 2. 8. 01:52
우리 농촌은 그동안 한국 사회의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왔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생명농업의 변질, 돈에 이끌리는 농촌, 농업에 대한 존중 상실로 인한 농적(農的) 가치관 부재의 농민으로 모습을 변질시키며 농촌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마을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마을공동체 문화가 붕괴하였고 그나마 잔존해 있던 농촌문화도 그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예전의 농촌 마을공동체 붕괴가 산업화로 말미암은 도시로 쏠림 현상이었다면, 지금의 농촌 마을공동체 붕괴는 농업정책에 따른 영향이 크다. 지금까지 농업정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규모를 극대화해 소득증대를 이루는 농가 혹은 기업이지, 작은 규모 때문에 생산성이 낮게 취급되는 소농이나 마을..
-
청포대 독살농촌이야기 2014. 7. 2. 10:02
요즘 충남의 아름다운 풍경을 작은 마을들이 자원화(?)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즐거운 곳이 많습니다. 풍경뿐만 아니라 순교지 탐방, 농촌 체험, 도시 관광 등 그 외에도 우리가 창의적으로 생각한다면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사진들은 태안군 남면 청포대 바닷가 풍경입니다. 이곳은 독살(고기를 잡기 위해 해안가에 쌓아 놓은 돌담) 체험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시간을 내서 체험놀이를 갔습니다. 즐거움이야 말할 수 없었죠. 청포대해수욕장 독살 풍경 독살은 간만의 차이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잡는 전통 방식 중 하나입니다. 맨손으로 잡기도 하고, 쪽대를 이용해서 잡기도 합니다. 물웅덩이가 작아도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함께 협동심을 발휘하면 조상들의 지혜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독살 체험단 ..
-
투쟁(鬪爭)농촌이야기 2014. 4. 11. 14:01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호주 통상투자장관이 한국∙호주 FTA에 서명하기 사흘 전, 들꽃마당이 있는 신죽리 할머니들이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마을에 들어오는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 건축을 반대하며 공사현장으로 투입되는 덤프트럭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모인 장소는 신죽리 농로(農路). 마을을 통과해서 건축현장으로 가는 길이기도 했지만, 전략적(?)으로도 좁은 길이어서 막기가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올해 봄은 유난히도 더웠는데, 하필이면 행동개시한 날부터는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서 감기하고도 싸워야했습니다. 지금 우리 마을과 똑같은 상황이 경북 구미시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구미시의 가축분뇨공동자원화시설이 금오공대와 밀접한 지역에 들어서기로 하면서 금오공대 구성원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여..
-
마른 땅 꽃 한 송이에게서농촌이야기 2014. 2. 13. 00:05
가까이 지내는 어떤 분이 지난가을 농촌학교 운동회에 다녀온 단상을 글로 썼습니다. 계절적으로는 시간이 한참 지난 글이었지만 그래도 찬찬히 읽어가니 정겨운 모습도 떠오르고 어릴 적 생각도 나서 좋았습니다.글의 내용인즉슨,어린 시절 운동회에 대한 추억은 지금도 삶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는데, 요즘 농촌학교 운동회는 줄어드는 학생 수로 인해 안타까움만 커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운동회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한 청팀 백팀 이어달리기 이야기를 했습니다. 막내아들이 청팀이었는데, 힘찬 응원을 받으며 잘 달리던 청팀이 그만 이어달리기 바통을 놓치는 바람에 백팀과의 시합에서 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씩씩거렸을 것 같은 막내아들보다도 그 이야기를 읽는 제가 더 원통(?)했습니다. 사실 이어달리기의 승패는 바통 전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