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잡초란 없었을 것입니다.
긴 설명을 안 해도 하나님께서 세상에 쓸데없는 것을 만들지 않으셨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 테니까요.
하지만 하나님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뀌면서
도시와 농촌 어디서건 잡초는 매우 골치아픈 존재거리로 제거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도시는 미관을 위해서, 농촌은 농작물 생산량 증대를 외치면서 말이죠...
농업 생산에 있어서 잡초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식량 생산의 극대화를 목표로 삼으면서부터입니다.
예전에는 잡초를 뽑되 논밭의 생태적 균형을 배려할 줄 알았으며,
또 농가에서는 자생하는 풀들의 특성을 활용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오직 생산량이 목표치가 되고, 자본에 의한 농업 방식이 되면서 작물 이외의 모든 풀들은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져 늘 제초제 세례가 기다리고 있게 되었습니다.
자본에 의해서 농업이 이루어지다 보니 풀들만 제거되는 것이 아니라
투기성이 강한 환금작물 외에 다른 작물들 또한 내팽개쳐집니다.
농업은 다양성과 서로의 관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단일작목 위주로 나가다 보니까
식물과 땅이 내구성을 잃게 되고 결국은 농약이나 화학비료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더 많은 영농비를 요구하게 되고
결국은 돈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게끔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먹는 소비자의 또 다른 문제는 제쳐놓더라도)문제는 이렇게 많은 영농비를 들여
농사를 지은 결과가 그만큼 농가소득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스스로 답을 내놓을 수 없으니 일단 우리 주변의 선진농민들이 걸어간 길을 봐야 합니다.
그 길은 '과거로부터 미래를 가지고 오는 것'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퇴보하는 농사법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의 가치관을 전환시키는 농업들이 하나 하나 그 모습을 내 보이고 있습니다.
새 것, 최신의 것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정말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는 길은 하나님이 만드신 환경 속에서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의 가치를 찾아내는
원래의 농업 속에 있다는 것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 널려져 있는 것들을 가지고
친환경 자재를 만들고 친환경 농약을 만드는 일들을 어렵게 생각하지만,
사실 오래 전에 이미 우리가 그렇게 했던 것을 지금은 잊어버렸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힘든 것입니다.
잡초는 우리가 씨를 말려 죽여야 할 적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면
풀을 이용해서 효소를 만들 수 있고 친환경 농약을 만들 수 있습니다.
논밭에 난 잡초, 혹은 독초라고 할지라도 그 나름의 생태적인 역할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한다면 제거보다는 그것들이 논밭의 생태적 균형을 위협할 정도로 자라지 못하도록,
혹은 나름대로 생태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쪽으로 우리는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잡초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것으로 우리의 농업환경이 모두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건강한 세계, 푸른 생명으로 가는 중요한 걸음인 것은 분명합니다.
*사진 - '개불알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