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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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에서 길을 잃다꿈꾸는아이들 2010. 6. 11. 15:50
청설모 가로지르는 산길을 지나 바닷게 헤집은 갯길을 따라 작은 농촌학교를 실어 나른 지 4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길마다 농촌학교와 아이들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들꽃처럼 피어났습니다. 2009년 통폐합 시점을 지나서도 여전히 통폐합 대상학교 1순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들지 않는 아이들 웃음소리에 그동안 낡은 15인승 승합차는 스스로 힘을 내 아이들을 부지런히 실어 날랐습니다. 매끄럽지 못한 길 위에서 이런저런 고생을 한 승합차가 안쓰러운지 이번에 지자체 시의회에서 새로운 차량을 농촌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새로운 차에 대한 반가움보다도 그동안 수고를 뒤로 한 채 퇴역해야 하는 차에 대한 애틋함이 더 컸지만···. 이번에 바뀐 승합차는 그동안 고생했던 차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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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바닷길, 사람 길농촌이야기 2010. 2. 6. 20:06
루쉰의 마지막 구절을 읽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버려야 할 것들과 단절을 염두에 두면서 새로운 사회와 민중을 향해 갖는 가능성에 희망을 여는 루쉰의 글은 오늘도 새로운 의미를 담아냅니다. 세상에 희망이 자기만의 모습을 갖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시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그곳에 희망이 만들어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희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가능성에 마음을 여는 것’, 그리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은 그렇게 모습을 갖춥니다. 그러나 걸어가는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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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소리농촌이야기 2009. 5. 18. 10:30
제프리 톰슨이라는 미국의 세계적인 신경음향학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강의를 한 적도 있는데, 그의 이론 중에 자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바이오 튜닝 기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고유한 목소리의 주파수가 뇌와 몸을 지배하고 있으며, 모든 세포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사람의 척추에 이상이 생겼을 때 같은 주파수를 가진 소리를 들려주면 뼈가 진동을 하면서 움직이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 이론의 핵심은 뼈가 자신과 동일한 주파수의 소리에 공명하여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테면, 산모가 출산을 하면서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 소리에 따라 뼈가 움직이면서 산도가 열리고, 태아도 엄마의 목소리를 응원가 삼아 더 쉽게 세상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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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힘이런저런글 2009. 1. 19. 09:10
*M.J.라이언의 '감사'(혜문서관 출판)를 읽고 나는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농촌지역의 한 초등학교 스쿨버스 자원기사를 하고 있다. 농촌의 열악한 현실은 지역학교의 통폐합을 강요하고 있고, 농촌학교들은 마치 병명을 알아버린 환자처럼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지역의 희망인 학교가 약해지니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처량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학교가 통폐합 될 땐 되더라도 수수방관하기엔 학교로 가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마냥 흩어지고 버려지는 것이 너무 아깝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아이들의 웃음을 이리 저리 담아서 지역에 흩뿌리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이 혹시나 희망이라는 열매를 달고 자라날 수 있을까 내심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을 날마다 실어 나르는 것이 힘든 일이라고 주변에서는 말하지만, 그러나 아이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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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바다꿈꾸는아이들 2008. 9. 21. 22:52
보령시 천북면 학성리 오후 5시 바다 보령 천북 바다는 아이들 발자국 소리가 잔파도처럼 밀려오는 오후 5시가 되면 스르르 일어납니다. 나른한 햇살에 게슴츠레 누워 있다가도 살살 간질이는 아이들 소리에 마지못한 척 자리를 내 줍니다. 그리고 아직은 바다 위에 있는 햇살을 붙잡아 길게 늘어뜨립니다. 햇살 사이사이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또 다른 파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오후 5시는 학교가 문을 닫고 아이들은 집에 가는 시간입니다. 철봉 아래 모래 바닥에 가방 하나 덩그러니 놓아두고 농로 따라 덜컹이는 학교 버스를 타면 이길 저길 돌아서 진달래 고개 너머 바지락 씻어내는 바다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도 무엇을 먹었는지 지치지 않고 쏟아내는 그 많은 이야기들 장하기도 해라 쉬지 않고 움직이는 그 몸부림 오히려 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