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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는데 여긴 도통 비다운 비가 내리질 않군요.
엊그제 좀 퍼붓긴 했어도, 장마철에 비다운 비가 와야 혹시라도 엉뚱하게 내리는 폭우 걱정을 덜 수 있지요. 아래쪽은 비가 많이 와서 뉴스를 보면 걱정이 되긴 합니다만, 여긴 흐리기만 잔뜩 흐리니 후텁지근만 해요.
덥고 습도가 높으니 아무래도 에어컨을 켜게 되는데, 이런 날은 차라리 비가 오는 것이 더 시원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연못에 어리연꽃은 기죽지 않고 늠름하고, 백일홍은 올해 본격적으로 자리 차지하면서 온갖 색을 다 드러냅니다. 정말 저렇게 백일을 가려나....
여름이 이렇게 지나가고 있군요. 초복도 지났으니 여름도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휴가도 가고, 여름 추억도 쌓고, 더위와 싸우고.....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니 계절 하나가 가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더위 속으로 뛰어드는 일이 쉽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여름을 즐기려고 합니다.
아이들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사진을 몇 장 담았습니다.
니콘 50mm 수동렌즈를 요즘 사용하고 있는데, 가볍고 함부로 다루기 쉬워서 막 가지고 다닙니다.
오토포커스가 아니어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정적인 풍경을 담는 데는 오히려 차분함이 있네요.
당분간 이 렌즈로 이것저것 담아볼 것 같습니다. DC135mm 렌즈도 동행은 합니다.
요근래 담은 사진들입니다.
천북면 낙동리 옥수수밭 풍경과 사호리 바닷가 풍경입니다.
사호리 바닷가는 아이들 때문에 하루에 두 번 8년 째 다니고 있는데 겨울에는 일몰을, 여름에는 이렇게 흐린 날 모습을 담습니다. 아침에는 시간도 맞지 않지만, 풍경도 오후에 비해 극적이지 않아서 스마트폰으로만 가끔 담고요. 확실히 서해는 오후 바다여야 이야기꺼리가 생기는 것 같아요. 똑같은 자리에서 지난 8년 동안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동안 주인공이었던 여러 아이들이 성장해서 제 곁을 떠난 덕분에 홀로 바다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아졌네요. 이제 6개월 후면 동윤이도 중학교를 가는 군요. 동윤이 집은 바다 끝자락에서 파도 위에 떠 있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침대 밑으로 밀물과 썰물이 드나듭니다. 별이라도 총총 모습을 드러내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환상적인 집이 동윤이 집입니다. 언젠가 초저녁 빛이 풍성한 날 사진 찍으러 가야겠어요.
우단동자, 백일홍은 들꽃마당에서 살고 있습니다.
*옥수수(사료용)밭 사잇길 (F5.6)
*옥수수밭 풍경 (F5.6)
*우단동자 (F2.0)
*백일홍 (F1.4) - 요즘 여름꽃의 여왕이네요.
*천수만 바닷가 (F8.0) - 아이들 데려다 주고 오면서 습관적으로 멈춰 서서 바라보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