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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마당에서 책을
읽다... 보다... 뒹굴다... 나누다...
여기는 희망을 나누는 모두의 도서관입니다.
들꽃마당에는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정식 이름은 예쁜 소녀 김도희를 기념하는 '들꽃마당김도희작은도서관'입니다.
들꽃마당김도희작은도서관은 사계절 내내 문이 열려 있습니다.
그렇지만 도서관이 아이들 사는 곳과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학교생활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야 해서 아이들은 주말에 도서관을 이용합니다. 도서관에서 당연히 책도 읽고 글도 쓰지만, 영화도 보고 체험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때론 소풍도 갑니다.
도서관을 아이들만 이용하느냐고요? 물론 그것은 아닙니다. 늘 문이 열려 있다고 말했듯이 누구든지 24시간 내내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몇 시간씩 걸리는 곳에서 일부러 찾아오기도 합니다. 앞으로 책 읽기뿐만 아니라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문을 연 뒤로 언제나 아이들이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합니다. 때로는 만화책을 집중적으로(?) 읽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만화가 있는 책에 손이 갑니다. 요즘에는 이런 아이들의 특성을 고려해서 만화처럼 재미있는 책들도 많이 나옵니다. 아무튼, 아이들이 도서관과 친숙하고, 조금씩 책의 영역을 넓혀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장난을 치다가도 일단 책 읽기에 들어가면 어느 틈에 읽는 자세가 진지해집니다. 때로 읽은 책에 대한 느낀 점을 글쓰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생각보다 잘 정리해서 쓰곤 합니다.
사실 아이들에게 어른이 생각하는 책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 방식의 책 읽기도 필요하고, 함께 읽는 것도 필요합니다. 책 속에는 배움도 있지만, 문을 열어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일을 돕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 중 하나입니다. 아이들 속에 있는 재능을 응원하는 일도 도서관의 역할입니다.
성환이는 중학생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린아이 모습 그대로였는데, 이젠 제법 성숙한 티가 납니다. 그런데 가끔은 비스듬하게 성숙의 모습을 보이는군요...^^
김도희도서관을 꾸미면서 가졌던 첫 번째 생각은 도서관이 아이들에게 편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간이 작아서 의자를 둘 여력도 안 됐지만, 앉아서 책을 보게 한 것은 책을 읽다가 눕기도 하고 잠이 오면 잠도 자고 뒹굴기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편안한 도서관은 김도희도서관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도서관의 좋은(?) 점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보다가도 어느 틈에 한 권에 집중합니다. 이렇게 작은 도서관이 없었을 때는 가끔 아이들과 함께 시내에 있는 보령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구경도 하고 책도 읽었습니다. 마치 여행 다녀오는 것처럼 말이지요. 지금은 비록 주말에 집중적으로 이용하지만, 그래도 우리 도서관이 있으니까 아이들도 기분이 좋습니다. 여름방학에는 이곳에서 같이 잠도 자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계획도 세웠습니다.
어떤 책을 꺼냈을까요? 책을 손에 든 민정이 얼굴이 환합니다. 2012년 6월 28일 개관 이후 여러 분야의 책이 아이들을 위해서 도서관에 왔습니다. 나름대로 조언을 받고 계획을 세워서 차례로 김도희도서관의 식구가 된 책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더욱 친근해합니다. 이렇게 도서관의 모습을 조금씩 갖추기까지 도희 엄마와 아빠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들꽃마당김도희작은도서관에는 늘 도희의 모습과 도희 엄마와 아빠의 마음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곳은 아무도 없을 때는 사랑하는 도희 가정을 위한 기도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들꽃마당김도희작은도서관은 일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예쁜 소녀 김도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도희는 여덟 살 때인 지난 2009년, 급성 백혈병의 전 단계인 골수이형성 증후군이라는 병과 만났고, 치료 후 다시 재발 판정을 받았습니다. 꿋꿋이 잘 견디다가 2012년 4월 진달래가 피어나기 시작할 때, 엄마와 아빠와 오빠 곁을 떠났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또 다른 도희가 세상에 많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특히 농촌 아이들을 위해 들꽃마당에 작은 도서관을 열었습니다.
도희 블로그 주소입니다. http://dohhee.tistory.com
"아빠의 영혼을 다 바쳐 사랑하는 딸, 도희의 흔적을 남깁니다. 10년 9개월 7일,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내고 2012년 4월, 떠났습니다. 2년 5개월 17일 동안 백혈병과 용감하게 맞선, 늘 밝고 맑은, 생기가 넘치는 아이입니다. 도희와 도희처럼 가족 곁을 일찍 떠난 모든 아이들을, 지금도 병과 싸우고 있는 아이들을 기억해 주시길 바라며 블로그를 엽니다.-dh-"
들꽃마당김도희작은도서관은 쉽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이 도서관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지금은 모릅니다. 그렇지만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도희의 마음은 농촌학교의 통폐합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씩씩한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의 마음과 늘 연결될 것입니다. 많은 도희가 이 도서관에서 꿈을 키우고 잘 자라기를 바랍니다.
아이들 등 뒤로 보이는 책장의 책들은 전국의 여러 곳에서 들꽃마당김도희도서관 취지에 호응한 분들이 보내준 것입니다. 도희 아빠와 연결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 직장 동료, 친구들도 매달 정기적으로 책 후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모두 도희가 투병하던 시절부터 도희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분들입니다. 또 들꽃마당을 지켜보던 이들도 도서관에 마음을 함께 했습니다.
도서관 전면을 채운 책장의 책들은 도희 엄마와 아빠가 온 마음을 다해서 분기별로 보내 주는 책입니다. 이 책들은 앞으로 도희의 마음을 나누기 원하는 곳과 순환될 것입니다. 많은 마음이 오고 가며 여러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또 다른 곳에 사랑의 나눔터가 세워질 것입니다.
이곳에 오는 이는 누구나 김도희 친구입니다.
책을 읽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음을 나누는 일, 고통을 마다치 않고 함께 견디는 일, 그리고 조금씩 꿈을 키워가는 일을 함께합니다. 그동안 여러 사람이 다녀가고 책을 보내주셨습니다. 지금도 사랑이 담긴 마음들이 오고 있습니다. 들꽃마당의 작은 꽃처럼 김도희도서관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고 사랑의 씨앗은 곳곳으로 퍼져갈 줄 믿습니다.
여기는 희망을 나누는 '들꽃마당김도희작은도서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