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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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천읍성을 거닐다이런저런글 2023. 10. 10. 19:15
1. 좋은 곳은 걷고 싶습니다. 걷고 싶은 곳은 좋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그런 곳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많아졌습니다. 올여름에 서울에서 그런 곳을 걸었고, 가을 초입에는 광주에서 그런 곳을 걸었습니다. 봄부터 자주 가는 곳은 당진 면천읍성입니다. 오래된 시간이 여전히 자리하고, 구부러진 작은 길도 왜소하지 않은 곳입니다. 면천읍성은 1439년, 세종 21년에 평지에 쌓은 평지 읍성인데, 외적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합니다. 지금 봐서는 크지 않고 참 소담한 성입니다. 면천에 읍성이 있었던 것은 이곳이 1914년까지 당진에 버금가는 주요 군(郡) 소재지였기 때문이었는데, 면천이 1914년 이후 행정 개편으로 당시 당진군에 편입되면서 현재도 당진시에 속한 면천면으로 있습니다. 면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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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꽃이 핍니다농촌이야기 2023. 4. 10. 20:02
. 1. 올봄은 유독 산불이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산불은 정말 무섭습니다. 지난 4월 2일 발생해서 사흘간 지속한 홍성군 서부면 산불은 제가 사는 마을 지척이어서 남의 일 같지 않았고, 더구나 마을 사람들 친인척도 그곳에 살아서 빨리 산불이 진화되기를 기다린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홍성 산불 피해 규모는 상당히 큰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 보도된 피해 상황을 보면, 주택 59채, 축사 20동, 창고 24동, 비닐하우스 48동, 컨테이너 등 시설 21동, 농기계 35대, 수도시설 4개, 태양광 1개 등 모두 172곳의 시설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축 피해는 소 3마리, 돼지 850마리, 산란계 8만 마리, 염소 300마리 등 8만 1,153마리가 폐사했다고 합니다.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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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힘을 내야 한다고 여전히 부탁해꿈꾸는아이들 2023. 2. 10. 23:03
지난 2월 7일 저녁 7시 50분경. 서재 책상에 놓인 전화기 소리가 울렸습니다. 마침 이것저것 살피는 중이라서 무심코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수화기에서 조그맣게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목사님, 저 익서예요.” 갑자기 마음이 저렸습니다. 익서의 전화는 늘 마음이 저립니다. 두어 달 전쯤인가, 겨울이 시작될 무렵 그때도 전화가 왔었습니다. “뭐 하니?” “내포에서 배달 일하고 있어요.” “밥은 잘 먹고 다니니?” “잘 먹고 있어요.” “몸 관리 잘해야 한다.” “잘하고 있어요.” “배달은 힘들지 않고?” “할 만해요.” “집은?” “주공아파트에서 살고 있어요.” 아마 기초생활수급자여서 홍성군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듯했습니다. 임대아파트 배정됐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거든요. 그때와 비슷한 내용의 통화가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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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장날보령여행 2023. 1. 4. 00:17
. . 요 며칠 추위에 비하면 조금 따뜻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겨울 한복판이라서 옷 하나라도 여러모로 잘 챙겨 입어야 하는 하루였습니다. 새해 들어 첫 대천장에 잠깐 나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다니고, 그 걸음걸음에서 어울려 사는 활기를 느꼈습니다. 고맙게도 햇살이 수그러들지 않아서 장날 분위기도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이 추위 잠깐 넘기고 내내 들썩이는 대천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진 몇 장 담았습니다. 겨울이어서 아무래도 듬성듬성 빈 곳도 있었지만 봄이 오면 훨씬 화사한 장날 모습이 되겠지요. 장갑도 끼지 않은 할머니들 손을 보니 겨울 지날 때까지 장날에는 햇살이라도 넉넉하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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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더불어 살기로 하다이런저런글 2022. 12. 13. 00:12
1. 마을에서 살아온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이제 꼭 30년입니다. 충남 보령시 천북면 신죽리에서 산지가. 신죽리는 전형적인 충남 농촌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눈에 보이는 집들이 띄엄띄엄 있습니다. 이곳에 목회자로 와서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공동체 삶에 조금씩 눈을 떴습니다. 처음엔 이곳이 얼마나 농촌인지도 몰랐습니다. 시간은 참 빠릅니다. 이제 60대 중반이 되었으니… 내 고향은 전남 목포, 아내는 경북 안동이고 이렇게 충남에서 살고 있으니 그런대로 우리나라 지역도 아우르며 사는 셈입니다. 여전히 신죽리 마을에서 목회를 하지만, 그동안 여기에서 목회하는 일로 여러 가지 일이 이어졌습니다. 신죽리에서 마을 사람들과 이렇게 저렇게 사는 일이 알려지면서 보령시 ‘마을 만들기’ 일에 참여하고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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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대한 생각이런저런글 2022. 8. 12. 10:05
1. 먼저 예술과 인문,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명쾌한 글을 썼던 존 버거의 사진글을 인용합니다. “사진은 보이는 것들의 기록이다. 사진이 예술 작품보다는 심전도 기록에 가깝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사진의) 환상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사진은 대부분 예술이라는 범주의 바깥에 있다. 사진은 주어진 상황에서 실행되는 인간의 선택에 대한 증거다. 하나의 사진은 이 특정한 대상이 기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진가의 선택의 결과다.” 존 버거는 사진의 선택이란 X와 Y 중에 무엇을 찍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 아니라, X의 순간에 찍을 것인가 Y의 순간에 찍을 것인가 하는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진의 가장 대중적인 용도가 X의 순간에 담은, 혹은 Y의 순간에 담은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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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기, 함께 산다는 것…이런저런글 2022. 6. 10. 09:50
1. 커피 한 잔 마시려고 수목원 카페에 들렀는데, ‘옆 마을에 상(喪) 난 것 아시느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어느 집에 상이 낫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하루 전에 세상 떠난 이는 50을 갓 넘긴 여성인데, 중학생 시절부터 몸이 아파 집 안에만 있다가 최근에 몸이 극도로 약해져서 생을 마감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마을에서 산 지 꼭 30년이 되었고 옆 마을도 자주 다니면서 마을 사람을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상이 난 이야기는 충격이었습니다, 아니, 아픔이었습니다. 조금 더 알아보니, 어려서부터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고, 몸도 허약해서 주변에서는 신병(神病)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보통 무당이 되기 전에 이유 없이 앓는 병을 신병이라고 통칭하는데, 정말 신병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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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부이런저런글 2021. 6. 10. 22:22
1. 최근 한 가족사진 촬영 요청을 받았습니다. 수목원 풍경을 배경으로 가족들의 이런저런 모습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요즘은 자녀들이 전국 각지에, 혹은 외국에 흩어져 있어서 함께 모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시절입니다. 저도 어머님과 형제들이 함께 모인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코로나 19 영향이 컸지만, 저마다 일이 있고 시간도 어긋나서 모이는 것이 갈수록 더뎌집니다. 아무튼, 찍은 사진을 건네주기 위해서 사진을 선별하는데 사진마다 밝은 가족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가족사진에 담긴 이야기는 가족공동체에 의미가 크지만, 밝고 정겨운 모습은 건강한 사회 공동체를 이루는 소중한 일부가 됩니다. 농촌에 살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지도 20여 년이 넘었습니다. 본래 손재주가 없어서 필름 카메라는 만지기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