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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단풍'
생김새가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그보다 더 알려진 것에 빗대어 이름을 붙이는 것은
사람이나 식물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엄연한 내 정체성이 있고, 굳건한 내 모습이 있는데
누굴 닮았다느니 하면서 본래의 모습을 흐트러뜨린다.돌단풍도 그렇다.
잎 모양이 단풍잎과 비슷하고
돌이 많은 곳에서 자란다고 해서 돌단풍이다.그러나 이름과 달리 단풍나무와는 생태적으로 관련이 없다.
더구나 잎도 단풍잎보다 10배는 더 크고 우람(?)하다.
다른 이름으로 돌나리라고도 하는데, 차라리 이 이름이 더 나을까?아무튼, 돌단풍은
습한 기가 있는 바위틈에서 자란다.
봄에 피는 대다수 야생식물이 그렇듯이
어린잎이나 꽃대를 나물로 먹기도 한다.
물론 지금이야 아무리 맛있다 한들 얼마나 먹을까마는.안타까운 것은 요즘 도로 공사 등 주변 생육 환경이 열악해져
많았던 돌단풍 자생지가 훼손을 당하고 있다.
비단 돌단풍만의 문제는 아니렷다.
우리는 무신경하게 지내지만, 결국 이런 문제는
우리의 삶에도 영향을 끼친다.모두가 환경에 대해서 민감하게 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과,
그 땅에다 온 삶을 맡기는 여러 생명과 교감하는 것은
알게 모르게 행복지수를 높이는 일이 되리라.봄은 하늘을 보는 것도 좋지만
땅을 통해서 충만한 은총을 누리는 계절이다.
작은 생명들이 그렇게도 활짝 피어나는 것은
진실로 우리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보여준다.처음부터 작은 생명들이 주인이었고
오늘도 작고 작은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이어지고 숨통이 터진다.
길을 걸을 때, 가끔은 고개 숙여 발밑의 놀라운 세상을 보시라.돌단풍 잎이 활짝 펼쳐졌을 때는
봄은 이미 무르익어 나른한 기지개를 켜겠지만
오늘은 바위틈 사이사이 돌단풍 따라
바람도 따뜻하고, 봄은 아직 더 포근해진다.*작년에 피었던 돌단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