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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연히 예산 읍내에 있는 커피집에 갔었다.
이 층에 있는 허름한 커피집... 그래도 당당한 수제 커피 전문 집...
자체적인 기법으로 커피를 블렌딩(Blending) 한 것일까....
무척 진한 맛이 처음엔 쓰게 느껴졌으나
지나고 나니 그 맛이 새삼 그리워졌다.
아니, 은근히 깊은 맛을 풍기는 그 집이 그리웠다.
궂은 비는 아니지만,
가을비 내리는 어제, 지나는 길을 핑계삼아 예산 읍내 커피집엘 다시 갔다.
그리고 며칠 전 그 느낌 그대로 커피를 대했다.
커피 향이 가을비보다 더 가슴으로 파고든다...
잃어버린 낭만도 꼼지락거린다....
한 귀퉁이 탁자
오래 된 볶은 커피 원두를 탁자 위에 깔아두었다.
여전히 진한 향이다. 원두 100g에 8잔. 나는 내 방식대로 뜨거운 물을 조금 섞었다.
커피 내리는 제조실(?)
시간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이 아니다. 시간은 맴돌다 흘러가는 것이다.
LP판을 보니 반갑다. 중학교 2학년 때 떨리는 손으로 전축 바늘을 들던 생각이 난다...
등 뒤에서 깊은 소리가 피할 수 없게 온 몸을 죄인다.
마치 여러 사람의 이름이 진열 돼 있는 것 같은 선반...
불빛도 커피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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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끔은 예산엘 가게 되지 않을까. 비 내리는 날, 커피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