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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교회아카데미 보령세미나 후기이런저런글 2011. 7. 15. 11:31
지난 6월 28일(화) 보령시 천북면 시온교회에서 바른교회아카데미 ‘보령세미나’가 열렸다. ‘디아코니아(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교회)’를 주제로 열린 보령세미나는, 지역사회와 심한 이질감을 느끼며 부조화를 경험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기를 실천할 방법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하며 각자에게 맞는 적용 점을 찾아보기 위해 고민하는 자리였다.
사실, 한국교회의 모든 움직임이 오직 성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실에서는 이런 세미나도 일종의 성장 세미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교회라는 것이 이를테면 작은 교회가 성장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편으로 나름대로 규모를 가지고 있는 교회는 당연히 지역사회와 더불어 살고 있다는 착각 내지는, 스스로 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와 더불어 산다는 개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오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무튼 평생소원(?)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교회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필경은 깨닫게 될 것이다. 건강한 생명은 더불어 사는 것이고, 함께 부대끼는 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이 꽃피우게 된다는 것을. 나아가서 진정으로 지역사회와 더불어 산다는 것은 교회의 규모와 그리 상관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보령시와 홍성군, 그리고 서산시 등에서 모인 목회자들과 함께한 보령세미나는 패널토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새벽부터 오느라고 고생하였을 허우정 목사(진해교회)의 ‘디아코니아의 발생과 그 역할’에 관한 이야기는 전공한 학자답게 해박한 이야기와 심금에 닿는 적절한 설명으로 디아코니아에 대한 이해를 심어주었고, 김동호 목사의 ‘디아코니아의 실천적 사례’는 높은뜻숭의교회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소개함으로 참석한 목회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열어주었다. 또 김영진 목사는 시온교회와 천북면민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서 지역과 공존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미나의 과정으로 계속 이어진 오후 현장 답사는 목회자 부인이 이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과 함께 하는 빙도교회에서 있었다. 빙도교회는 교인이 7~8명 정도이지만, 목회자 부부의 구체적인 꿈은 빙도 마을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게 했고, 그간의 노력으로 4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마을에 농촌체험관을 근사하게 건축했다. 마을의 리더 역할을 멋지게 해내면서 아울러 인내를 가지고 복음 전파의 결실을 기다리는 두 분의 모습에서 진정으로 교회가 지역과 더불어 사는 것은 교회의 규모와 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역민들과 잠업(蠶業)을 통해 튼튼한 농촌을 꾸려가는 교회도 있다. 이 교회 역시 교인 수 7명 정도이지만, 오디 판매 자금 등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는 갖가지 일을 하면서, 또 아프리카의 한 지역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후원하고 있다.사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산다는 것은 정해진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교회가 지역사회와 더불어 산다는 것은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면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고 있는 길이 정말 진리를 향한다면 그 길은 하나님께서 열어주실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께 요청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사랑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현실은 사랑하는 일마저 형식적으로 만들 때가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이 움직일 때만을 기다리다가는 마음이 먼저 냉랭하게 마비되는 고통을 당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의지적인 사랑의 실천이 필요하다.
결국, 교회가 지역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의지와 행동으로 하나님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이것이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더더욱 의지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 의지 말이다. 그러므로 복음의 능력에 대한 확신과 이 모든 일을 이끄시는 성령의 도움을 간절히 바라는 것은 절대적인 일이다.보령세미나는 기다리는 시간보다 끝나고 난 뒤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목회자들은 나름대로 갈급한 심정을 피력했다. 세미나에서 듣고 본 몇 가지의 사례 외에 정말 각자가 목회하는 교회에서 실천적으로 할 수 있는 지역과 더불어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물었다. 세미나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에게서도 계속 여러 문의가 오고, 이어지는 세미나 요청도 있다.
그러므로 이왕에 판을 벌여놓은 바른교회아카데미는 이제 더 심층적인 고민 앞에 서야 한다. 이 세미나를 종결 처리할 것인가, 아니면 현장의 고민 속에 지속적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인가를 말이다. 바른교회아카데미 정신에 비춰본다면 아무래도 후자가 어울릴 것 같다. 하나님의 의와 사랑으로 이웃을 섬기는 교회를 세워가는 일은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에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바른교회아카데미 스스로 요청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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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바른교회아카데미 GOODCHURCH REPORT 회지에 실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