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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을 담은 희망의 노래꿈꾸는아이들 2013. 12. 8. 23:07
7년 전인 2006년 12월 어느 날.
지역민들과 낙동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지금, 학교가 통폐합대상이 되어서 앞으로 3년 후에는 폐교된다고….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아이들을 위해서 지혜를 달라고….
무슨 뾰쪽한 지혜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나누다가
이렇게 마음을 함께한다면….
폐교될 땐 되더라도 일단 부딪혀보자고….
그렇게 시작을 했습니다.
들꽃마당 공부방을 일단 학교로 옮기고
들꽃마당 차량을 통학차량으로 사용하고
덩달아 스쿨버스 기사가 되고
그러면서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을 데려오고 데려다 주는 일이
힘든 일만은 아닌, 오히려
즐거움이 깃들어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2007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7년의 순간순간을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그래도 7년이라는 시간이 머물러 있고,
거기에는 아이들의 희망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7년의 순간과 아이들의 노래를 함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담하지만, 많은 사진 가운데 300장을 골라서
나름대로 의미를 가진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제목은 자연스럽게 ‘7년을 담은 희망의 노래’로 정했습니다.
2013년 12월 4일(수)부터 6일(금)까지
보령시 천북면사무소 2층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초청장도 보냈습니다.
초청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실었습니다.“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루쉰의 <고향> 마지막 구절입니다.낙동초등학교는 지난 7년 동안 산길, 바닷길, 논길을 걸어서
함께 가는 길을 만들어 왔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굳게 붙잡고
허허벌판을 지나고 숲길을 돌아서서 희망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문이 열려 있는 학교에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멈추지 않도록
꿈꾸는 일 또한 멈추지 않았습니다.그리고 꿈꾸는 일에 사진기를 들이댔습니다.
2007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7년의 순간을 담았습니다.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공연장에서, 하굣길에서, 산길 바닷길에서….
그 많은 사진 가운데는 기쁨도 있지만, 슬픔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슬픔마저도 희망의 연속이란 것을 알기에
모든 사진을 모아서 낙동 아이들 사진전을 엽니다.오셔서 낙동 아이들을 봐 주시면 그야말로 기쁨이 넘치겠습니다.
다시 용기를 내서 계속 길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농촌 공동체의 중심인 학교에 아이들 소리로 가득 차는 일은
언제나 신 나고 행복한 일이란 것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돌아보니 정말, 지난 7년은 희망의 노래를 부른 시간이었습니다. 길이 없는 곳을 걸어서 길을 내고, 지나는 사람 찾기 어려웠던 곳에서 함께 가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가느다란 목소리들을 모아서 아름다운 합창의 울림을 만들어 낸 시간이었습니다.
없을 것 같았던 아이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학교는 차츰 정상화되었고, 바깥으로 나갔던 아이들도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낙동초등학교로 왔습니다. 하지만 희망의 시간이 있었던 반면에 슬픈 시간도 있었습니다. 2학년 수빈이가 밭에서 일하는 엄마에게 가다가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로 간 일. 차량봉사로 많은 수고를 하던 동문회 이종철 회장(65)이 마지막 아이까지 집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뜻하지 않는 차량충돌로 일찍 우리 곁을 떠난 일 등. 지금도 마음 깊이 가라앉아 있는 슬픔이 있습니다. 그러나 슬픔마저도 희망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기에 여전한 시간을 참고 지나왔습니다.
낙동초등학교에 관심을 가진 것은 폐교가 단순히 낙동초등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농촌의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없어져 가는 것들이 부지기수인 농촌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살리고 싶었고, 그 희망의 주체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낙동초등학교와 함께 찬찬히 흘러갔습니다.
지금 낙동초등학교는 전교생이 합창단입니다. 합창단이 만들어진 이야기는 KBS 다큐멘터리 ‘천상의 수업’에 잘 나와 있습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함께 만든 합창단은 더욱 성장을 거듭해서 이제는 누구라도 계속 듣고 싶어 하는 멋진 합창단이 되었습니다.
한 번 상상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엊그제까지 유치원생이었던 1학년부터 6학년까지 50명이 조금 넘는 아이들이 모여서 소리를 모아 한마음, 한목소리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말이지요.
우리 농촌에 희망의 노래가 늘 울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희망의 노래가 차가운 겨울, 마치 모든 것이 시들고 몸 하나 지탱하기도 어려운 땅 위에서 스스로 푸름으로 인해 잎도 없고 숨 쉬지도 못할 것 같은 이웃 나무들에 힘이 되는 겨울 소나무처럼 되기를 바랍니다.
현재 낙동초등학교는 51명의 아이가 씩씩하게 다니고 있습니다.
유치원은 11명이 잘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 7년 후에도 여전히 씩씩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