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시대가 언제였느냐는 왈가왈부는 지금도 있지만,
그러나 사람들 머릿속에, 마음속에는 공룡 놀이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거대한 몸집을 이리저리 휘두르다가
제풀에 지쳐 넘어져 공룡처럼 숨 쉬고 있는 그 모습을 보면,
인간은 계속 공룡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룡처럼 큰 몸집을 유지하기 위해서
갈수록 많은 에너지와 욕심을 소비해야만 하는 우리의 모습은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었던 공룡 시대의 연속입니다.
공룡의 멸망에 대해서도 여전히 왈가왈부하지만,
결국은 생태계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인데
공룡을 품에 안고 살아가는 인간은 스스로 생태계를 무너뜨립니다.
전 세계가 발을 동동거리는 경제위기는,
우주에서 운석이 날아 든 것도 아니고
화산이 터져서 재가 날리고 지축이 무너진 것도 아니고
빙하기가 찾아와서 얼음 세례를 받은 것도 아니고
대륙이 움직여서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도 아니고
사람들 안에 있던 공룡들이 비대한 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환경위기도 그렇고, 식량위기도 그렇습니다.
무너지는 그 중심에는 거대한 몸집의 공룡을 닮은 인간이 있습니다.
공룡 탈출이 없었다면 용산 참사가 그렇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개발 이익이라는 욕심이 일괄처리라는 결과에 연연하면
마치 영화에서 보듯이 육식공룡의 잔인한 무서움 밖에는 남지 않습니다.
한겨울도 상관없이 이른 새벽부터 몰아붙이면,
앞으로 이삼 년 새에 서울에서 사라질 세대 수가 13만 가구나 된다는데
결국은 그렇게 빙하기를 만들어서 함께 잠들고 싶은 것인지.
공룡으로서는 아쉽게도 그만 인간 욕심과 동급이 되었지만(둘리에게는 미안~),
지금 지구상에서 그 어떤 것도
살아 꿈틀거리는 인간의 욕심을 짊어질 수는 없습니다.
상상 속의 공룡의 모습을 보면서 때론 무서움과 비대칭 속에서 헝클어진
비대한 공룡의 등에 휘청거리는 인간의 짐을 올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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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우리 속에서 꿈틀대는 탐욕의 공룡이 있다면
탈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쥬라기 공원을 따로 만들어 둘 수도 없으니 공룡을 잘 달래야할까요?
제발 먹히지 않게 해달라고 추스르면서
그저 이렇게 잠잠하게 제자리에만 있게 해서
그 앞에서 오붓하게 사진이나 찍고
길을 떠나도 따라오지 못하게 해야 하는 걸까요?
그렇게라도 꿈을 꾸고 싶지만
오늘도 여전히 스스로 공룡이 되어 여기저기서 출몰 하는
공룡 인간의 이야기들을 듣습니다.
거대한 몸집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내딛는 발걸음마다 파열음이 속출하는
우리의 불행과 비극 속에
얼핏 보니 당신의 그림자와 내 그림자도 스며 있군요.
아, 공룡 탈출 비상을 발령합니다.
...己丑年 둘째 날 해남 우항리 공룡박물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