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죽리(新竹里) 이름에 대나무가 들어가 있듯이 마을에 대나무가 많습니다. 늦봄부터 초여름에 죽순(竹筍)이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죽순이 작을 때는 보는 재미가 있지만, 꽃이 지고 몸집이 커지면 제법 위세를 부립니다. 너무 번져도 귀찮은 것이 대나무입니다.
사군자(四君子) 그림에 대나무가 들어간 것은 모양이 반듯해서 고결한 군자와 닮았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대나무를 그렸고, 사진가들도 대나무를 사진에 많이 담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대나무를 찍어서 유명한 사진가들이 제법 있습니다.
세계적인 화가이며, 가까운 홍북 중계리 출생인 고암 이응노는 대나무 그림을 통해서 유명해졌습니다. 고암(顧庵)이라는 호를 쓰기 이전 호가 죽사(竹史)였고, 1927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하면서 작가로서 첫 출발을 했던 작품도 ‘청죽(晴竹)’이었습니다. 문자추상이나 군상 등을 그릴 때도 평생을 벗 삼아 그리던 소재가 대나무였습니다. 고암의 대나무 그림은 전통적인 대나무 그림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수목원 대나무 곁을 지나다가 작게 흐트러진 죽순과 댓잎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사진이 한 장만 있을 때는 회화(繪畫)와 같고, 여러 장이 모이면 텍스트(Text)가 됩니다. 보여주는 사진은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진을 나열한 자체가 텍스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 실제 전시장에는 작은 내용을 담은 텍스트를 옆에 붙였습니다.)
사진이 전시되면 작가의 생각보다 보는 사람의 생각이 더 앞섭니다. 이것이 사진의 특징입니다. 이 사진도 보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수목원에 있는 대나무가 사진이 되고, 이제 그 이야기는 보는 사람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