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
-
여기만 하겠니?농촌이야기 2015. 6. 10. 18:47
요즘 낙심천만이다. 농촌에 살면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적은 별로 없었다. 오래도록 함께 살 것만 같았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누구라도 주변에서 죽음을 맞는 일이야 당연한 인간사이니 낯선 것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분들이 마치 여행 가듯이 훌훌 떠나는 일은 처음이니 남은 사람들이 받는 충격이 크다. 돌아보니 나도 나이가 들었지만 지난 세월에 모두 연로해졌다. 연로해지니 힘이 없어지고, 그간 농사짓느라 쌓인 중노동의 흔적이 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마음이 아픈 것은 그래도 농사를 쉴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식의 부양을 받는 이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많다. 몸을 가누기 어려워도 농사를 지어야 근근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몸이 아파도 일 때문에 ..
-
이별을 기억함이런저런글 2014. 10. 10. 21:16
가을이 깊었습니다. 바람이 차가워지고, 나뭇잎이 떨어집니다. 저렇게 떨어진 나뭇잎은 이별을 준비하면서 얼마만큼 사연을 만들었을까요? 흙으로 돌아가는 잎들을 보면서 내 곁을 떠난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잊을 수 없을 만큼 깊은 이야기를 남기고 간 이들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홍성 읍내에 나갔다가 주차장 한편에서 펄럭이는 노란 리본을 보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새삼 마음에 새겼습니다. 내가 사는 땅에서 기억해야 하는 것. 먼저 떠난 어느 사람의 삶도 가볍지 않고 그 속에 내가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그러므로 가끔이라도 그들을 떠올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별을 기억하는 것이 서로 연결하는 시작입니다. 가시덤불 한 포기라도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다른 생명의 터전이 ..
-
불편한 선물이런저런글 2009. 2. 17. 18:31
선물은 특별한 목적(?)만 담겨져 있지 않다면, 주는 사람도 흐뭇하고 받는 사람은 마음부터 더 즐거워집니다. 누구나 선물을 받으면 즐겁지요. 그런데 즐거운 선물이 아닌 불편한 선물도 있습니다. 제가 아주 불편스러워하는 선물은 장례식장에서 주는 선물입니다.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서 주셨을 텐데 죄송합니다...ㅠㅠ)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주변의 장례식장에서 선물을 보내옵니다. 사실 장례식장에서는 제가 자주 대하는 얼굴일 수도 있습니다. 부쩍 늙어가는 농촌의 뒤치다꺼리를 도맡아서 하다보니까요. 장례식장의 선물이 불편한 이유는 알다시피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여러 분들의 장례를 집례 할 수 밖에 없는데, 잊었다가도 선물을 받으면 파노라마처럼 한 분 한 분 얼굴이 스쳐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