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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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산책이런저런글 2023. 8. 9. 12:04
1. 지난여름은 서울 거리를 많이 걸었습니다. 그동안 서울을 자주(?) 갔어도 거의 대중교통을 이용했지, 이렇게 많은 곳을 걷지는 못했습니다. 요즘 진지하게 사진 공부를 하고 있는데, 이번 여름 사진 공부는 서울의 이곳저곳을 걸으면서 사진에 담아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이 얼마나 더웠습니까? 세상에, 서울에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더위를 먹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농촌에서도 겪지 않은 일인데요. 그래도 땀 흘리며 사진 찍는 일이 즐거웠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골목길을 걸으면서 놀라기도 했고요. 특히 사직동 언덕길 그 골목들… 사진 공부하는 중에 5번 정도 서울 길을 걸었는데, 그중 잊지 못할 길이 경희궁3가길을 따라 사직로6길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일반적인 서울 사람도 아마 가보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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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힘을 내야 한다고 여전히 부탁해꿈꾸는아이들 2023. 2. 10. 23:03
지난 2월 7일 저녁 7시 50분경. 서재 책상에 놓인 전화기 소리가 울렸습니다. 마침 이것저것 살피는 중이라서 무심코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수화기에서 조그맣게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목사님, 저 익서예요.” 갑자기 마음이 저렸습니다. 익서의 전화는 늘 마음이 저립니다. 두어 달 전쯤인가, 겨울이 시작될 무렵 그때도 전화가 왔었습니다. “뭐 하니?” “내포에서 배달 일하고 있어요.”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잘 먹고 있어요.” “몸 관리 잘해야 한다.” “잘하고 있어요.” “배달은 힘들지 않고?” “할 만해요.” “집은?” “주공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아마 기초생활수급자여서 홍성군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듯했습니다. 임대아파트 배정됐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거든요. 그때와 비슷한 내용의 통화가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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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이응노에게’이런저런글 2022. 10. 10. 09:58
1. 먼저 천상병 시인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천상병 시인의 시를 20대 중반에 접했고, 그의 삶을 알았다. 1987년을 기점으로 20대 후반 내 갈 길의 전환점을 맞으며 마지막 작곡한 노래, 그리고 지금도 가끔 부르는 노래가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다. 그때, 참으로 이 시가 좋았다. 천상병 시인이 1970년에 발표한 시이다. 천상병 시인은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되면서 6개월간 옥고를 치렀고, 전기고문을 당하면서 삶이 망가졌다. 결혼은 했다. 1993년에 세상을 떠났다. 동백림사건은 40여 년이 지난 뒤에야 ‘국정원 과거사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로부터 당시 고통을 당한 이들에게 정부는 포괄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1967년 7월 8일 중앙정보부는 동베를린(동백림)을 거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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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함께 산다는 것…이런저런글 2022. 6. 10. 09:50
1.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수목원 카페에 들렀는데, ‘옆 마을에 상(喪) 난 것 아시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어느 집에 상이 낫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하루 전에 세상 떠난 이는 50을 갓 넘긴 여성인데, 중학생 시절부터 몸이 아파 집 안에만 있다가 최근에 몸이 극도로 약해져서 생을 마감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마을에서 산 지 꼭 30년이 되었고 옆 마을도 자주 다니면서 마을 사람을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상이 난 이야기는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아픔이었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니, 어려서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몸도 허약해서 주변에서는 신병(神病)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보통 무당이 되기 전에 이유 없이 앓는 병을 신병이라고 통칭하는데, 정말 신병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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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기억하는 것’농촌이야기 2021. 8. 11. 15:01
1. 인터넷에서 사진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일간신문 사진기자였던 사진가 강재훈의 전시회 사진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시회 이름은 ‘들꽃 피는 학교, 분교’로, 30여 년 동안 기록한 이 땅의 작은 학교인 분교들을 촬영한 사진전이었습니다. 전시회는 작년 2020년 6월 9일(화)부터 7월 19일(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강재훈 사진가는 33년간 신문사의 사진기자였으며, 사라져가는 분교를 틈틈이 30여 년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 전시회 외에도 여러 사진 전시회와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진기자 강재훈이라는 이름은 신문을 통해 알았지만, 사진가로서 그의 사진을 깊이 있게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들꽃 피는 학교, 분교’ 전시회 사진 몇 장을 보니, 90년대 초부터 30년 동안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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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문화재생이런저런글 2018. 6. 14. 12:13
1. “조무래기들은 도깨비불만 보면 네 그르니 내 옳으니 하며 짜그락거리기 일쑤였고, 그러면 나이 좀 있는 사람이 얼른 쉬쉬하면서, 도깨비가 듣겠다고 나무라 주게 마련이었던 것이다.” -이문구 에서-“어떤 사람이 문득 집 안채와 바깥채 사이에 시퍼런 불이 커다랗게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불은 순식간에 열 개로 갈라져 번갯불같이 수직 벼랑에 한 줄로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도깨비불이 하나씩 나오더니 여섯 개가 서로 붙어서 하나가 되었다. (중략)” 농경사회에서 빈번하게 출현했던 도깨비불은 현재 사라졌습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도깨비불은 아득히 먼 옛날이야기로 우리 귀에 맴돕니다. 생각해보면, 도깨비불은 두려움과 그것을 이기고자 하는 갈망이라고 여겨집니다. 도깨비불 이야기는 삶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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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마음의 기적이런저런글 2015. 1. 11. 00:55
제가 고정으로 글쓰기 하는 곳 중, ‘공동선’이라는 격월간지가 있습니다. 공동선에는 여러 좋은 글들이 실리는데, 그중 서영남 선생이 인천에서 운영하는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는 늘 감동을 줍니다. 민들레국수집은 2003년 서영남 선생이 수도자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운영하는 무료식당입니다. 정부지원도 받지 않고, 생색내면서 주는 돈은 더욱 받지 않고, 어떤 조직도 만들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섭리에 기대면서 배고픈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고 공짜로 맘껏 밥 먹을 수 있게 하는 아주 조그마한 식당입니다. 민들레국수집도 가진 것이 없으므로 자원봉사하는 분들의 손길이 무척 필요한 곳입니다. 처음에는 여섯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식탁 하나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스무 명이 넘게 식사할 수 있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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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 씨 마음으로이런저런글 2014. 12. 11. 01:29
"2015년은 동수 씨의 마음으로" 동수 씨가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헛기침하는 목소리는 벌써 떨립니다. 더구나 조금 전까지 내린 눈 때문에 몸까지 떨리는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침을 삼킵니다. “이렇게 좋은 집을 미천한 저에게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살겠습니다.” 순간 미천하다고 스스로 깎아내리는 동수 씨의 말에 몸이 움찔거렸습니다. 왜 미천하다고 자신을 표현했을까? 의도하지 않게 그냥 나온 말일까?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사를 하는 동수 씨의 얼굴이 추운 날씨 때문인지 더 작게 보였습니다. 우리 지역에 있는 대기업에서는 해마다 한두 가정을 선정해서 사랑의 집을 지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직원들이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 기금을 모으고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