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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발톱' 이름 앞에서...농촌이야기 2008. 9. 22. 23:58
들꽃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은 꽃이 되어 하늘로 간 어느 시인의 말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내게 와서 꽃이 되었다’는 것을 눈으로 봅니다.
잡풀로 취급받고, 발아래 밟히던 작은 것들도
그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주면 어느새 다가와 숨겨졌던 내면을 보이곤 합니다.
또 하나의 세계를 저만 느끼는 것은 아닐 테지요.
아마 여러분들은 진작 알고 있는 것이겠지요.
요즘 들꽃마당에는 여러 들꽃들이 피고 지는데,
특히 매발톱이 그 자취를 뽐내고 있습니다.
처음에 매발톱이란 이름을 들었을 땐 이름이 신기하기도 하고,
또 나름대로 화사한 모습에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아름다운 꽃에 매발톱이란 이름을 붙였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름이 부드러운 것은 아니잖아요?
찬찬히 매발톱 모양새를 보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엔 이름이 낯설었습니다.
매발톱은 여러해살이풀로서 양지바른 곳이면 잘 정착을 합니다.
요즘에는 원예종인 서양 매발톱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고도 하지만,
아무튼 매발톱의 다양한 색깔은 참으로 매혹적입니다.
또 유달리 변이종이 많아서 봄이 되면 새로운 기대감도 생겨납니다.
아마도 매발톱만 전문적으로 가꾸고 또 변이종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들꽃 시장에서 상당한 효용성(merit)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미 시장에서는 그런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우리나라에는 재주 있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장미 같은 경우 경기도 파주의 한 농부 사례를 보면,
장미꽃 색깔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을 습득해서 농업이 얼마나 미래지향적인가를 보여주고 있더군요.
이분도 실패를 거듭하면서, 아니 오히려 즐기면서 자신만의 방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매발톱 변이종들의 화려함을 본다면 나름대로 도전해 볼만하다고 여겨집니다.
농업이 미래지향적이라는 것은 농업이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도전해 볼 영역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
매발톱은 이름 자체에서 이미 그런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는 실의에 빠져 있는 사람이 매발톱 꽃잎을 문지르면
샘물 같은 용기가 솟아난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요즘처럼 농촌이 힘을 잃고 있을 때,
매발톱의 이름에서 새로운 길을 여는 스스로의 모습을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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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기 전의 매발톱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