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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는 닭의장풀이 서재 가까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근처에서는 보지를 못했는데 이젠 스스럼없이 영역을 넓혀가는군요.
닭의장풀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꽃의 생긴 모양이 벼슬을 단 닭의 머리모양을 닮은 듯한데,
그 하늘색 꽃잎은 한여름의 푸르름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잡초로 천시하는 이 풀을,
당나라 시인 두보는 수반에 꽂아두고 ‘꽃을 피우는 대나무’라 하여 즐겨 보았다고도 합니다.
닭의장풀은 달개비, 닭의밑씻개라고도 하는데 잘 아시다시피 민가 주변, 밭두렁이나 길섶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1년생 잡초입니다.
사실 잡초라고 하면 농민들 입장에선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죠.
그것은 우리가 가꾸는 농작물들이 잡초와 공존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농사짓는데 있어서 잡초와 싸움만 없다면 농사도 할만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변산공동체 대표 윤구병 선생 말대로
만일에 잡초라고 여겼던 것이 농사의 훼방꾼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의 수고를 덜어주려고 땅에 뿌려준 고마운 먹이라면 어떨까요?
따로 가꾸지 않고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약초나 나물의 일종이라면 어떨까요?
가만히 잡초 하나 하나를 보면 그것이 정말 잡초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나물과 약초인데 몰라서 그냥 잡초로 치부해 버리는 것인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서두에 이야기한 닭의장풀도
예로부터 민간에서는 몸에서 열이 날 때 열내림약으로 요긴하게 썼고,
꽃잎을 따서는 하늘색 물감으로 썼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민간의학이 비과학으로 낙인되고 있는 현실은 그렇다치더라도
우리가 잡초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는
잡초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지 않고서는 생명농업의 근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리농법이나 우렁이농법들을 단순히 잡초를 제거하는 농법으로만 이해하면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잡초에 대한 친근감은 천연농약을 만들 때도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그것은 갈수록 고비용화 돼가는 친환경농업을
우리가 감당할 수있는 저비용화의 길로 이끌어 줍니다.
FTA 시대에 농업을 위해 농민이 할 일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내가 만들어서 사용하는 농업이 되지 않으면
결국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드러낼 뿐입니다.
소농에 토대를 둔 건강한 농촌,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서
우리는 잡초와 함께 살아가기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