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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14. 01:48



여러분은 언제부터 꽃을 알았나요?
부끄러울 것도 없이 말하건대 나는 도통 아는 것 하나 없다가
들꽃마당 천북에 와서야 꽃을 겨우 알았습니다. 작은 꽃의 손짓을.

처음엔 꽃이 무엇인지 몰랐습니다. 그냥 알아서들 피는 것으로만 생각했어요.
봄이 되어도 봄의 훈기만 생각했지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가녀린 싹의 애씀은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름은 특별한 녀석들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혹시 들어보셨나요? 봄을 만드는 작디작은 이름들을···.
이름도 그럴듯한 봄맞이꽃부터 복수초, 노루귀, 개불알풀, 매발톱, 돌단풍,
말냉이, 광대나물, 제비꽃, 냉이꽃, 별꽃, 유럽점나도나물, 괭이밥, 애기똥풀 등등.
‘리’자로 끝나는 이름들도 신기했습니다. 꽃마리, 개나리, 으아리, 히어리 등등.




발아래 피는 꽃이라고 잡풀 취급을 받는 녀석들도 있지만
가만히 이름을 불러보면, 고개 들고(?) 쳐다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요.
꽃 이름 하나 알아서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꽃 이름 하나 알아서 세상을 좀 더 품을 수 있다면 힘이 되는 일 아닌가요.
봄은 저 혼자 오지 않고 그렇게 꽃 하나하나를 보듬으며 오더군요.




꽃은 일찍 피고 지지만 봄날 내내 작은 몸짓 작은 생각으로 살아 있습니다.
작은 싹이 고개를 내민 후 스스로 줄기를 이루고 잎을 피고 향기를 날리며
자연과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생명의 파동은 결코 없어지지 않지요.
아마 느끼지 못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충만한 공기를 마시면서도
공기 속에 내가 있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봄바람 심하게 요동치던 어느 봄날
주변의 들꽃 들풀 지기 전에 사람들을 불렀습니다.
그렇게 ‘들꽃축제’로 시작한 ‘온새미로축제’가 이제 여섯 번째를 맞았네요.
온새미로는 자연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말입니다.
사실은 축제라기보다 함께 꽃 이야기를 나누며 봄놀이 하자는 것이지요.
어설프지만 바쁜 농번기에도 풀꽃 같은 농민들이 꽃과 어울려
스스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잔치를 벌인다는 것은 대단합니다.
수동적인 모습이라도 때로는 창조적인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하늘, 땅, 사람의 기운이 하나로 합쳐진 바람은
발아래 놓인 풀꽃처럼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살아온 농민들의
마음을 살랑살랑 건드립니다.
이 땅속에서 이렇게 많은 생명이 솟아오르는구나 다시 보게 하고
발에 밟히는 감촉을 통해 우리가 함께하는 구나를 느끼게 합니다.
근사한 꽃 잔치를 기대하며 온 사람들에게도
오히려 작은 꽃들이 작은 풀들이 만드는 봄의 힘을 보여주고요.

거기에 작디작은 꽃이 있었습니다.
꽃 등을 밟고 사람들이 오고, 잔치가 피어납니다.
꽃이 아닌 줄 알았던 것들도 숨겨둔 이름을 끄집어냅니다.
이름 외우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 이름 하나하나 불러봅니다.
그 이름이 모아져서 농촌의 건강한 자리가 드러납니다.




여러분은 언제부터 꽃을 알았나요?
아는 것 하나 없던 나는 이제야 꽃을 봅니다.
작은 꽃의 손짓 따라 작은 길을 걸어 봄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아무도 보이지 않던 들녘이 갑자기 부산해졌습니다.
여기저기서 나 좀 봐 소리치네요.
아, 돌아보니 세상은 낮은 곳에서부터 언제나 꽉 차 있었군요.




텅 빈 세상만 보이는 분도 있나요?
그러면 얼마 전의 나 같은 분이군요.
오세요. 작은 길을 걸어서 꽃이 있는 자리로 오세요.
봄도 저 혼자 오는 것이 아니랍니다.
같이 오세요. 꽃들이 벌이는 잔치의 자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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