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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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댐 여행이런저런글 2020. 8. 1. 22:39
비가 계속 내립니다. 이번 장맛비로 미산면 보령댐의 저수율이 사상 최대치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보렴댐 제원을 찾아보니 높이 50m, 길이 291m, 총저수량 1억 1,700만t이군요. 비를 맞으며 벚꽃길을 거쳐서 보령댐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충남 서부지역의 어머니 역할을 하는 보령댐. 마치 자식들에게 나눠 줄 것을 챙기는 어머니처럼 보령댐도 이 빗물 모두 모아서 곳곳에 나눠줄 요량으로 한 방울 한 방울 꼼꼼히(?) 챙기고 있습니다. 때로는 속살을 드러내기까지 아낌없이 주는 보령댐. 누구라도 여기에 오면 이렇게 풍성한 나눔을 잘 받아 가시기 바랍니다. 보령댐 우중 드라이브도 운치가 있습니다. 도화담 다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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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이웃이 필요하다이런저런글 2017. 12. 10. 21:44
1. 마을여행을 온 이들이 식사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중년 여성 한 사람이 자기 경험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도 몸이 좋진 않지만, 얼마 전에는 혼자 집에 있는데 갑자기 온몸에 마비가 와서 겁이 덜컥 났습니다. 직감적으로 곧 몸을 움직일 수 없다고 느꼈고 마지막 힘을 내서 SNS 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렸습니다. ‘힘들어요. 누구라도 나를 병원으로 옮겨주세요.’ 그리고는 쓰러지다시피 누워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잠시 후 여러 곳에서 네 사람이 달려왔습니다. 그중 한 사람은 오면서 병원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는 대로 조치를 해주도록 요청까지 했습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이 났을 텐데 이웃의 도움으로 지금은 이렇게 마을여행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식사도 잘했습니다." 그러자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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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들의 샌드위치이런저런글 2017. 4. 13. 13:57
봄이 오면 시기적으로 일교차가 크다 보니까 아침에 안개가 자욱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때는 앞을 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요즘은 이상기온과 미세먼지로 인해 흐릿한 날씨가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아이들을 태우기 위해 길을 나서면 안개 때문에 답답합니다.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은 조급해지고요. 신호등도 안개 때문에 보이질 않습니다. 길을 가로지를 때는 무척 위험해서 눈을 부릅뜨고 핸들 잡은 손에 힘을 주면 머리도 아픕니다. 가야 할 길은 정해져 있는데 그 길을 가기가 이렇게 힘 든다니. 그러나 어떻게 하겠습니까? 내 힘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날마다 이렇게 안개가 자욱하다면 도대체 운전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안개 낀 모습은 농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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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커피클럽농촌이야기 2016. 12. 11. 14:53
요즘 제가 하는 일 가운데 중요한 일을 꼽으라면, 농촌 여행안내와 지역민들에게 커피를 가르치는 일입니다. 농촌 여행은 보령시 천북면을 중심으로 유쾌한 농촌의 감흥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이고, 커피를 통해서는 농촌의 여유와 쉼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지난번 글에도 썼는데, 커피와 깊은 사이가 된 것은 커피가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기능이 크다는 것을 나름대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일상에서 커피가 워낙 보편화 되다 보니, 농촌에서도 커피 한 잔에 말문이 트이고 편한 자리가 됩니다. 더구나 여행하면서 누리는 커피의 즐거움은 참 큽니다. 그동안 몇 분과 보령커피라는 지역 브랜드를 알리기에 힘쓰면서 누구든지 보령에 와서 즐거운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키웠습니다. 커피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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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마음의 기적이런저런글 2015. 1. 11. 00:55
제가 고정으로 글쓰기 하는 곳 중, ‘공동선’이라는 격월간지가 있습니다. 공동선에는 여러 좋은 글들이 실리는데, 그중 서영남 선생이 인천에서 운영하는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는 늘 감동을 줍니다. 민들레국수집은 2003년 서영남 선생이 수도자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운영하는 무료식당입니다. 정부지원도 받지 않고, 생색내면서 주는 돈은 더욱 받지 않고, 어떤 조직도 만들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섭리에 기대면서 배고픈 사람들이 눈치 보지 않고 공짜로 맘껏 밥 먹을 수 있게 하는 아주 조그마한 식당입니다. 민들레국수집도 가진 것이 없으므로 자원봉사하는 분들의 손길이 무척 필요한 곳입니다. 처음에는 여섯 명이 앉으면 꽉 차는 식탁 하나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스무 명이 넘게 식사할 수 있는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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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 무대, 함께 나누는 삶이런저런글 2012. 8. 14. 14:41
신호에 맞춰서 네 사람의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한 사람의 팔이 움직이듯이 자연스럽고 열정적인 모습 속에서 가슴을 파고드는 선율이 흘러나왔습니다. 모두 충격을 받은 듯 눈이 커지고, 입가에서 작은 탄성이 새 나왔습니다. 젊은이들이 조직한 사중주단 ‘Quartet Griot’가 첫 번째 곡으로 연주한 쇼팽의 ‘녹턴 제20번 c-sharp 단조 작품 72번의 2(유작)’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올여름은 무척 덥기도 했지만, 모처럼 음악을 비롯한 공연 예술의 진수를 만끽한 계절이기도 했습니다. 열린 무대, 가까이 다가선 연주는 무심한 마음을 일깨우고 내 안에 멋진 울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세상은 이렇게 여전한 감동의 선율이 흐르고 나눔의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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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줄 수 있는 것이런저런글 2012. 3. 20. 18:32
수도자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젊은이가 수도원을 찾아갔습니다. 나이 든 수도사가 젊은이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물었습니다. "자넨 금화 세 닢이 있으면 기꺼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겠는가?” “네, 모두 주겠습니다.” “은화 세 닢이 있다면 어찌하겠는가?” “기쁘게 나누어 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네. 동전 세 닢이 있다면 어찌하겠는가?” 젊은이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습니다. “그건 안 되겠습니다.” 의아한 수도사가 물었습니다. “금화나 은화는 아낌없이 주겠다는 사람이 동전은 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러자 젊은이가 말했습니다. “지금 제가 그 동전 세 닢을 가지고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