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10월의 하늘 아래서
농촌학교인 낙동초등학교 총동문회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일 년이면 한 번씩 어린 시절 추억을 찾으러 각지에서 모이는
동문들의 유쾌한 몸짓은 보는 사람들도 하루 종일 즐거웠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농촌의 기둥이었던 농촌학교가
이제는 존재하는데도 부쩍 힘들어 보는 사람도 안타까운데,
그래도 이렇게 학교에 오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활력이 넘쳐서
웃고 떠들고 주름진 얼굴을 다정히 맞대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활력을 주었던 낙동초등학교는
농촌의 현실 속에서 다시 어려운 시간 앞에 서 있습니다.
내년 초에 9명인 59회 졸업생이 나가면
학교는 통폐합 대상인 50명 미만 학교가 됩니다.
당장에 통폐합은 안 되겠지만,
그 여운은 농촌의 피폐해진 마음을 더 아프게 할 것입니다.
어쩌면 60회 졸업생 이후로는 그나마 여운마저도 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간절한 소원은
그저 새로운 신입생의 숫자를 한 손이 아닌
두 손으로 셀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사실 농촌은 이렇게 애타는 곳이 아니었고,
오히려 건강한 땅에서 건강한 생명을 돌려주던
활력의 땅이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압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모두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모두들 애써 외면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사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단지 산업의 한 형태로만 남을 수 없습니다.
땅을 보살필 수 있는 능력은 단순히 기술적인 것이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경제를 성장시킨다고 해서 농촌이 주는 활력을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수입해서 먹어도 농촌이 주는 건강한 생명까지 수입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의 멜라민 파동은 세계적인 충격이 되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농촌공동체의 붕괴와 무관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나라만은 아니겠지요.
지금도 멜라민 파동이 보여주는 탐욕과 경제적인 해석이 분분하지만,
이 비극은 농촌공동체를 붕괴시키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멜라민 파동은 또 다른 모습으로 계속 변해가면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농업정책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어찌 정부 탓만 하겠습니까?
날마다 효율성과 경쟁력에 물들어 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테지요.
쌀 직불금 파문의 소리가 아무리 커져도
오늘날 농촌을 살릴 수 있는 힘은 이미 농촌에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속가능한 삶은
어머니 같은 땅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 애잔한 농촌의 모습이 이렇게 길게 늘어져도
가을 햇살은 변함없이 따사로워
차례를 기다리는 벼 이삭은 고개 숙인 채 마냥 흔들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