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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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서서이런저런글 2020. 10. 12. 23:27
1. 30여 년 전, 농촌에 처음 왔을 때, 그때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인사하며 자주 보니 알게 되고, 이런저런 길도 아침저녁 다니면서 알게 되었는데, 주변의 풀과 꽃은 도무지 알 수 없더군요. 잡초라고 이야기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지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어느 날, 모른다는 것이 너무 무심한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손에 쥘만한 디지털카메라 한 대 사서 주변 풀과 꽃을 찍었습니다. 꽃 모습을 외우고 풀 모습 특징을 새기고 이름을 적고, 때로는 인화해서 머리맡에 붙여두었습니다. 이름을 알기 시작하니 세상이 조금씩 달리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안다는 것이 참 이상하더군요. 뭔가 풍성해진 느낌이랄까. 꽃밭을 만들면서 바닷가 석축 근처 버려진 돌을 주워다가 흙더미 쌓은 주위에 둘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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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는 없다농촌이야기 2011. 3. 13. 13:13
봄입니다. 여러 가지 풀꽃 하며 들꽃들이 이 모양, 저 모양으로 피어나겠지요. 벌써 개불알풀은 모습을 반짝반짝 드러내고 있더군요. 꽃마리, 봄맞이꽃, 개망초, 엉겅퀴, 닭의장풀, 강아지풀… 그런데 이런 풀들이(이외에도 많지요. 여기에 다 쓸 수도 없어서...) 번지기만 잘하는 잡초라고 알게 모르게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이들은 훌륭한 제철식재이며 약재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이 땅의 풀들을 오래 전에 인간에게 자연의 선물로 주셨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잡초는 없다’며 모든 식물이 귀한 성분을 가진 신의 선물임을 강조했고, 우리 조상도 풀 가운데 못 먹을 것이 크게 없다며 살짝 맛보아 불쾌하지 않다면 다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오래 전에 일러줬습니다. 요즘 식물학자들은 잡초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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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 함께 살아가기(2)농촌이야기 2008. 9. 21. 16:36
사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잡초란 없었을 것입니다. 긴 설명을 안 해도 하나님께서 세상에 쓸데없는 것을 만들지 않으셨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테니까요. 하지만 하나님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뀌면서 도시와 농촌 어디서건 잡초는 매우 골치아픈 존재거리로 제거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시는 미관을 위해서, 농촌은 농작물 생산량 증대를 외치면서 말이죠... 농업 생산에 있어서 잡초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식량 생산의 극대화를 목표로 삼으면서부터입니다. 예전에는 잡초를 뽑되 논밭의 생태적 균형을 배려할 줄 알았으며, 또 농가에서는 자생하는 풀들의 특성을 활용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직 생산량이 목표치가 되고, 자본에 의한 농업 방식이 되면서 작물 이외의 모든 풀들은 쓸데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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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와 함께 살아가기(1)농촌이야기 2008. 9. 21. 16:34
올 여름에는 닭의장풀이 서재 가까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근처에서는 보지를 못했는데 이젠 스스럼없이 영역을 넓혀가는군요. 닭의장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꽃의 생긴 모양이 벼슬을 단 닭의 머리모양을 닮은 듯한데, 그 하늘색 꽃잎은 한여름의 푸르름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잡초로 천시하는 이 풀을, 당나라 시인 두보는 수반에 꽂아두고 ‘꽃을 피우는 대나무’라 하여 즐겨 보았다고도 합니다. 닭의장풀은 달개비, 닭의밑씻개라고도 하는데 잘 아시다시피 민가 주변, 밭두렁이나 길섶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1년생 잡초입니다. 사실 잡초라고 하면 농민들 입장에선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죠. 그것은 우리가 가꾸는 농작물들이 잡초와 공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농사짓는데 있어서 잡초와 싸움만 없다면 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