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이루는 기본적인 요소는 물, 홉, 몰트, 효모 등 4가지입니다. 그중 홉(Hop)은 맥주 하면 떠오르는 가장 흥미롭고,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홉은 다른 요소보다 늦게 맥주의 첨가물이 되었고, 홉의 성분에 대한 연구는 20세기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홉(hop)은 덩굴식물로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맥주의 원료로 심기 시작한 것은 8세기 후반부터이며 14세기 후반에는 독일 곳곳에서 널리 재배되었습니다. 홉은 암꽃의 이삭을 건조한 것만 맥주의 원료로 사용합니다. 홉에는 부작용이 없는 최면 작용이 있어서 유럽의 민간에서는 진정·진경·진통 등으로도 사용하고 있다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1934년경 함경남도 혜산 지방에서 처음으로 재배되었다고 하는데, 당시의 재배법은 낙엽송 ·대나무 등을 땅에 꽂고 홉의 덩굴이 직접 지주를 감고 올라가도록 하는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이후 홉 재배는 1970년대 말부터 강원도를 비롯한 고랭지에서 다시 시작되어 약간 생산량이 있긴 하나, 수입 홉에 밀려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국내 홉 재배에 대한 통계자료(농식품부 발행 특용작물 생산 실적)는 1999년(재배면적 5ha, 단수 370kg/10a, 생산량 20t)을 마지막으로 그 이후에는 자료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자료를 보니까 의외로 북한의 생산량이 세계 전체의 2%에 가깝다는군요. 참고로 현재 미국과 독일이 홉의 주 원산지로 두 국가가 세계 홉 생산량의 80%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생산량 자료가 맞는다면 이는 아마도 중국 수출이 목적이지 않나 싶습니다.
맥주 특유의 쓴맛과 향기는 홉의 꽃 때문에 만들어집니다. 홉에 따라서 맥주의 향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입니다. 홉 내부에는 다양한 성분들이 존재하고, 이로 인해 풀, 허브부터 열대 과일까지 다양한 향을 맥주에 더 해줍니다. 홉 내부의 성분은 가열되면 쓴맛을 생성합니다. 이를 이용해 맥주의 쓴맛을 조절 할 수 있습니다.
보령시 미산면 남심리에는 젊은 농부 장지웅 씨가 홉 농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 일환으로 현대시장 내에 수제 맥주 제조시설을 세우려고 설계 준비 중인데, 뜻밖에도(?) 귀하디 귀한 홉 농사가 보령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날씨가 무척 덥지만, 이제부터 홉 수확 철에 접어들기에 현장 견학 겸 장지웅 씨가 애쓰는 홈 농장을 찾았습니다. 가서 보니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 원화 작가인 김환영 화백 집과 가까운 곳이어서 반가움이 더했습니다.
새롭게 도전 하는 농부 장지웅 씨에게 응원을 합니다. 홉 농사가 보령 농업에 잘 접목되고, 홉의 판로가 제대로 열리기를 기원합니다. 또 보령 홉으로 만든 보령 수제 맥주가 이렇게 더운 날씨를 시원하게 물리칠 날이 곧 오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