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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원(吾園) 장승업이런저런글 2013. 10. 20. 15:38
임실을 다녀온 여운을 뒤로한 채, 다음 날 아침 일찍 경기도 안성엘 다녀왔다.작은 갤러리에서 여러 그림을 감상할 기회를 가졌는데, 오원(吾園) 장승업이 그린 '국화'가 있었다. 비교적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우나 단숨에 그려낸 필력이 눈길을 잡아끌었다.무심코 나이를 보니, 그가 산 세상이 지금까지의 나와 얼추 비슷하다.본시 장승업에 대한 친근감이 있었으니 지금 그의 그림은 더 반가웠다.갤러리에 머문 시간 중 절반 이상을 그의 그림 앞에 있었다.욕심에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사진 한 장을 담았다.조명 때문에 위아래 농도가 일정치 않다. 가만히 그림을 보면서, 장승업은 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를 생각했다.붓을 잡고 화선지를 흘깃 본 후가운데부터 줄기를 간단히, 그리고 부드럽게 아래로 그렸을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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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로 온 쑥부쟁이이런저런글 2013. 10. 20. 14:36
그야말로 가을 하늘이 빛나던 날,낙동 학교 교장 선생님을 비롯해서 몇몇 분들과 함께 학교 발전의 본보기로 삼기 위해 전라북도 임실에 있는 마암초등학교에 다녀왔습니다. 마암초등학교는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선생이 1997년부터 2002년까지 교사로 근무했던 곳입니다. 그때는 마암초등학교가 아니라 마암분교였는데, 아이들과 즐겁게 놀고, 시(詩)를 함께 쓰는 모습이 책으로 나오고, 또 KBS 인간극장에 방영되면서 널리 알려진 학교이기도 합니다. 16명을 오가던 분교가 그 후 2005년에 학생 수 증가로 초등학교로 승격되었고, 지금은 전교생이 75명인 학교가 되었습니다. 주변에는 경관이 아름다운 옥정호가 있고,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삼 분의 이가 넘는 학생이 인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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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협동이런저런글 2013. 10. 13. 18:11
사회의 진보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협동을 택할 때 사회적으로 최선의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이 어떤 조건에서 협동하는지,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생물학 및 수학과 교수인 마틴 노박은 그 조건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첫째, 혈연 선택입니다. 동물이나 인간 세상에서 광범위하게 관찰되는 협동, 특히 자신을 희생하는 협동은 대부분 핏줄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몸을 던져 물에 빠진 자식을 구하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살리기 위한 행위라는 얘기입니다. 둘째, 직접 상호성입니다. 다시 또 만날 사람에게 비협조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손해라는 것입니다. 상호적 이타성이라고도 하며, 결국에는 이기적 행동의 결과라고 봅니다. 셋째, 간접 상호성입니다.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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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 '임창용'이런저런글 2013. 10. 13. 17:56
‘임창용’이란 야구 선수가 있습니다. 올해 서른일곱 먹은 늙은(?) 선수입니다. 그런데 지난 9월 8일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신인 선수로 새 출발을 했습니다. 임창용은 야구를 처음 시작한 선수가 아닙니다. 이미 1995년에 해태타이거즈 팀에 입단했으니 프로야구에서만 19년째입니다. 년 수만 봐도 대단한 선수라고 할 수 있지요. 2005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을 때 모두가 “임창용은 끝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악물고 재활에 성공했고, 2007년 일본 야구에 도전을 할 때는 일본 프로야구단인 야쿠르트 스왈로스에서 외국인 최저연봉인 2천만엔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실력은 결코 최저 연봉이 아니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시속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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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런저런글 2013. 10. 11. 00:36
미셸 투르니에의 '짧은 글 긴 침묵'을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어젯밤은 잘 잤다. 나의 불행도 잠이 들었으니까. 아마도 불행은 침대 밑 깔개 위에서 웅크리고 밤을 지낸 것 같다. 나는 그보다 먼저 일어났다. 그래서 잠시 동안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을 맛보았다. 나는 세상의 첫 아침을 향하여 눈을 뜬 최초의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밑에 이렇게 적어 놓았다. "인생은 행복과 불행의 싸움이다. 그 싸움은 아침에 눈을 뜰 때부터 시작된다. 불행이 미처 깨어나기 전에, 그 불행을 밀어내고 행복하게 눈을 뜨면, 그 날은 하루 종일 행복으로 가득한 새로운 첫날이 된다." .................. 행복을 찾아내는 사람이 행복하다.행복은 멀리서 크게 있는 게 아니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자잘한 일상 속에 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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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밥꿈꾸는아이들 2013. 10. 10. 16:22
아이들 밥 먹는 모습을 재미있게, 즐겁게 지켜봤습니다. 질서 있게 줄을 서고, 예의를 갖추고 밥을 타서 자기 자리로 가는 모습부터 보기가 좋았습니다. 아이들 밥 먹는 모습에서 왜 이리도 행복함을 느끼는지요. 문득 평화의 진정한 모습은 아이들이 편안하게 밥 먹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은 하늘이라고 한다지요. 왜 밥을 하늘이라고 표현했을까요? 아마도 밥 속에 하늘의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누구에게라도 온몸을 주어서 생명의 씨앗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나 아닌 네 속으로 모두 들어가게 하는 그 마음 말이지요. 함께 나누는 밥상이야말로 생명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일상적인 모습인 것 같습니다. 김지하는 이렇게도 말했습니다.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