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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이
계절이 시작하면 그 자리에
빛나게 멈춰있을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을
때론 망각하는 경우겠지요.
밤하늘, 아침 빛
맘껏 누리면서 젖어 들다가
뜨겁거나 차가워지면
화들짝 놀라서 정신 차립니다.
나뭇잎 하나도 온 힘을 다해
매달리고 흔들리고 떨어지고
곳곳에 시간 지난 흔적이
또렷해질 때, 내 모습도
그렇게 지난 자취가 물든 것을
뒤늦게 압니다.
가을은 저리도 탐스러운
색깔을 덧입히고 떠나지만
나는 아쉬움에 탄식을 내놓고
빈 자리에서 당황합니다.
다시 저런 시간이 내게 있을까
되뇔 뿐입니다.
그래서 낙엽은 희망입니다.
떨어지는 것이 다시 피어나는
시작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여전한 걱정은 샛노랗지만
떨어지는 순간에도 자기 색을
드러내며 아쉬움 하나 남기지 않는
가을의 모습을 보며
용기를 냅니다.
빛난 시간은 이제 멈추지만
찬바람을 맞이하는 채비를
갖춥니다. 그 시간 또한
어느새 흐르기에 가을을 담담히
배웅합니다. 잘 가시라고
지금은 정말 사랑한다고...
천북면 신죽리 수목원에서 촬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