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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2. 17. 18:31

선물은 특별한 목적(?)만 담겨져 있지 않다면,
주는 사람도 흐뭇하고 받는 사람은 마음부터 더 즐거워집니다.
누구나 선물을 받으면 즐겁지요.
그런데 즐거운 선물이 아닌 불편한 선물도 있습니다.

제가 아주 불편스러워하는 선물은 장례식장에서 주는 선물입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서 주셨을 텐데 죄송합니다...ㅠㅠ)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주변의 장례식장에서 선물을 보내옵니다.
사실 장례식장에서는 제가 자주 대하는 얼굴일 수도 있습니다.
부쩍 늙어가는 농촌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서 하다보니까요.





장례식장의 선물이 불편한 이유는 알다시피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여러 분들의 장례를 집례 할 수 밖에 없는데,
잊었다가도 선물을 받으면 파노라마처럼 한 분 한 분 얼굴이 스쳐갑니다.





그 을씨년스러운 날 마지막으로 화장터까지 동행하면서
쓸쓸한 바람에 같이 재가 되어 날리던 기억도 나고,
병원 침대보 위에 깊게 그려진 눈물 한 방울의 흔적이 새로워지고,
가녀린 숨 몰아쉬던 어깨의 흔들림이 묵직하게 다가오고,
가끔 들러서 이것저것 약봉지를 챙겨주던 시간이 다시 흘러가고,
때론 차가워진 손을 묶어주면서 나누었던 마지막 이야기가 살아나고...
그러다보니 숨이 턱 막히면서 잊었던 슬픔이 엎어진 먹물처럼 번져갑니다.





보고 싶습니다.
흐릿한 하늘을 보면서 잘 지내시고 있느냐고 이름을 불러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그 자리에 계실 것도 같고,
길을 지나다가 불쑥 만날 것도 같습니다.





선물을 받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덕담을 나누어야 하는데,
마음이 무거워진 선물은 덕담이 잘 이어지지 않습니다.
장례식장도 사업이라서 그분들을 생각하면 잘 돼야 할 텐데
잘되면 나는 우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순간 미묘한 감정이 교차합니다.

올 해는 모두들 건강하셔서 장례를 치룰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면 웃으면서 선물을 받을 수 있겠지요. 아니, 그러면 선물이 아예 없으려나?
그래요, 그것이 좋겠습니다.
선물이야 여러분이 듬뿍 주시면 되니, 제발 행복하게 오래 사세요.





아, 여기서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간절한 바람이 어느 정도는 가야하지 않을까요?
그렇게도 원하지 않았지만 곧 그 익숙한 자리에 다시 섰네요.

한 사나흘 연신 술만 마시던 한 사내가
술김에선지 인사도 없이 자기 가고 싶은 길로 가버렸습니다.
차가운 그의 발에 손을 얹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래, 가시니 속이 편합니까? 이제 꿈에서 깨어나신 건가요?"





애잔한 관보가 그 위에 덮이고
흔들흔들 거리는 차를 타고 말없이 떠나는 사내 뒤로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애틋한 한 여자의 되뇜이
노래가 되어 흘러갑니다.

..........

그리고 할 수 없이
나는 다시 불편한 선물 한 점 예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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