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
농촌기본소득이런저런글 2022. 2. 10. 23:40
1.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 특히 농촌(농산어촌 포함하는 말) 지역에 소멸이라는 단어가 붙은 지 제법 됩니다. 농촌에서 살다 보니 소멸이 피부에 와 닿는 속도가 확확 느껴집니다. 정말 소멸이 될지 알 수 없지만 그러나 국가, 지역, 마을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곳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농촌 소멸이 단지 농촌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니니까요. 사람의 몸은 새끼손가락만 아파도 힘을 쓰기 어렵습니다. 새끼손가락이 나하고 상관없다고 할 수 없지요.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이 시간이 지나면서 공동체를 흔들고 삶의 불안을 키웁니다. 요즘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는 모습은 모든 일이 나와 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농촌이 그렇습니다. 농촌의 공익적 가치는 우리 삶의 기반입니다. 돈 되는 농업은 우리..
-
보령에서 홉(hop)이 자란다농촌이야기 2021. 7. 24. 16:22
맥주를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는 물, 홉, 몰트, 효모 등 4가지입니다. 그중 홉(Hop)은 맥주 하면 떠오르는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홉은 다른 요소보다 늦게 맥주의 첨가물이 되었고, 홉의 성분에 대한 연구는 20세기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홉(hop)은 덩굴식물로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맥주의 원료로 심기 시작한 것은 8세기 후반부터이며 14세기 후반에는 독일 곳곳에서 널리 재배되었습니다. 홉은 암꽃의 이삭을 건조한 것만 맥주의 원료로 사용합니다. 홉에는 부작용이 없는 최면 작용이 있어서 유럽의 민간에서는 진정·진경·진통 등으로도 사용하고 있다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1934년경 함경남도 혜산 지방에서 처음으로 재배되었다고 하는데, 당시의 재배법은 낙엽송 ·대나..
-
회복을 위한 전환농촌이야기 2020. 8. 10. 13:56
1. 가까운 마을에 가게가 하나 있는데, 가게 입구에 자목련 한 그루가 소담하게 있습니다. 잎이 무성해서 시원한 그늘막을 쳐놓은 것처럼 마을 사람들 쉼터 역할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오고 가면서 막걸리 한 잔 마시기 참 좋은 곳입니다. 날씨가 조금 괜찮다 싶으면 늦은 오후에는 어김없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보는 사람도 아늑하고 잠시 지나쳐도 마음은 그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19가 기세등등하면서 마을 사람들 발길이 드문드문해졌습니다. 자목련이 한 번 피고 지고 푸른 잎 다시 풍성해도 의자는 먼지만 수북합니다. 올해는 다 흐트러졌습니다. 코로나 19 여파는 작은 마을마저 빈자리를 만들고, 정겨움을 막아섭니다. 작년부터 충남 교육행복지구 사업 일환으로 보령에 마을학교를 만들고 마을과 학..
-
밥 한 공기 300원농촌이야기 2018. 12. 13. 16:45
1. 긴 프롤로그 2018년 12월 1일,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전국농민대회가 열렸습니다. 농민대회 참석자들은 밥 한 공기 300원 보장과 쌀 목표가격 24만 원을 외쳤습니다. 농민의 생존권이 밥 한 공기 300원에 연결됐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쌀 목표가격(앞으로 5년간 변동직불금의 기준이 되는)을 19만6000원(80㎏당)으로 책정한 가운데, 농민들은 “밥 한 공기 300원을 80kg으로 환산한 쌀 목표가격 24만 원은 농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껌 한 통, 커피 한 잔 가격보다 낮은 밥 한 공기 값이 최소한 300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18년 11월 통계청 통계를 보면, 산지 쌀값이 20kg에 4만8421원입니다. 5kg이면 1만2105원 수준입니다. 2017년과 단순 비교하면..
-
빈 들의 샌드위치이런저런글 2017. 4. 13. 13:57
봄이 오면 시기적으로 일교차가 크다 보니까 아침에 안개가 자욱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앞을 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요즘은 이상기온과 미세먼지로 인해 흐릿한 날씨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길을 나서면 안개 때문에 답답합니다.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조급해지고요. 신호등도 안개 때문에 보이질 않습니다. 길을 가로지를 때는 무척 위험해서 눈을 부릅뜨고 핸들 잡은 손에 힘을 주면 머리도 아픕니다.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는데 그 길을 가기가 이렇게 힘 든다니. 그러나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 힘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날마다 이렇게 안개가 자욱하다면 도대체 운전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안개 낀 모습은 농촌의..
-
농촌과 농업에 대한 단상(斷想)농촌이야기 2015. 8. 12. 23:29
올여름은 비가 그렇게 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장마가 끝나니 불볕더위가 찾아왔습니다. 유난한 것 같은 폭염은 힘들어도 가을을 빛낼 많은 생명이 더위 속에서 점점 제 모습을 갖춰갑니다. 강아지풀도 기세를 멈추지 않습니다. 서재 옆의 강아지풀은 친근함이 더합니다.강아지풀을 볼 때마다 언제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누구라도 그렇겠지요.손바닥에 올려놓고 강아지 부르듯이 당기면 살살 간질이던 느낌은 지금도 즐거움입니다. 강아지풀은 잡초라고 천대를 받지만, 옛날에는 구황식물로 사용되기도 했고,우리가 잡곡으로 먹는 조(粟)의 원조이기도 합니다.흔한 것 같아도 오염에 약해서 이제 도심지에서는 갈수록 보기 어려운 녀석이지요. 더위 속에서 휴식을 찾을 때면 가끔 농민들과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제가 친환경 미생물 농업에 ..
-
마을농촌이야기 2015. 2. 8. 01:52
우리 농촌은 그동안 한국 사회의 근대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에 변화를 거듭해 왔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생명농업의 변질, 돈에 이끌리는 농촌, 농업에 대한 존중 상실로 인한 농적(農的) 가치관 부재의 농민으로 모습을 변질시키며 농촌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마을의 붕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마을공동체 문화가 붕괴하였고 그나마 잔존해 있던 농촌문화도 그 모습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예전의 농촌 마을공동체 붕괴가 산업화로 말미암은 도시로 쏠림 현상이었다면, 지금의 농촌 마을공동체 붕괴는 농업정책에 따른 영향이 크다. 지금까지 농업정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규모를 극대화해 소득증대를 이루는 농가 혹은 기업이지, 작은 규모 때문에 생산성이 낮게 취급되는 소농이나 마을..
-
사과를 사는 사람농촌이야기 2013. 6. 10. 23:10
미국 미네소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빨갛고 맛이 좋아 상품가치가 꽤 높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미네소타 지역에 커다란 우박이 떨어졌습니다. 수확을 앞두고 있던 사과들은 모조리 땅으로 떨어졌습니다. 기가 막힐 일이지요. 하지만 아연실색한 농민들 사이에 한 젊은 청년은 절묘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우박 맞은 사과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자연의 혜택을 그대로 머금은 사과입니다. 이 사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몇십 년 만에 한 번 내린다는 우박을 맞은 천연 제품입니다. 그 덕분에 맛 또한 꿀맛입니다.' 얼마 후 우박 맞은 사과는 모두 팔리고 매출액도 급상승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하코다 다다아키라는 일본 작가가 쓴 ‘떨어진 사과를 팔아라!’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이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는 여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