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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2 10:28

  들꽃마당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홍성군 문당리에서 지난 6월 6일(토) ‘제15차 오리쌀 이야기축제’가 열렸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이날 축제에 참가한 이들의 상당수는 생협회원을 비롯한 도시 소비자들로 멀리서 참 많이 왔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마을 곳곳을 헤집고 다니면서 건강한 농촌의 내음을 듬뿍 담는 모습이 보기에도 흐뭇합니다.


  축제 제목이 오리쌀이듯이 축제의 화두는' 쌀'입니다. 마을 입구에서 등록을 하면 한 가정이나 혹은 한 사람 앞에 500g들이 홍미(붉은쌀) 한 봉지를 나눠줍니다. 이 쌀 한 봉지가 축제에 사용할 화폐입니다. 돌아다니면서 쌀 한 줌씩 내면 주먹밥과 식혜를 곁들인 인절미, 찐 감자와 수박과 부침개, 그리고 삶은 강낭콩과 돼지고기와 막걸리 등을 사먹을 수 있습니다. 또 쌀 한 줌이면 마을을 빙빙 운행하는 트랙터버스도 탈 수 있습니다. 상당히 흐뭇하고 재미있는 축제였습니다. 그리고 원래 행사가 끝나면 빈 봉투에 다시 쌀을 채워서 가져가게 하는데, 이 날은 여러 색깔의 오리쌀을 퀴즈 선물로 많이 나눠줬습니다.

  사실 쌀을 화폐로 사용하는 의미는 쌀의 귀중함을 깨우치게 할 뿐만 아니라, 아낌없이 쌀을 다 내놓은 봉투는 다시 한 봉지의 쌀로 되돌아오고 절반을 내놓은 이에게는 절반만큼 다시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나누는 삶의 귀중함을 인식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홍성 문당리가 어떤 곳이냐고요?
  문당리는 친환경 유기농업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입니다. 오리농법으로 대표되는 이곳 환경농업은 지난 30년간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자발적이고 진취적인 농민상을 만들어 가고 있는 곳이고, 마을의 100년 미래의 계획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지난 세기 동안 위대한 평민을 배출해 낸 풀무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농부 노무현의 꿈을 도와서 봉하마을에 오리농법을 전해준 곳입니다. 농부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 주민들을 인솔하고 문당리를 방문하기로 날짜까지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연기가 된 그의 방문은 안타깝게도 이제는 기다릴 수 없는 약속이 되었습니다.


  문당리에서 오리를 보다보니 아무래도 오리농법에 힘을 쏟았던 바보 노무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생각과 우리 농촌의 현실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봉하에서 띄운 두 번째 편지 중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개발시대에 버려진 한국 농촌의 모습, 농민 스스로의 마음에서도 버림을 받은 농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동안 대통령은 무엇을 했을까? 자꾸만 부끄러워집니다.” 봉하마을로 내려 온 그에게 오리농법은 아마도 새로운 도전의 중요한 시작 가운데 하나였을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자고 했을까요?
  그가 한 말입니다. “우리 농민에게 차별적 농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쌀시장이 개방되는) 2014년 이후가 되면 무슨 재주가 있겠습니까. 미국 쌀과 한국 쌀의 차별성을 무엇으로 만들 것이냐, (지금 방식으론) 대책 없는 것 아니냐? 쌀값을 더 받느냐, 안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더 이상 우리 쌀을 팔 데가 없어집니다. 우리 쌀을 사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우리 쌀을 사는 이유.... 그것은 우리 농촌이 사람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오리농법으로 대표되는 유기농업을 시작으로 녹색마을을 만들고, 이를 근거로 하여 모순 덩어리인 도시와 농촌관계를 새로운 틀에서 정립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그가 숙제로 삼아 온 남북 분단체제의 극복과 지역주의 극복 못지않게 도시와 농촌의 불평등 체제의 극복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끼니마다 무심코 대하는 먹을거리마저 이미 시장논리를 앞세운 차별과 배제가 아주 중요한 성분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은 오히려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농민의 배를 곯게 하고 있습니다.


  꿈일까요? 그의 말처럼 농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좀 더 나아가 도회지에서 살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이 돌아가면 안전하게 노후생활을 하고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우리가 농촌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함께 어우러져서 우리 농촌이 도회지 사는 사람도 가보고 싶고, 또 나아가 살고 싶은 곳이 되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건강하게 먹고 사는 것의 근본이 여기구나를 깨닫는 것 말입니다.

  오늘 문당리에서 그 꿈을 봅니다.
  오는 사람들 배를 곯지 않게 할뿐더러, 든든하게 먹고 마시고 농촌이 주는 생명의 숨소리에 취해 이곳저곳에서 마냥 웃어대는 그들과 함께 덩실대는 농촌의 모습을 봅니다. 시장 논리에 건강한 쌀을 결코 빼앗기지 않고, 단순한 쌀만이 아닌 그 속에 인간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감사가 함께 섞여 있는 생명의 쌀을 아낌없이 나누는 어머니 농촌을 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성장과 경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용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고, 건강한 마음으로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어내고 나아가서 서로를 유쾌하게 해주는 세상인 것을 봅니다. 머리를 물속에 박고, 지치지 않고 연신 입질을 해대는 새끼 오리들을 보면서 저것들이 물 밖으로 나올 때쯤이면 그만큼 꿈이 이루어지는 것을 상상합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 못내 아쉬웠지만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문당리에서 나눠준 오리쌀과 함께 이곳저곳에서 생겨난 꿈도 주섬주섬 챙겨들고 개망초 피어있는 농로를 걸어 나왔습니다. 돌아가는 사람들 뒤에서는 징이 울리고 꽹과리가 소리를 내면서 다시 또 기쁜 마음으로 오라고 말합니다. 
  그 소리도 가득 차게 담았습니다. 가는 길에 모 심다가 쉬고 있는 논이 있으면 던져주고, 남은 것은 들꽃마당에 심어보려고요. 문당리에서 맺히고 있는 열매가 들꽃마당에서도 주렁주렁 달려야겠지요. 새로운 마음으로 힘을 다해서 돌봐주고 열매를 맺으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웃으면서 나눠 줄게요. 먹어보라고, 그리고 남은 것은 가지고 가서 정성껏 심어보라고. 그렇게 바보의 꿈이 커지고 문당리의 꿈이 커지면 똑똑한 사람들도 사람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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