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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는 기차 종착지이면서, 출발지입니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고향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를 했습니다.
지역이 섬이 많은 곳이어서 섬에서 육지로 유학 온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중고등부 아이들도 120여 명이 넘어서 활동도 활발했습니다.
어느 땐가 반별로 소풍 계획을 세우는데
수줍음이 많던 여자아이가 쪽지를 한 장 내밀었습니다.
무슨 내용인가 싶어 펴보니,
이번 소풍에 기차를 타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때야 알았습니다. 섬에서 온 아이들은 늘 배만 타고 다녀서
육지의 기차를 타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것을.
기차를 타고 30분 거리의 딸기밭으로 갔습니다.
완행기차였지만, 마음들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습니다.
그날 이후로 기차를 보면, 쪽지에 쓰인 그 마음이 떠오릅니다.
홍성이나 대천을 가고 오면, 장항선 철길 옆을 지납니다.
오늘은 무척 추운 날씨지만, 하늘을 보니 기차 풍경을 담고 싶었습니다.
대천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오면서 광천역 시간을 검색하니
오후 3시 43분에 군산가는 기차가 있습니다.
지금은 흔적만 있는 원죽역과 청소역 사이에서 10여 분을 기다렸습니다.
추위보다도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지금 거의 50대가 돼가고 있을 텐데, 잘들 살고 있는지.
그동안 기차는 많이 타봤는지.
기차 소리가 들립니다.
구도를 잡고, 노출도 맞추고, 마치 저격수처럼 기다렸습니다.
한 장, 두 장, 세 장....
그렇게 기차에 대한 추억을 계속 담았습니다.
가장 즐거웠던 기차 여행은 언제였나요?
지금도 그 시간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나요?
오늘 담은 사진입니다. 멀리 오서산이 보입니다.눈이 내리면 다시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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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죽역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