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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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우산이런저런글 2021. 8. 2. 12:09
노란 우산을 샀습니다. 여러 개였는데, 하나가 남았습니다. 애틋함에 흔들거리던 리본은 어느 틈에 떠나버리고 차례로 우산을 잃었습니다. 아니, 어느 곳에 놔두고 왔겠지요. 희망을 펼치고 싶은 사람이 사용했을까. 하나 남은 우산은 잘 챙깁니다. 다시 찾아오기를 되풀이하면서요. 우산을 든 날은 늘 흐렸습니다. 비가 왔습니다. 당연히... 노란색은 그 속에서 빛납니다. 마음에 닿기 때문일까요 비 내리는 오늘, 서해에서 우산을 펼쳤습니다. 밀려오는 물에 길은 멈추고 더 갈 수 없는 그때, 우산이 노란색으로 커졌습니다. 등대가 되었습니다. 바라보는 누구든지 절망하지 않고 다시 힘을 내기를 잃었던 우산들이 오늘은 곳곳에서 노랗게 피어나, 가야 할 길을 알려주기를 그렇게 바라는 마음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비 내리고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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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첫걸음이런저런글 2021. 1. 2. 22:29
코로나 19로 힘들었던 날들을 위로하고 싶었던지 새해 첫날 하얀 눈이 소복소복 내렸습니다. 날씨는 겨울인 것을 보여주듯이 추웠지만, 눈길을 걷는 즐거움은 새로운 시간 앞에서 풍성했습니다. 천북면 신죽리... 그야말로 드넓은 갈대밭도 하얗고 구석구석 논길 밭길도, 산길도 앞서간 발자국 없이 누구라도 첫걸음이 되도록 겸손히 기다린 길이 되었습니다. 한 걸음 밟을 때마다 떨리는 마음으로 누군가 흔들림 없이 따라오도록 기도했습니다. 여전히 힘들어도 함께 간다면 추운 시간도 맞잡은 손으로 따뜻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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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바닷길, 사람 길농촌이야기 2010. 2. 6. 20:06
루쉰의 마지막 구절을 읽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버려야 할 것들과 단절을 염두에 두면서 새로운 사회와 민중을 향해 갖는 가능성에 희망을 여는 루쉰의 글은 오늘도 새로운 의미를 담아냅니다. 세상에 희망이 자기만의 모습을 갖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시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그곳에 희망이 만들어집니다. 그러기 때문에 희망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가능성에 마음을 여는 것’, 그리고 ‘걸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은 그렇게 모습을 갖춥니다. 그러나 걸어가는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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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있는 산(山)이런저런글 2009. 4. 14. 00:35
산에 자주 가면서도 길을 유심히 살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있으려니 하고 가다가 쉬고 갔던 길이어서 오다가 쉬고 그렇게만 다녔습니다. 다시 산에 오르던 날 문득 이 산을 어떻게 걸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길을 살펴봤습니다. 자세하지는 않아도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들은 어떻게 걷고 있는지 그리고 이 길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면서 걸었습니다. 원래는 길이 없던 숲 속이었겠지요. 거친 숨소리들이 하나 둘 생기면서 길이 열렸겠지요. 곰이 걸어갔던지 노루가 뛰어갔던지 지금은 무딘 내 발이 그 위에 섰습니다. 한 발자국을 떼고 뒤돌아 본 길은 내 뒷그림자를 안아주면서 어느새 다른 사람들의 지친 발을 맞아주었습니다. 길은 똑같으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그렇지만 누구든지 갈 수 있도록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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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별(送別) 1이런저런글 2008. 9. 21. 16:29
언젠가는 낡은 사진 한 장이 되겠지만 오늘은 웃으면서 만났고 그렇게 손 흔들면서 헤어졌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한 길을 갑니다 한 길 위에서의 이별이란 다시 만남을 의미합니다 세월이 빛바래질수록 우리는 압니다. 사랑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대가 나를 기억하고 내가 그대를 기억한다면 그리움도 멋진 사랑입니다 그 사랑에 채여서 언젠가 낡은 사진 한 장 들고 서로 마주보며 함박 웃겠지요 그리고 손 흔들면서 다시 헤어지겠지요 그러나 오늘은 애틋한 마음 그대로 안녕히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