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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밤의 잔치농촌이야기 2010. 8. 8. 17:35
아이들이 길 위에 섰다. 그리고 준비한 노래와 율동을 시작했다. 쏟아지는 박수 소리에 마지막 남은 노을이 여운을 슬며시 거둬들인다. 무더운 여름 습도는 높고, 숨결은 끈적거린다. 마주 앉기 편하진 않지만 한 여름 밤의 잔치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 하늘 아래 여름의 땀이 뜨겁지 않으랴 만은 그래도 농촌에서 흘리는 땀방울이 탐스러운 것은 논두렁 밭두렁에 남은 발자국마다 내가 스쳐간 생명이 긴 호흡을 내뿜기 때문이다. 하늘거리는 풀잎의 초대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 이슬대신 땀방울을 달아놓고 그 옆에 누운 적은 있는지? 있다면 무더위 속에서도 살랑대는 바람소리가 그리울 테고 없어도 눈앞에 그려지는 속삭임이 있다면 그 속으로 들어오라. 젊은 땀방울은 힘없는 우리 농촌에겐 보약덩어리. 아낌없이 뿌리고 또 뿌린 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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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초등학교 합창단꿈꾸는아이들 2010. 8. 6. 17:31
낙동초등학교 합창단은 전교생 48명입니다. 노래 잘하고 못하고도 없고, 키가 큰지 작은지 전혀 상관없습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오직 낙동초등학교에 들어오면 멋진 합창단원이 됩니다. 그래도 이젠 제법 유명(?)합니다. 이번엔 보령시 초등학교 합창부분에 출전해서 당당히 금상도 받았습니다. kbs방송 사이트에서 '천상의 수업'으로 검색하면 낙동초등학교 합창단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YWCA에서 '평화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보령시 문예예술회관 대기실 입장 노래 '두껍아 문지기' 지휘 - 이경태 선생님, 반주 - 김지영 선생님, 지도 - 이지은 선생님 *8월 28일(토) 낙동초등학교 강당에서 조촐한 연주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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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궁남지이런저런글 2010. 6. 27. 17:45
보통 백제의 별궁(別宮) 연못으로 추측되며, 특히 백제 무왕(武王)의 출생설화와 관계가 있다는 부여 궁남지(宮南池). 백제의 대표적인 인공 연못인 궁남지는 궁의 남쪽에 못을 파 20여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채우고, 주위에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중심에는 섬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연못 주변에 피는 다양한 연꽃들이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무안 회산백련지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연꽃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궁남지 한가운데는 포룡정(抱龍亭)이란 정자가 섬처럼 떠 있습니다. 모임이 있어서 부여에 갔다가 혹시 연꽃 구경을 할 수 있을까 싶어 들렀는데, 아직은 연잎만 무성하고 연꽃은 이제 듬성듬성 나기 시작하더군요. 수련(睡蓮)은 이미 무성하고... 아쉽기도 했지만 언제 또 들를까 싶어 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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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에서 길을 잃다꿈꾸는아이들 2010. 6. 11. 15:50
청설모 가로지르는 산길을 지나 바닷게 헤집은 갯길을 따라 작은 농촌학교를 실어 나른 지 4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길마다 농촌학교와 아이들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꽃처럼 피어났습니다. 2009년 통폐합 시점을 지나서도 여전히 통폐합 대상학교 1순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들지 않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그동안 낡은 15인승 승합차는 스스로 힘을 내 아이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습니다. 매끄럽지 못한 길 위에서 이런저런 고생을 한 승합차가 안쓰러운지 이번에 지자체 시의회에서 새로운 차량을 농촌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새로운 차에 대한 반가움보다도 그동안 수고를 뒤로 한 채 퇴역해야 하는 차에 대한 애틋함이 더 컸지만···. 이번에 바뀐 승합차는 그동안 고생했던 차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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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나문재에서이런저런글 2010. 6. 1. 20:17
아이폰으로 올리는 첫 글입니다. 창기리교회에 왔다가 바로 옆에 있는 나문재에 왔습니다. 나문재는 원래 세섬이라고 불리던 섬 안의 섬이었는데, 지금은 나문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하는군요.. 저는 처음에 들었을 때는 '남은재'로 들었고 지명 이름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모래톱에서 자라는 식물이름이라고 하는군요. 한 번 자세히 알아봐야겠어요. 아이폰이라서 글쓰기가 쉽지않군요. 아무튼 멋진 곳입니다. 감탄이 나올 수 있는 곳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느낌이 다르겠지만... 일단 풍경보다는 식사를 했던 레스토랑 실내 모습 한 장 올리면서 이이폰 글쓰기는 여기까지 합니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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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내려앉은 자리에 핀 풀꽃...들꽃마당 2010. 4. 21. 18:01
운동을 하려고 보령 청소년수련관에 갔는데, 다른 일정이 겹쳐서 모두들 올 때까지 한 시간 정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사진기를 들고 잔디밭을 걷다보니 작은 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에는 크게(?) 보이지만, 사실은 여간 눈을 부라리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놈들입니다. 마침 옆에 있던 분이 사진 찍을 게 어디 있느냐고 한 마디 하는 소리에 이놈들이 서운했던지 더 당당하게 얼굴을 내밉니다. 세상에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자리에서 꿋꿋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것도 아름답게. 봄맞이꽃(1) 봄이 내려앉은 자리마다 피어나는 풀꽃. 봄맞이, 긴병풀꽃, 별꽃, 솜나물, 꽃마리, 황새냉이꽃, 누운주름잎, 유럽점나도나물, 큰개불알풀, 민들레, 제비꽃, 현호색 등등... 더 많은 자리에서 갖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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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꽃이 있었네...이런저런글 2010. 4. 14. 01:48
여러분은 언제부터 꽃을 알았나요? 부끄러울 것도 없이 말하건대 나는 도통 아는 것 하나 없다가 들꽃마당 천북에 와서야 꽃을 겨우 알았습니다. 작은 꽃의 손짓을. 처음엔 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알아서들 피는 것으로만 생각했어요. 봄이 되어도 봄의 훈기만 생각했지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가녀린 싹의 애씀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름은 특별한 녀석들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봄을 만드는 작디작은 이름들을···. 이름도 그럴듯한 봄맞이꽃부터 복수초, 노루귀, 개불알풀, 매발톱, 돌단풍, 말냉이, 광대나물, 제비꽃, 냉이꽃, 별꽃, 유럽점나도나물, 괭이밥, 애기똥풀 등등. ‘리’자로 끝나는 이름들도 신기했습니다. 꽃마리, 개나리, 으아리, 히어리 등등. 발아래 피는 꽃이라고 잡풀 취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