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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가야 할 이유농촌이야기 2008. 9. 24. 11:23
프란시스 골튼(1822-1911)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영국의 유전학자이자 통계학자입니다.
우생학(優生學)이라는 학문의 창시자이기도 하죠.
이 분이 어느 날 시골 장터에 갔습니다. 그랬더니 황소 한 마리를 무대에 올려놓고 그 소의 몸무게를 맞추는 퀴즈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돈을 얼마씩 낸 뒤, 각자 소의 몸무게를 종이에 적어 통에 넣고 제일 가깝게 맞춘 사람이 각자가 낸 돈을 모두 가져가는 것입니다.
프란시스 골튼이 지켜보던 날은 800명이 이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소의 몸무게를 얼마나 맞출 수 있을까에 대해 궁금해 했습니다. 아마 아무도 못 맞출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통을 열어 확인해보니 정말 맞춘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걸 조사해보니 13명은 무엇을 적었는지 판독이 불가능했습니다. 그걸 빼면 787장이 남는데, 거기에 적힌 숫자들을 다 더해서 다시 787로 나눴더니 1197파운드라는 숫자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소의 몸무게가 얼마였는지 아세요. 1198파운드였습니다.
어쩌면 소의 몸무게가 1197파운드였는지도 모르지요. 저울이 틀렸을수도 있으니까요. 그것을 보고 프란시스 골튼은 크게 뉘우쳤습니다. 단 한 사람도 맞추지 못 했지만, 여러 사람의 판단이 모이니까 정확한 몸무게를 맞출 수 있었던 것이죠.우리가 함께 가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럿이 함께 모이면 혼자서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지혜가 생깁니다. 그리고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은 생겨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농촌의 현실이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농촌의 열악함은 당장 우리 지역 초등학교의 통폐합 문제로도 다가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간다면 어려움은 이미 어려움이 아닙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가 마음을 합치고 힘을 합친다면 길은 만들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위기 앞에 선 농촌의 문제는 개인적인 이기주의에서 더 크게 다가옵니다. 경제적인 지원이 농촌 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농촌을 더욱 자본에 종속시키는 결과에 다름 아닙니다. 농촌의 어려움은 오직 여럿이 함께, 그리고 목표를 향해 올바르게 갈 때만이 극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