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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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봄날이런저런글 2022. 5. 18. 18:58
. . 나에게 수덕사는 수덕여관이었습니다. 20여 년도 훨씬 전에 수덕여관 이응로 화백의 문자 추상 암각화를 보던 게 좋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힘든데 뭣 하러 그런 걸 하냐고 말리는 부인에게 삼라만상을 담았노라 웃었다는 이응노 화백... 수덕여관 밥이 맛있었습니다. 손님이 오거나 바람 쐬러 가면 늘 들어가던 방에서 갖가지 반찬과 정감이 어우러져 올라온 밥상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다녀오면 즐거웠습니다. 정작 수덕사 경내는 가끔 갔습니다. 700년도 훨씬 넘은 대웅전. 그 뒤꼍 기둥에 귀를 기울이면 오래전 신심(信心) 하나로 깊은 산 속에 들어와 이 기둥을 다듬고 또 다듬었을 그 이야기를 듣는 듯했습니다. 수덕사는 신죽리에서 30분 거리입니다. 오면서 한용운 생가로 돌아가기도 하는, 그런 길입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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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사진전들꽃마당 2021. 4. 27. 23:33
나른한 봄날,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마치 봄을 베어 문 것처럼 향긋한 두릅 나이가 들면서 봄이 이렇게도 깊은 맛이 있구나 더욱더 새로운 향취를 알려주는 선물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처럼 떼어내고 또 떼어내도 잠시 후 가보면 어느새 또 가져가라고 망설임 없는 마음 올봄은 새삼 두릅으로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떼어낸 자리 달래며 고마워서(?) 여는 두릅 사진전... 이 또한 잠시 후 식탁의 풍성함이 되고 말았으니 이제 알았습니다. 가는 봄이 아쉬운 것은 오직 두릅 때문인 듯 두릅은 순이 연하고 굵은 것, 잎이 피지 않는 것, 껍질이 지나치게 마르지 않는 것, 향기가 강한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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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바다 풍경이런저런글 2013. 3. 10. 18:47
어제는 무척 따사로운 봄날이어서 대천해수욕장엘 갔습니다. 사실 대천해수욕장은 잘 가지 않는 곳인데 어제따라 넓은 바다가 보고 싶었습니다. 바다야 아침저녁으로 가는 곳이지만 사람도 좀 있어서 부산한 느낌과 파도 소리가 섞이는 그런 봄 바다의 시간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머드광장에 서 있었습니다. 여름엔 발 디딜 틈 없는 곳이 이렇게 한적하다니 갑자기 외로운 바람이 불어옵니다. 여유롭게 이리저리 걷는데 광장 끝에서 한 부부가 걸어왔습니다. 가만히 보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입니다. 할머니는 몸이 안 좋으신지 의료용 보행보조차에 의지해서 어렵게 한 걸음씩 뗍니다. 할아버지는 곁에서 부축해주고요. 차를 세워 둔 주차장에서 오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드디어 모래사장과 접한 광장 끝까지 왔습니다. 그때야 깨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