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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다녀왔습니다. 고한읍과 맞닿아 있는 사북읍에 강원랜드가 있습니다. 고한읍도 그 영향권에 있지요. 지나면서 보면 리조트, 호텔 등등 멋진 건물이 많고 자연 풍광이 무척 수려해서 많은 사람이 찾아옵니다. 제가 고한읍에 간 날, 보령은 푹푹 찌는 날씨인데도 고한읍은 25도가 채 되지 않아 거리를 걸어도 시원했습니다. ‘아, 이래서 여름엔 강원도엘 오나 보다.’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그러나 고한읍이나 사북읍의 고민은 우리 보령 원도심의 고민과 다를 바 없습니다.
고한읍을 방문한 목적은 8월 4일까지 ‘골목길정원박람회’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가서 골목길에 정원 꾸민 것을 보면 그리 볼품 있지 않지만, 주민들 스스로 힘을 모아 골목길과 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모습은 대단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왜 골목길이냐면 고한읍을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고한읍이 원래 움푹 파인 계곡 지형에 광부들 숙소로 거리가 조성된 지역이어서 좁은 골목길이 그때는 큰길 역할을 했다고 여겨집니다. 오늘은 옆에 대로가 나 있어서 말 그대로 골목길이 되었지요. 오래된 슬픔과 아픔을 껴안고 있는 좁은 골목길입니다.주변은 화려하게 개발돼도 정작 원주민들이 오래 살아온 원도심은 퇴락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의 뜻을 잘 가져와 의견을 모으고, 교육을 받고, 공모에 선정되고, 그러면서 차근차근 생동감 있는 원도심을 만드는 모습은 보령에서 멀지만 한 번 가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서 느낀 것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작은 일에서 역발상을 시작했다는 것이고, 문화와 예술을 통해 가지고 있는 스스로의 가치를 잘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천북면에서도 그렇고 원도심을 바라보면서도 늘 생각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최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신(新) 관광 정책'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지금 강원도는 자연 자원이 전국 다른 시도보다 훨씬 수려해 관광산업이 전체 수익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강원도를 찾는 국내·국외 관광객 대다수는 강원도 자연만 즐기고 쇼핑을 하고자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관광객 소비가 실질적으로 강원 지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다.” 그래서 최 지사는 강원도를 자연 위주 관광에서 문화·공연 관광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수도권에서 강원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오래 머물도록 유도하는 게 강원도 관광정책 포인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원지역 음식을 먹고 잠을 자고 물건을 사도록 눈과 귀가 솔깃해지는 관광 콘텐츠를 연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연 위주 관광에서 문화·공연 관광으로 바꾸는 구체적인 현장 중 하나가 고한읍입니다. 고한읍은 그 주체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는 또 어차피 강원랜드나 리조트 등은 주민들이 고민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가고 있는데, 정작 주민들의 현장인 마을과 도시는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기도 하지요. 고한읍 주민들도 즐겁고, 외지 사람들도 와보고 싶은 장소로 탈바꿈을 하겠다고 시작한 것이 고한읍 '골목길정원박람회’입니다. 조촐하면서 아기자기한 모습이 볼수록 마음에 닿습니다. 고한읍 골목길이 보령 원도심 중심 거리와 거의 비슷합니다. 그런데 걷는 것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사진을 찍느라고 가는 시간이 더뎌지기도 합니다. 자꾸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만드는 일은 정말 재미있고 중요합니다. 마침 날씨도 선선해서 두 바퀴를 돌았습니다. 한 바퀴만 돌기엔 허전함이 컸습니다. 몰랐는데 저녁엔 발이 좀 아프더군요.
우리 보령 원도심을 이렇게 재미있는 마음으로 걷고 싶었습니다. 가면서 이곳저곳 자꾸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 멈추는 일이 많아지면 더욱 더 좋겠지요. 고한읍은 골목길 구조도 그렇지만, 일단 사람이 걷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주차장은 중심지 한복판에 놓는 것이 아니고, 외곽에 만들어서 중심지로 걸어서 오게 했습니다. 그대신 걸어서오는 길은 사진도 찍고 싶고, 재미있는 마음이 들도록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보령 같으면 하상주차장이나 문화의전당 주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원도심을 즐겁게 걸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지요. 재미있게 걸을 수 있는 장치들을 곳곳에 세우고, 가게마다 들어가 보고 싶어지도록 만들고요. 그리고 플랫폼 기능을 담당하는 건물에서 쉬기도 하고 재충전하면서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자연스럽게 이끌고요. 고한읍은 그렇게 골목길을 걸어서 고한읍 재래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고한읍에서 담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조만간 다시 가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어디나 단점도 있고 장점도 있습니다. 도시재생을 통해서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키우는 것이 누구나 생각하는 것이지요. 이번에 보고 온 고한읍의 다른 모습을 보고 싶고, 인터뷰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인터뷰를 5명 정도 했는데, 다시 가면 좀 더 많은 분으로부터 진솔하게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보령특산품 선물도 가져가서 드리기도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고한읍 바로 옆에 있는 ‘삼탄아트마인’에서 정말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비 지방비 합쳐서 120억 정도 들었다는데, 옛 삼척탄좌 정암광업소 중심장소(약 14,000평)가 이렇게 엄청난 예술타운으로 탈바꿈했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지금 (구) 서울병원 자리에 우리도 125억 원을 투자하려고 하는데 말이지요. 삼탄아트마인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