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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바꿔야 할 때농촌이야기 2009. 1. 25. 18:00
한미FTA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업가, 관료, 언론인, 정치인을 막론하고 내심으로는 “농업은 포기하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업이 경제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생각 때문이죠. 그런데 의문스러운 것은, 과연 그게 경제학적으로 타당한 계산일까 하는 겁니다.
우선 지금과 같은 세계화 경제 시스템 속에서는 갈수록 해결 불가능한 문제가 되어 가고 있는 실업 문제만 하더라도 농업의 회생(回生)에 의해서만 비로소 치유의 희망이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아직도 인간이 종사하는 대부분의 일은 농사일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소농에 토대를 둔 농업 중심 사회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수많은 고용 인구를 안정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지금 중국에서 농업 문제 전문가로서 중요한 발언을 하고 있는 원 티에쥔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한국, 중국, 일본은 근본적으로 소농에 기반을 둔 농업 중심 국가로 가야만 장기적으로 희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동안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구 문명을 모방하여, 이른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하여 일방적인 공업화의 추구에 매진해 옴으로써 농업, 농촌, 농민을 방기해 왔는데 이것은 엄청난 착각에 의한 것이었음을 지적합니다. 서구 국가들이 이른바 선진국이 된 것은 식민주의, 제국주의적 지배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원 티에쥔은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력으로 세계 농민의 생계를 망가뜨리고 있는 거대 농업 국가들, 예를 들어 미국이나 호주의 기업농이 자랑하는 대규모 농경지만 해도 그것은 말할 것 없이 서구의 식민주의 착취와 토착민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결코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농업 모델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모방을 할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미국, 유럽의 길을 좇아가자는 얘기는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을 구조화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제는 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소농에 기반을 둔 농업, 농촌, 농민을 보호할 때 희망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