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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 그렇게도 만만한가?
농촌이야기
2009. 10. 26. 10:15
지난 (10월) 15일은
보령시 농민단체협의회가 보령시 궁촌동 터미널 사거리에서
추수포기투쟁 선포식을 열고 논 960여 평을 갈아엎은 날이었다.
그날 농민들은 정부의 저곡가 농업정책에 항의하면서
농사짓는 고충 토로와 함께 정부에 쌀값 손실 보전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농민의 목소리는 공허하다.
이렇게 논을 갈아엎을 때나 잠깐 주목받는 농민들이 우리의 현실이다.
사실 지금까지 농민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해결할 의지가 없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로 취급되기 일쑤였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별로 변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 사회에서는 농민들이 의지를 발휘할 여지가 별로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또 하필이면 추수포기투쟁을 선포한
15일에 가서명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에서도 농업을 포기하고
공산품 수출을 택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마치 농민들을
시장 개방을 무마할 지원금이나 바라봐야 할 처지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오늘 농민들의 고통과 분노는 단순히 빈곤 때문만은 아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은 사라지고,
생명을 가꾸는 농업에 대한 자부심은 자꾸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농민의 고통을 도외시하는 사람들이 아는 것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참된 삶을 누리며
이 땅에서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누구한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진실한 힘을 모르는 사회는 경쟁에 시달리고 낙오의 가능성에
스스로 불안해하면서도 인간의 가치를 말할 여유조차 없게 만든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오직 성장만을 지상 최고의 선으로 삼으면서부터라는 것은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장에 대한 욕구는 희생을 강요하고,
농촌은 도시화와 산업화에 대한 최고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성장을 위해서 나간 결과는 무엇인가?
요즘도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말들이 많다. 즉 사람을 배제한 성장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욕망은
결국 우리 자신을 그 욕망의 희생양으로 삼을 뿐이다.
거기에는 희망이 없다.
분명한 것은 숫자로만 따지는 사회에서도 밥을 먹어야 산다.
그 밥에 분노가 얹히면 무너지는 것은 농민만일까?
이미 세계의 주요 흐름은 곡물 생산 관계를 축으로 서로 엮이고 있다.
농업의 주도권이 탐욕에 의해서 이리 저리 나대는 것을
우리는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미래에 대한 책임도 없이 이제는 제발
농민을 더 이상 지원금이나 바라보는 대상으로 오도하지 마라!
농민을 더 이상 무력한 골목으로 몰아넣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