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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과 밝음이 도시를 만든다.
어둠이 있어서 밝음이 보인다.
도시를 여행하는 일은
대체로 밝은 모습을 따라가는 것이다.
어둠은 보이지 않고
또 애써 보지 않기 때문이다.
어둠과 밝음의 경계를
어렴풋이라도 느낄 수 있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길이 열린다.
끌림이 모여 있는 곳은 밝음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야기 하나를
주울 수 있다면, 도시 귀퉁이마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될
순례자가 될 수 있다.
찬찬히 걸으며 내 삶의 보이지 않은 곳
그 이야기 하나 끄집어내서
이 도시에 들려주는 것도 괜찮다.
누구라도 인생은 어둠과 밝음을 가로지르니까.
.- 서천 장항 거리 여행