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최고의 미래학자라고 불리는 미국의 앨빈 토플러가 쓴 책(‘앨빈 토플러 부의 미래’)을 보면 ‘프로슈머’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책에 ‘비(非)시장적 영역의 중요성’을 언급한 대목도 눈에 띄는데, 이야기인즉슨 우리는 시장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지만 사실 시장은 비시장적인 부분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병원은 병을 치료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꼭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의사의 처방만으로 병은 낫지 않습니다. 시장 외부의 노력, 그러니까 약을 잘 챙겨 먹는 행위부터 주위 사람들의 배려와 치료를 위한 자신의 의지가 병을 낫게 하는 데에 70~80퍼센트의 역할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시장 중심의 사회는 이런 영역을 무시한다는 것이죠.
또 이런 대목도 있습니다. 2002년 한 해 동안 미국의 현금지급기에서 입출금한 횟수가 120억 번이라고 합니다. 한 번에 2분씩 걸린다고 치면 280억 분의 시간이 소요된 셈이죠. 미국인들이 총 280억 분의 노동을 자발적으로 수행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노동은 시장의 바깥에 자리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동이 없었다면 현금지급기를 통해 작동하는 시장은 굴러가지 않았겠지요. 결국 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도 시장 바깥의 영역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시장 바깥의 노동에 대해서는 가치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화폐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지식이나 기술, 노동은 가치가 없는 게 돼 버립니다. 이렇게 모든 게 화폐 가치로만 환산돼 통용되는 사회에서는 “이게 얼마짜리냐”라는 기준만 남게 되는 거죠.
하지만 우리들 자신, 그리고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많은 것들은 대게 이렇게 ‘얼마짜리’라는 기준으로 환산할 수는 없습니다."
- 신영복 교수 '여럿이 함께'에서 -
바로 우리 농촌, 농업이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농업의 기능을 단순히 화폐 가치로만 따집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다른 산업의 결과물에 비하면 그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관계로 농업은 도태 되도 괜찮은 것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이만한 땅과 이만한 인구를 가진 나라가
과연 농업의 뒷받침 없이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으며,
구성원들의 행복한 소통을 이룰 수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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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