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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하신 선배님이 집으로 오라고 전화를 주셨다.
아이들 때문에 새벽 서너 시까지 밤하늘에 별똥별 찾느라고 피곤했지만,
(별똥별은 한 다섯 개쯤 봤다.)
오전에 할 일 두어 개를 마치고 서둘러 선배님댁으로 갔다.
십여 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라 몸이 부대낄 시간도 없다.
지난밤 별똥별 때문에 하늘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던지
하늘이 유난히도 푸르다. 그런데 오늘은 파란색도 무척 덥다.
다음 달도 중순까지 더울 거라는 뉴스는 더 더웠다.
정갈하게 모시옷을 입으신 선배님 내외는
직접 농사지은 검은 콩으로 콩국수를 해 놓으셨다.
오늘도 오전 10시까지 밭일을 하다가 들어오셨다고 한다.
무더위가 조금 내려앉으면 오후에 4시 넘어서 다시 밭에 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뒹굴 거리며 지내는 요즘이 참 여유롭단다.
더운 여름 농사는 지혜가 필요한데, 그 지혜를 여유롭게 부리신다.
감사와 더불어 진지한 마음으로 콩물 한 방울까지 마시니
언제 꺼내셨는지 커피 원두를 가신다.
들어오면서 살짝 본 처마 밑의 옥수수는
벌써 삶아서 커피와 함께 콩국수 자리를 대체한다.
더운 여름이라서 몸 움직이기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더운 여름을 즐기는(?) 두 분 모습에 인생 공부를 다시 한다.
마음은 시간을 나누지 않는다.
마음속에 있는 몸은 마음을 따라간다.
세상을 통하게 하는 것은 마음이다.
다시 진지하게 마음으로 커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